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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 제공 | 대한축구협회

[창사=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순풍을 타고 안정적인 항해를 이어가느냐. 아니면 급류에 휘말려 거친 물길을 힘겹게 헤쳐나가느냐. 축구 국가대표팀 ‘슈틸리케호’ 앞에 놓인 러시아로 향하는 물길이 중국 창사에서 갈리게 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3일 8시 35분(한국시간) 중국 창사의 허룽 스타디움에서 중국을 상대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을 치른다. 현재 2위에 올라있는 한국이 승리를 거두면 승점 13이 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티켓 확보에 유리한 입장이 된다. 중국을 격파하기 위해 슈틸리케호가 풀어내야할 숙제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해결 못할 난제도 아니다.

◇공격카드 총동원, 광저우 헝다 수비진 깨라

지난 해 9월 서울에서 치른 최종예선 1차전 당시 한국은 측면에서 공격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중국을 몰아세웠다. 풀백의 오버랩으로 상대를 긴장시키면서 크로스에 이은 문전에서의 슛으로 골문을 위협했다. 당시 중국은 파이브백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스리백 수비를 택했음에도 측면방어에 애를 먹었다. 중국 사령탑이 마르셀로 리피 감독으로 바뀌었고 포백을 기반으로 전술이 변화했는데 수비진의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헝다를 이끌었던 리피 감독은 헝다에서 가장 많은 7명의 선수를 호출했다. 정청 골키퍼를 비롯해 펑샤오팅 장린펑 메이팡 등 수비수와 수비적인 스타일의 미드필더 황보원과 정쯔까지 한국을 상대하는 중국의 수비라인은 광저우 헝다 선수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중국이 공격적으로 올라설 때 생기는 후방의 뒷공간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활동량이 많은 이정협과 지동원이 상대 수비를 교란하고 적극적인 돌파와 중거리슛에 능한 구자철과 남태희 등이 수비수를 끌어내면 좋은 득점기회를 만들 수 있다. 수중전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상대의 힘을 빼놓은 후반전에 빠른 황희찬과 높이가 좋은 김신욱을 활용해 단순하면서도 위협적인 공격을 펼칠 수도 있다.

◇중국 공격력 두렵지 않다…수비실수를 줄여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중국 슈퍼리그는 주로 해외 톱클래스의 공격수들을 영입했다. 중국 공격수들이 외국 선수들에 밀리면서 공격진에는 파괴력있는 자원이 많지 않다. A매치 90경기를 뛴 가오린과 최근 각광받는 우레이가 있기는 하지만 가오린은 선발보다는 조커로 활용되는 모양새고 우레이는 지난 21일 공식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 위하이와 황보원도 호텔에서 따로 훈련을 진행했다. 중국 매체는 ‘큰 부상은 없다’고 보도했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리피 감독의 첫 공식전이었던 지난해 11월 카타르전에는 우레이와 A매치 경험이 적은 스무살의 유럽파 장위닝이 선발로 나섰지만 소득이 없었다. 교체로 투입된 가오린과 유다바오도 골을 터뜨리지는 못했다.

한국이 중국과 치른 지난 1차전에서는 수비진에서의 결정적인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당시 3-0으로 앞서다가 2골을 따라잡혔는데 집중력이 흐트러진 경기 후반부 위험지역에서의 클리어링 실수와 불필요한 파울이 빌미가 됐다. 이번 중국과 경기에서는 수비진의 구성이 변화한 가운데 주장 기성용을 필두로 한 유기적인 수비가 관건이다. 중국 선수들의 특성을 잘 아는 중국파 홍정호와 장현수 정우영 등의 역할이 중요할 전망이다. 기성용은 “중국이 강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수비 쪽에 신경을 쓰면서 실수가 나오지 않게 해야 실점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응원 분위기, 압도 당하지 마라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아직 창사에서는 그로 인한 위협요소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어 다행스럽지만 축구 경기가 열리는 당일 경기장 분위기는 분명 태극전사들에게 위압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허룽 스타디움은 4만여석의 좌석에 입석을 더해 총 5만 5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중국 공안이 안전상의 이유로 좌석의 80%만 판매하도록 허용해 3만1000명이 들어찰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미 티켓은 매진됐다.

경기장 주변에는 지난 21일부터 표를 사려는 사람들과 수십 배까지 가격을 높인 암표를 팔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북적거리고 있었다. 중국 팬들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공안 당국은 경기 당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1만명이나 되는 병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250석 규모로 꾸려질 한국 응원단 구역은 200여명의 경찰을 배치해 중국 팬들과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생각이다. 흰색 유니폼을 착용하는 한국이 중국의 붉은색과 노란색 틈에서 고군분투하게 될 수 있다. 태극전사들은 “상대팀의 많은 관중이 부담되진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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