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손흥민이 2일(한국시간) 영국 번리 터프 무어에서 끝난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번리 원정 경기에서 후반 32분 델레 알리의 패스를 받아 왼발 추가골에 성공하고 있다. 캡처 | 토트넘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차라리 벤치에서 출발하는 게 더 나을 뻔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도박에 가까운 선택은 부메랑이 돼 손흥민(25·토트넘)에게 역효과가 났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4강 첼시와 경기에서 생애 처음으로 ‘윙백’ 포지션에 섰으나 후반 23분 교체로 물러나며 팀의 2-4 완패를 바라봐야 했다.

최근 4-2-3-1 포메이션을 앞세워 8연승 행진을 달린 토트넘. 이날 만큼은 다시 스리백으로 돌아섰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1월5일 첼시를 2-0으로 누르고 상대 최다 연승 기록을 13경기에서 멈췄을 때 효력을 본 기억을 더듬었다. 문제는 손흥민이었다. 올 시즌 스리백과 포백을 넘나든 포체티노 감독은 스리백 체제에서 손흥민을 벤치에서 앉혔다. 포백보다 상대적으로 정통 ‘윙어’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윙백 수비수의 공격 가담이 핵심인 전술인만큼 손흥민에겐 선발 기회가 자주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달 프리미어리그에서만 4경기 5골, FA컵 포함 6경기 8골을 몰아치는 손흥민의 기세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례적으로 공격수 손흥민을 왼쪽 윙백에 포진, 전방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렉센 지원 사격조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명백한 실패다. 스리백에서 윙백은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확실한 능력을 지녀야 한다. 프로 데뷔 이후 윙백에 한 번도 서보지 않은 손흥민은 FA컵 4강전, 그것도 상대 팀이 첼시인만큼 초반 허둥지둥댔다. 평소처럼 공격에 힘을 주다보니 수비로 돌아설 때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전반 30분이 지나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의 애매한 포지션을 의식한 듯 왼쪽 수비수 얀 베르통헌에게 오버래핑을 지시, 손흥민을 공격에 집중하도록 유도했으나 뒤늦은 선택이었다. 손흥민은 공격과 수비 어느 한 곳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고 1-1로 맞선 전반 42분 상대에 페널티킥을 내줬다. 첼시 빅터 모제스 공격가 토트넘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으로 파고들 때 손흥민이 태클을 시도했고, 모제스가 넘어지면서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 판정은 영국 전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이브닝스탠다드’는 ‘모제스와 손흥민 사이엔 전혀 접촉이 없어 보였다’며 마틴 앳킨슨 주심의 판정에 아쉬워했다. 손흥민 역시 매우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23분 손흥민 윙백 실패를 인정, 카일 워커를 투입해 기존 스리백 체제에서 주전조를 갖췄다. 그러나 이미 경기 흐름은 첼시에 넘어가 있었다. 토트넘은 이후 두 골을 더 허용하며 완패했다. 영국 ‘런던 스탠다드 이브닝 뉴스’도 포체티노 감독 전략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3-4-2-1 포메이션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으나 최근 6경기 8골을 넣은 손흥민을 어떻게 빼지 않을 수 있을까, 그의 선택은 윙백 배치였다’며 ‘손흥민은 활발했으나 포체티노의 도박은 전반 막판 역효과를 냈다’며 페널티킥 상황을 설명했다.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 역시 페널티킥 상황을 두고 트위터 여론을 묶어 소개했는데 ‘모제스는 범죄자’, ‘모제스는 올림픽 다이빙 종목 금메달감’이라며 비난 글이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이날 패배로 팀과 손흥민의 오름세가 동시에 꺾였다. 리그 역전 우승을 노리는 토트넘엔 씁쓸한 결과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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