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9인조 아이돌 ‘제국의 아이들’(이하 제아)은 독특한 그룹이다. 팀의 인지도와 인기는 높지 않았지만 멤버 개개인의 역량과 인지도는 이를 뛰어넘는다. 가요 팬들에게 ‘믿고 듣는’ 팀은 아니었지만 예능과 드라마, 영화계에서 ‘믿고 보는’ 멤버들이긴 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멤버 박형식은 “팀 구성이 워낙 좋았다”며 전 소속사 스타제국 대표의 ‘안목’을 비결로 꼽았다.

제아는 2010년 가요계에 데뷔해 지난 2015년 베스트앨버 ‘컨티뉴’를 낼 때까지 한번도 팀이 제대로 떠 본 적이 없다. 아이돌의 존재 기반인 팬덤이 두터운 팀도 아니었다. 그러나 멤버 몇명의 인지도와 활약상은 최정상급 팀 부럽지 않다. ‘미생’의 임시완은 이미 연기로 정상의 반열에 올랐고, 최근 군입대한 황광희는 국내 예능의 최정점인 MBC ‘무한도전’ 정식 멤버 자리까지 꿰차며 예능돌로 확실히 입지를 굳혔다. 거기다가 최근 종영한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의 남자 주인공 박형식까지.

제아는 팀이 실패한 반면 왜 멤버별 각개 약진은 두드러질까. 최근 인터뷰에서 박형식은 “스타제국 신주학 대표님의 안목이 좋았던 것 같다. 멤버 9명 중 모난 사람이 한명도 없다. 그래서 서로 너무 친했다. 한 숙소에서 함께 놀고, 너무 행복했다. 이렇게 모든 멤버가 다 좋았던 것은 행운이기도 하지만 대표님의 보는 눈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자신이 ‘도봉순’으로 뜰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팀에서 먼저 뜬 건 예능의 황광희와 연기의 임시완이었다. 실제로 아이돌 팀 중에는 멤버 한두명이 먼저 떴을 경우 다른 멤버의 시기와 질투가 표면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박형식은 “멤버 중 그런 생각을 가진 이가 있었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거다. 모두 성격이 온순하고 착하다. 가끔 투닥투닥 다투긴 하지만 죽일 듯 싸운 적은 없다. 어떻게 보면 관계가 미지근해 보일 수 있지만 그래서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옆에 늘 제아 멤버들이 있다는 좋은 믿음이 있다. 멤버들끼리 얘기할 때 일 얘기는 잘 안한다. 먹고, 마시고, 놀러가는 이야기를 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박형식은 혹시 먼저 뜬 황광희와 임시완에게 질투를 느끼진 않았을까. “성격이 그래서인지 나는 나보다 앞서가는 이에게 시기나 질투를 느끼지 않느다. 달리기를 하면 옆에 사람에게 신경쓰기보다 내 기록에 초점을 맞추는 스타일이다. 광희 형, 시완 형이 궁금하긴 했다. 어떻게 잘 달릴 수 있는지. 잘되는 건 그 사람이 잘했기 때문이다. 옆에 있으면 보고 배울 수 있어 좋다. 저렇게 하면 잘되는구나 느끼고, 나대로 해보려 했다. 나는 목표를 정하면 스스로 채찍질하는 스타일이다.”

임시완은 박형식에겐 든든한 지원군이다. “촬영하며 느끼는 고민을 누구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데 속시원하게 솔직하게 내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형이다.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게 큰 행복이다.” 광희에겐 최근 큰 잘못(?)을 저질렀다. “광희 형 입대할 때 촬영중이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부재중 전화가 세통 와있더라. 다급하게 전화했을 때는 이미 입소한 후였다. 휴가 나왔을 때 후환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막막한데 고기라도 한번 사야 할 거 같다.”

박형식
박형식.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박형식은 최근 스타제국과 계약이 만료된 뒤 유아인의 소속사 UAA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광희는 지난 2월 추성훈과 친분으로 소속사 본부이엔티와 전속계약을 맺었고, 연기돌 임시완은 플럼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이로써 사실상 제아는 해체된 상황이다. 제국의 아이들 멤버 중 김동준은 최근 KBS 드라마 ‘빛나라 은수’ 종영 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문준영, 정희철, 케빈은 각자 작곡팀에 소속돼 음악 활동을 하고 있으며 군 복무 중인 김태헌, 하민우는 제대 후 활동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박형식은 향후 가수 활동을 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싱글 앨범을 내고는 싶은데, 발표하는 곡에는 내 진심을 담고 싶다. 작사·작곡 뿐 아니라 앨범 재킷 디자인에도 참여하고 싶다. 그런데 아직 작곡을 할 줄 모르고, 배우려면 시간이 걸릴 거 같다. 드라마나 영화 OST에 참여하거나 팬미팅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에 당분간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수와 배우, 각각의 분야에서 느끼는 매력은 어떻게 다를까. “무대 위에 섰을 때는 불이 꺼져있으면 앞이 안보인다. 우리가 등장했을 때 객석에서 들려오는 함성 소리를 들으면 온몸에 전율이 온다. 그 느낌은 잊을 수 없다.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그거다. 연기의 매력은 나의 세상에 스스로 빠져서 뭔가 만들고, 내가 느낀 감정과 표현을 대중과 공감하는 것이다. 이 감정이 상대방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전달되는 기쁨이 있다.”

박형식에게 아이돌 출신 배우들만의 장점을 묻자 “겁이 없다. 많은 팬들 앞에서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을 안다.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할 때 자신감이 있다. 몸을 다룰 줄 알고, 기본적인 끼가 있다”며 아이돌 출신의 자부심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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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식. 사진 |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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