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영 KBO 사무총장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이 서울 양재동 야구회관의 벽면에 새겨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의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4.13.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고진현 체육2부장] 자주 뵙는 얼굴이었지만 표정과 인터뷰 내용은 사뭇 달랐다. 인터뷰 내용은 생경했고 표정에서 비장한 결기마저 느껴졌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아마도 어깨를 짓누르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리라. 국내 프로야구의 행정 실무책임자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최근 묵직한 감투 하나를 더 썼다. 통합 대한야구소프볼협회(KBSA) 실무부회장이라는 직책까지 떠맡아 프로야구와 아마추어야구를 한데 아우르는, 그야말로 한국야구의 거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디자이너로 뛰기 시작했다.

설렁설렁하지 못하고 꼼꼼히 챙겨야 하는 타고난 성품탓일까. 최근 그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양 부회장은 “챙겨야 할 게 너무 많다”며 긴 한숨부터 토해낸 뒤 “아마추어야구의 산적한 개혁과제들을 실효성있게 처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답게 정확히 맥을 짚어냈다.

야구에 대한 그의 예리한 통찰력은 김응용 협회장이 취임한 뒤 더욱 빛을 내고 있다. 아마추어야구의 발전은 프로야구와 유기적인 협력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해 프로-아마추어의 공조체제를 신속히 꾸렸다. 골 깊은 아마추어야구의 파벌싸움을 종식시키기 위해 유급 상임이사회 제도를 과감하게 폐지하고 위원회 중심의 새로운 협회 행정 시스템을 꾸린 것 또한 그의 작품이다. 이제 아마추어야구의 개혁은 양 부회장의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O 구본능 총재와 KBSA 김응용 회장도 양 부회장의 능력과 아마추어야구 개혁의지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3월 8일에는 아마추어야구 개혁의 첫 걸음도 뗐다. 프로-아마추어 야구의 업무 공조 TF 구성이 바로 그 첫걸음이다. 팀장 또한 양 부회장이 맡았다. 그는 “그동안 KBO는 창단 지원금과 인건비 등 연 20억원 가량을 KBSA에 지원했는데 KBSA의 재정고갈로 운영비로만 연간 10억원 이상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연간 30억원 이상을 지원하면서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면 그야말로 큰 문제”라고 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추어야구에 대한 강한 개혁의지를 나타냈다.

- KBSA 실무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KBO 사무총장 업무에다가 협회 부회장직까지 부담감이 크실텐데 맡게 된 소감을 듣고 싶다.

KBO 사무국의 실무를 총괄하다가 아마추어, 생활체육 야구 뿐만아니라 소프트볼까지 책임을 지게 됐다. 부담도 크고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다. 아마추어는 프로의 젖줄이기 때문에 일관되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서 프로야구의 뿌리를 튼실히 하고 싶다. 또한 야구라는 공통분모 아래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학생야구와 생활체육야구, 소프트볼까지 3개 단체가 통합이 됐는데 통합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는지?

서로 다르게 해오던 업무들을 하나로 통합하려고 하다보니 업무가 만만치 않다. 더구나 전신인 대한야구협회는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인 상태였고 생활체육이나 소프트볼도 여러가지 내홍을 겪었기 때문에 조직을 새로 정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개인적으로는 리틀야구팀을 창단해서 운영해본 경험도 있고, 대학시절 동아리 야구를 할 때 소프트볼 팀을 만든 적도 있다. 그리고 사회인야구도 30년 넘게 해왔기 때문에 사전지식과 동호인들의 어려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힘든 통합 작업 이지만 협회가 이제 어느정도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큰 그림을 그려나갈 계획이다.

- 프로와 아마추어의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다가 부회장께서 취임하신 이후부터 나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그 동안 공조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과거에는 협회의 회장이 새로 부임할 때마다 KBO에 대한 정보 전달이 잘못된 적도 있었고, 아마추어 쪽에서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으로 인해 피해의식과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취임하신 김응용 회장님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두루 경험하신 분이기 때문에 양쪽을 속속들이 잘 알고 계셔 큰 힘이 된다. 저를 협회 부회장으로 선임한 이유도 KBO에서 아마추어를 적극 지원하고 유기적인 공조체제를 구축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24시간 협력체제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대한야구협회 상임이사회를 없앤 배경은 무엇인가?

