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삼진 김태균 \'속았다\'
지난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WBC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가 열렸다. 김태균이 3회말 2사 2루 헛스윙 삼진아웃을 당하고 있다. 2017. 3. 6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이대로는 안 된다. 국제대회 경쟁력 향상은 물론, 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스트라이크존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야구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확실한 과제를 떠안았다.

한국은 지난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1라운드 A조 개막전인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경기 초반부터 이스라엘 선발투수 제이슨 마르키스를 상대로 침묵하며 고개를 숙였다. 마르키스의 싱커와 체인지업에 고전했다. 경기를 지켜본 차명석 본지 객원기자는 “전반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이 우리보다 넓었다. 특히 위 아래가 그랬다. 우리 타자들이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스트라이크와 비슷하면 배트가 나가야 했다. 무브먼트도 좋아 범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선 메이저리그 7년차 심판 브라이언 나이트가 구심을 맡았다.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투수 대부분이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애를 먹는다. 지난해 LG 유니폼을 입었던 스캇 코프랜드는 “미국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낮은 공이 한국에선 볼이 된다. 핑계를 대기는 싫지만 한국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기가 정말 어려웠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싱커가 주무기인 코프랜드는 한국에서 끝내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시즌 도중 짐을 싸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외국인 스카우트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싱커볼 투수 영입은 위험부담이 크다. 미국 스트라이크존은 위 아래가 넓은데 우리나라는 좁다. 외국인투수를 영입할 때 한국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할 수 있을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전에서 마르키스의 싱커와 체인지업은 KBO리그에선 볼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타자들이 여러모로 까다로운 투수를 만났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2014년부터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스피드 업을 위해 여러가지 규정을 신설하고 있으나 큰 효과가 없다. 투수들이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하며 경기가 3시간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에는 규정타석을 소화한 선수들의 평균 타율이 0.312에 달했다. 타율 0.300을 넘긴 타자도 40명에 육박했다. 선수들도 “요즘에는 3할을 쳐도 자랑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웃는다.

타고투저 원인이 타자들의 기량 발전이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좁은 스트라이크존을 꼬집는다. SK 염경엽 단장은 지난해 12월 윈터미팅에서 “좋은 투수는 심판이 만들기도 한다”며 타고투저의 원인이 좁은 스크라이크존이라 주장했다. 덧붙여 염 단장은 심판진에 스트라이크존 확대와 정확한 볼 판정을 요구했다.

LG 양상문 감독도 “타고투저 현상에서 벗어나려면 스트라이크존 확대와 마운드 높이 조정 등이 필요하다. 지금 환경에선 투수들이 성장하기가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BC는 ‘야구의 세계화’를 모토로 삼고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 야구 스트라이크존은 세계 야구 규정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 야구가 외딴 섬에 갇히지 않기 위해선 스트라이크존 조정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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