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느강을 달리다

출발. 경쾌한 엔진 소리와 함께 프랑스 도로에 진입했다. 연료가 거의 바닥이라, 우선 얀이 알려준 인근 주유소에 들러 녹색 노즐을 뽑았다. 그리고 휘발유로 탱크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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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 핸들을 잡은 남편의 모습에서 조금씩 긴장감이 사라지며 편안함이 묻어난다. 내 몸을 잡아주는 시트의 느낌도 좋다. A1 고속도로를 지나 시내로 진입하니 저 멀리 에펠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가갈수록 커지는 거인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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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고 있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는데, 에펠탑은 감정없이 무뚝뚝하게 그냥 서 있는 느낌이다. 열린 창문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뒷 자리의 딸아이는 졸립다고 하더니 잠이 들었다.

에펠탑 아래를 흐르는 세느강이 눈에 들어온다. 반짝이는 강물은 춤추고 노래하며 윙크한다. 나도 눈이 부셔 윙크로 답했다. 물결은 피아노 치듯 햇살을 받으며 흘러간다. 첫 인상이 중요한데, 세느강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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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을 따라 에펠탑 근처의 숙소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어 기다리던 남편이 주차를 마치고, 23층 방으로 올라오자 다같이 라면과 햇반, 그리고 김치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창문 너머로는 서쪽으로 지는 해가 강물과 도시의 색을 바꾸고 있었다.

모든 것은 하나부터 시작한다. 한 곡의 노래가 순간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고, 한 번의 웃음이 우울함을 날려 보낼 수 있다. 한 가지 희망이 정신을 새롭게 하고, 한 번의 손길이 마음을 보여 줄 수 있다. 한 개의 별이 바다에서 배를 인도 할 수 있고, 한 번의 악수가 영혼에 기운을 줄 수 있다. 한 송이 꽃이 꿈을 일깨울 수 있다. 한 사람의 가슴이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 수 있고, 한 사람의 삶이 세상의 차이를 가져다 준다. 모든 것은 하나부터 시작한다.

-탁닉한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중에서.

아무리 먼 곳이라도 한 걸음에서 시작한다. 태풍도 나비의 날갯짓에서 시작한다. 정해져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아니 너무 정해진 것들이 많아 일정한 틀을 벗어나고 싶은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행을 막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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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숙소에서 바라본 세느강 풍경과 파리의 모습.  

1년을 내다 보고 시작한 여정에 대해 두 가지 시선이 엇갈린다.

‘부러움과 일탈’

1년 뒤의 우리가 어떤 모습일지, 다시 돌아갈 곳이 어디일지에 대한 걱정은 분명 있다. 그러나 인생의 계산법은 산수와 다르다고 하지 않나? 뺄셈이 결국 덧셈이 되기도 한다!

1년의 일탈이 가져올 것에 대한 계산은 잠시 내려놓기로 한다.

이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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