업무의 효율성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전개됐던 파벌싸움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리고 대한체육회에서도 가능한 상임이사회를 운영하지 말 것을 권장한 것도 고려했다. 그동안 협회는 상임이사에게 한달에 200여만의 월급을 지급해왔다. 이게 바로 자리를 놓고 치열한 파벌싸움을 벌이는 원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앞으로는 상임이사회 대신 전문성을 갖춘 위원회 중심으로 협회를 운영할 방침이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이 서울 양재동 야구회관의 벽면에 새겨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의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4.13.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KBO는 지난 2003년부터 아마추어에 대한 지원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는 KBO 내부에 아마추어 지원을 위한 육성팀이라는 별도의 부서까지 두고 있는데 그동안 아마추어 야구에 어떤 지원을 했나?

KBO는 지난 2003년부터 대한야구협회 금액 지원을 비롯해 고등학교 지도자 인건비 일부 보조, 프로출신 육성위원의 순회교육, 유소년 대회 개최, 유소년 티볼 지원을 포함한 물적·인적지원을 해왔다. 또한 구단들도 연고지역 학교에 용품 등으로 개별 지원을 해왔고, 신인 계약금의 10%를 선수의 출신중학교와 최종학교에 나눠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12년 부터는 새롭게 창단하는 학교에 3년간 초등학교 5000만원, 중학교 1억5000만원, 고등학교 4억원을 지원해 오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60억원 정도의 큰 규모다.

- 지원에 대한 효과는 어땠으며, 이를 토대로 한 중장기 발전방안은 무엇인가?

창단 지원 사업이 가장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KBO가 지원사업을 펼친 이후로 초등학교 5팀, 중학교 19팀, 고등학교 18팀 등 총 42개교가 야구부를 새로 창단하는 성과를 거뒀다. 육성팀에서는 이광환 위원장(전 LG 감독)을 비롯한 선수출신 육성위원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순회교육도 하고 지도자 및 학부모들과 간담회도 하고 있다. 또한 아마야구현황보고서, 유소년 투·포수 교본, 수비전술을 담은 다저스전법 번역본 등 유소년 야구 육성을 위한 도서도 여러 권 발간했다. 그러나 KBO가 유소년 야구를 실제로 관장하는 기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동안은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었고 정책적인 효과는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행정통합에 버금가는 체제가 구축됐기 때문에 좀 더 체계적으로 아마추어 및 생활체육 야구와 소프트볼에 대한 발전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 요즘 프로에 지명된 신인들 중에서는 훈련도 못해보고 수술대에 올라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마추어 선수 혹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추운 겨울에도 무리하게 훈련하는 관행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 KBO에서 신인투수 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적이 있는데 수술 경력이나 현재 통증이 없는 선수는 고작 4명에 불과했다. 그 당시 조사 대상자 들은 약 2개월간 진행된 겨울 훈련에서 하루 평균 162.5개의 공을 던졌고, 추운 날씨에 무리한 투구를 한 적이 있다는 선수가 응답자의 49%였다. 중·고교 야구팀은 3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주말리그를 앞두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1~2월에 자체 대회를 열고 있다. 비교적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대회가 열린다지만 야구경기를 하기에는 부적합한 날씨다. 특히 완전한 성장이 끝나지 않은 유소년 선수들에게 혹한기에 진행되는 무리한 훈련은 치명적인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2011년부터 고교야구 주말리그제가 도입되고 2014년부터 한 경기 130개 투구수 제한과 휴식일 의무화 제도 등 선수를 보호할 장치가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129개만 던지면 매일 던질 수도 있는 느슨한 규정으로 인해 프로야구에 데뷔하는 신인들 중에는 어깨와 팔꿈치가 건강한 투수를 여전히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 혹사를 막기 위해서 프로-아마 공조 TF를 만들고 여기에 팀장으로 실무적인 일까지 도맡았다. TF는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TF는 프로-아마 간 제도개선 및 유소년 야구 활성화를 위한 실무중심의 업무공조 협의체다. 그동안 아마야구에서 지적되어 왔던 고질적인 제도적 문제점들을 개선해서 학생야구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고, 생활체육과 소프트볼의 저변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KBO와 협회의 전담인력과 외부전문가들이 포함돼 있다.

- TF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토론을 했고, 논의된 결과는 무엇인가?

