[쿠팡 사진자료] 쿠팡맨 배송
‘쿠팡맨’ 제공 | 쿠팡

[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쿠팡의 얼굴’이자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쿠팡맨’. 쿠팡맨의 도입 당시 관련 업계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물류 인프라 확대와 맞물려 ‘쿠팡맨’을 필두로 서비스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쿠팡 김범석 대표의 전략은 ‘물류 혁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쿠팡은 올해 말까지 쿠팡맨을 1만5000명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현재 쿠팡맨의 수는 3600명에 그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과도한 업무량… 단톡방 스트레스도

2014년말 쿠팡맨을 시작한 A씨는 지난해 7월 정규직 지원 자격이 됐지만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그는 “다시는 쿠팡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가 쿠팡맨 당시 받았던 월급은 기본금 170만원에 각종 수당 등을 합쳐 310만원 수준이었다. 세금을 떼고 손에 쥐는 금액은 280만원.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문제는 일의 강도와 배송 스트레스였다.

그는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10시가 돼야 귀가했다.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한 셈이다. 택배 물건의 적재와 하차를 도와주는 도급직원은 회사 사정에 따라 있다 없다가를 반복했다. 특히 그가 속한 캠프(한 지역을 담당하는 쿠팡맨이 소속된 상위 조직) 쿠팡맨이 모두 들어와있는 ‘단톡방’은 그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그는 “단톡방에서는 관리자가 ‘누구는 오늘 배송이 느리다’, ‘누구는 오늘 빠르시다’, ‘누구는 몸이 불편하느냐’면서 배송을 재촉했다”면서 “이 때문에 제대로 점심을 먹기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그와 함께 쿠팡맨으로 근무하던 동료 중 일부는 일반 택배회사로 직장을 옮기기도 했다. 그는 “쿠팡맨을 퇴사하고 일반 택배회사로 돌아간 동료 중에는 관리자급도 있고 정규직이었던 분도 있다”고 말했다.

◇들쑥날쑥 고용…고용 안정성 ‘빨간불’

쿠팡맨은 6개월만에 재계약을 진행한다. 계약 기간 동안 인사고과 점수가 높으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된다. 쿠팡맨으로 시작해 관리자로 올라선 B씨는 최근 올해 2~4월 사이 자신이 관리하는 직원 10명에게 재계약이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그가 관리자로 있는 캠프의 소속 쿠팡맨이 50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20% 달하는 직원을 내보낸 것이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에 갑자기 정규직 전환율이 높아졌다. 정규직 면접을 보러 간 이들 대부분이 정규직이 됐다”면서 “하지만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별다른 이유없이 재계약 불가 통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B씨는 “솔직히 저승사자가 된 기분”이라면서 “쿠팡맨들이 동요하는 분위기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경기쪽은 분위기가 더 안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규직 전환율이 높아진 것은 알리바바에서 영입한 물류담당 임원 헨리 로 수석부사장의 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5월을 마지막으로 쿠팡을 떠난다.

사본 -[쿠팡 사진자료] 로고

2015년 9월부터 쿠팡맨으로 일하다 지난해 9월 근무 중에 사고를 당한 C씨는 재활을 거쳐 업무를 복귀하고 싶었지만 올해 3월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당시 회사 방침에 따라 신발을 벗고 적재함에서 택배 물건을 옮기다 미끄러져 당한 사고였다. 사고 당일에는 비가 내렸다. 산업재해를 신청한 그는 승인을 받았다. 요양과 재활을 거친 그에게 쿠팡은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C씨는 “산재요양 중이라 근무를 할 수 없었는데 이를 이유로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며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토사구팽이냐… 부글부글 쿠팡맨

줄어든 인원 때문에 남아있는 쿠팡맨의 업무량은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쿠팡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이와 관련해 회사를 성토하는 쿠팡맨의 글들이 부쩍 늘었다. 현직 쿠팡맨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회사에서 새로운 평가시스템 도입하면서 같은 쿠팡맨끼리 과당경쟁을 불러일으키고 명확한 기준을 알려주지 않은채 계약해지를 시켰다”면서 “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 쿠팡맨에 따르면 한때 100명에 달하던 해당 캠프에는 최근 1달만에 39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쿠팡이 매달 별 다른 사고 등이 없으면 고정적으로 지급되던 40만원 SR(Safety Reward) 수당을 상대평가로 변경해 차등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쿠팡맨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방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던 쿠팡맨이 징계를 받았다는 소문이 쿠팡맨 사이에서 돌고 있어 쉽사리 단체 행동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현재 전체 쿠팡맨 중 정규직 비율은 30% 수준이며 쿠팡맨은 상시 채용 중”이라면서 “노조 설립을 추진한다고 해서 징계를 내렸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hong7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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