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인터뷰9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아이돌 2PM의 멤버로 무대 위에서 거친 매력을 뽐내던 ‘짐승돌’로 연예 생활을 시작해 영화 스물의 생활력 강한 ‘동우’를 거쳐 드라마 속 악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배우 이준호(27).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연기돌’이라는 수식어 앞에 ‘연기 잘하는’이라는 첨언이 붙기 시작했다.

최근 지상파 수목극 시청률 1위로 화려하게 마무리된 KBS2 ‘김과장’에서 서율 이사 역을 맡았던 이준호는 입체감 넘치는 악역 캐릭터, 맛깔스러운 먹방 연기로 호평받았다.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김과장’ 종영 인터뷰에서 이준호는 “악역을 해보고 싶던 찰나에 ‘김과장’ 대본을 보게 됐다. 2PM 그룹, 일본에서의 솔로 가수 활동 등으로 일년에 한 작품 정도 밖에 못하는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었다. ‘김과장’에서 서율이 어떤 악역일지 궁금했다”고 처음 악역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극중 그에게 시청자들이 붙여준 별명은 ‘먹쏘(먹보 쏘시오패스)’다. 그처럼 ‘식탐’이 있는 악역을 맡기 위해 그는 두세달 동안 ‘일일일식’을 했다. “처음 감독님과 드라마 미팅을 하는데 촬영 3개월 내내 음식을 많이 먹겠구나 싶더라. 체중 감량을 해놔야 할 것 같아서 연습과 촬영 기간 두세달 동안 하루 한끼를 먹었다. 10회 분량을 찍을 때까지는 일일일식으로 버텼는데, 나중엔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라. 2달간 5㎏을 뺐다. 결과적으로는 잘 한 것 같은데 배가 고팠다.”

이준호 인터뷰3

또 집밖에 나가지 않고, 촬영장에서도 다른 이들과 가능하면 말을 섞지 않았다. 악인의 고독을 평상시에도 느끼려는 의도였다.

“처음엔 완전한 악역을 꿈꿨다. 회생 불능의 쓰레기 같은 인간을 연기해 보고 싶었는데 사전 미팅 때 감독님, 작가님이 나중에 조금 자기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는 악인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악인 연기가 조금 힘들더라. 무게감, 긴장감을 가져야 하고, 행동의 개연성도 중요했다. 고민하다가 다차원적인 악인을 연기해보자고 생각했다. 이번엔 촬영할 때 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서율’이라는 캐릭터로 빙의되려고 노력했다. 감정 소모가 컸는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현장에서 감독님과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빼곤 말을 줄였고, 평상시에도 밖에 안나가고 집안에서만 지냈다.”

2PM으로 2008년 가요계에 데뷔한 이준호는 10년차 베테랑 아이돌 가수이고, 5년째 연기자 생활을 병행하고 있지만 출연 편수는 많지 않다. 영화 ‘감시자들’(2013년), ‘협녀, 칼의 기억’, ‘스물’(이상 2015년)에 출연했고 드라마는 이번 ‘김과장’이 ‘기억’(2016년) 이후 두번째다.

“영화 ‘감시자들’은 신인이 데뷔하기에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2시간 러닝타임 중 내가 나온 건 7분 정도였는데, 캐릭터도 좋았고, 임팩트도 있는 역할이었다. 설경구, 정우성 처럼 멋있는 선배들 사이에서 내가 얼마나 보일까 궁금해서 도전했다. 이병헌, 전도연 선배와 ‘협녀’를 찍을 때도 행복했다. 사실 나는 2PM 데뷔 때도 단숨에 주목받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튀는 외모나 예능감을 가진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내 분수에 맞는 캐릭터를 찾고 싶었다.”

‘김과장’을 통해 가수로서 인기와 또다른 느낌의 주목도와 인기를 실감했다는 이준호는 “이제는 공격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싶다. 지상파 TV 드라마가 잘돼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2PM 멤버로 인기를 얻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 다음 작품은 아직 못 정했는데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다. ‘김과장’은 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됐고, 더 많은 작품을 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배우로 두각을 나타내는 상황이지만 그는 자신이 배우이기 이전에 ‘2PM 멤버’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

“2PM 데뷔 초에는 멤버 중 나혼자 개인 활동이 별로 없어서 다른 멤버들에게 짐이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이제 짐이 아니라 함께 나아갈 계기를 찾은 거 같아서 나 자신이 떳떳하고 즐겁다”는 이준호는 “내 간판은 2PM이다. 2PM과 일본에서의 솔로 활동을 겸하면서 비는 시간에 연기를 하는 게 5년째인데 확실히 체력적으로는 힘들다. 하지만 우선순위에서는 2PM이 무조건 먼저다. 시작도 2PM으로 했고, 내 본업이다. 우선 순위는 2PM이 먼저이지만 연기를 하는 기간에는 최대한 연기에 집중하고 노력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가수로서는 2PM 멤버로 멋있는 음악을 하고 싶고, 솔로 가수로서 도전하고 싶은 음악도 있다. 연기는 내 자신이 떳떳할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 믿고 듣는 가수,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게 결국 가수로, 배우로 최고의 성공이 아닐까?”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