일단 경기력 향상 및 부상방지를 위한 연령대별 투구수 제한, 동계훈련 및 경기 금지, 트레이너 지원, 중학교 야구장 규격 축소 등이 있고 현재 8월에 진행하는 신인드래프트 일자를 조금 더 뒤로 늦추는 방안, 국가대표팀 통합 운영, 상비군 제도 도입 등과 같은 현안을 논의했다. 또한 학원야구의 공정성과 인성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지도자 교육프로그램 마련, 심판 체제 정비 등도 논의했다. 두번 정도 회의를 했었는데 다음 회의때는 각 주제별로 실행방안을 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 TF에서 논의된 내용대로라면 현장의 의견도 반영하셔야 할 텐데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

시행초기에 협회에서 마련한 제도와 현장에서 체감하는 의견의 차이는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앞에 얘기한 사안에 대해서 우선 5~6월 중에 지도자 간담회 및 공청회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서 나온 의견들을 기반으로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또한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 시행시기에 대해서는 일선 학교에서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사전에 예고를 해 점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야구 뿐만 아니라 소프트볼도 2020년 올림픽 정식종목이다. 메달이 걸려 있는 중요한 상황인데 대비책이 있는지? 또 소프트볼 자체가 국내에선 생소한 종목인데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소프볼의 경우는 저변이 너무 열악한 상황이다. 엘리트팀 이라고 해봐야 중학교 8개, 고교 10개, 대학 5개, 실업 5개 등 총 28개팀이 전부다. 이마저도 선수 인원이 부족해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소프트볼 인구는 약 1억 2000만 명이고 세계랭킹 1위인 일본은 소프트볼협회에 등록된 팀만 약 1만개, 공인심판은 약 10만 명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저변이 넓다. 이처럼 선진국에서는 소프트볼이 대중스포츠로서 널리 보급·발전돼 있다. 우리는 실업팀이 5개가 있기는 하지만 더 이상 추가 창단이 힘들기 때문에 소프트볼이야 말로 클럽스포츠로 활성화시켜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방송사들이 프로야구 중계에 집중하면서 고교야구 인기가 시들해 졌다. 중계 확대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그동안 고교야구 인기가 하락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선수들의 실력도 예전만 못해진 거 같다. 올해 프로야구에 입단한 고졸 선수들 중 넥센 이정후, 두산 박치국, 삼성 장지훈·최지광, LG 고우석, 롯데 김민수 등은 2~3년내에 팀의 중심이 될 대형 신인들이다. 그런데 올해 고교 3학년에 재학중인 선수들 중에 몇몇은 이들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프로 스카우트들로부터 받고 있다. 서울권만 놓고 봐도 휘문고 안우진은 주말리그 경기에서 최고 153㎞의 강속구를 뿌렸고, 배명고 곽빈과 선린인터넷고 김영준도 각각 148㎞와 146㎞의 빠른 공을 던졌다. 경기권에서도 야탑고 신민혁이 2014년 마산 용마고 김민우 이후 3년만에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나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보고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생들이 어느덧 이렇게 성장한 것이다. 고교 야구에 이 같은 대형 유망주들이 나타나면서 고교야구 주관 방송사인 IB스포츠는 최근 중계횟수를 늘려 지난 3월25일과 4월2일에 열린 주말리그 경기를 7경기나 중계하기도 했다. 고교야구가 1970년대 만큼의 인기를 얻기는 힘들겠지만 앞으로도 중계방송사와 협의해서 방송횟수를 늘리고 고교야구에 대한 홍보도 확대해서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마지막으로 아마추어야구를 사랑하는 학부모, 선수 및 일선에 있는 아마추어 지도자 분들에게도 부탁 말씀을 드린다면?

프로야구의 최종 소비자가 입장권을 구입해 관람하는 팬들이라면, 아마추어야구의 최종소비자는 선수 및 학부모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협회와 지도자 등은 아마추어야구의 최종소비자인 선수와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춰서 행정을 펼치고 지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부모님들께서도 당장은 힘들고 어려운점이 있더라도 야구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협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또한 일선에 계신 지도자분들께서는 선수들을 내 자녀, 동생, 조카라고 여기며 사랑과 관심으로 지도해 주셨으면 좋겠다.

jhkoh@sportsseoul.com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양해영 실무부회장

▲출생년월일=1961년 7월 2일

▲출생지=부산

▲출신학교=신일고~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스포츠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재학

▲경력=한국야구위원회(KBO) 입사(1988년)

국회의원 보좌관(1996~1998년)

KBO 기획과장, 홍보부장, 총무부장(1998~2006년)

KBOP 이사(2007년)

KBO 관리지원 부본부장(2008년)

KBO 사무차장(2011년)

KBO 사무총장(2012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실무부회장(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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