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길에 오른 해맑은 아이들을 제주항에 ‘무사히’ 내려줘야 했을 세월호가 3년 동안 차가운 바닷속에서 정처를 잃다가 ‘앙상한 선체 형태만’으로 목포 신항에 기착하게 됐다.

세월호 선체 전부가 수면 위로 부상함에 따라 선박 내부에 남아 있는 바닷물을 빼내는 배수와 잔존유 처리 작업에 필요한 2∼4일, 목포 신항까지 하루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28∼30일 목포 신항에 도착한다.

세월호가 선적된 반잠수식 선박에서 목포 신항까지 거리는 87㎞다.

세월호는 맹골도, 동거차도, 서거차도를 오른쪽에 두고 항해하다 가사도와 진도 사이 해역을 통과해 목포 신항에 도착한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단원고 학생이 전남소방본부 119 상황실에 “배가 기울고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로 처음 신고했던 침몰지점인 ‘아픔의 장소’인 맹골수도도 스쳐 지나간다.

경비정 4척이 세월호 앞뒤로 호위하고, 기름 유출에 대비해 방재선도 세월호 뒤를 따른다.

2014년 4월 15일 저녁 9시 인천항을 출발해 다음 날 오후에 제주항에 도착했어야 할 세월호가 3년 전 항해 노선을 뒤로하고 뭍(항구)으로 올라올 날도 머지않았다.

단원고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일반승객 104명 등 476명을 태우고 푸른 바다를 항해하다 304명(사망자 295명·미수습자 9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애초 기착지인 제주항이 아닌 목포 신항에 도착하게 되지만 정확한 침몰 원인과 진상 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절대 이동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선원들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맹골수도 40m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만 승객들의 ‘흔적’을 목포 신항에서 찾을 수 있기를 희생자 가족은 염원하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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