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네덜란드, 6회에도 투런포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WBC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가 열렸다. 네덜란드 오뒤버르가 6회말 2사1루 좌중월 홈런을 날린 후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7. 3. 7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한국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예선에서 2연패하며 예선탈락의 위기에 처했다.

한국은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1라운드 A조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로 치욕적인 완패를 당했다.

국제야구계에 생소한 이스라엘에 덜미를 잡힌데 이어 네덜란드에도 완패를 당해 2013WBC 1라운드 첫 경기 패배 설욕에 실패했다. 강팀도 약팀에 언제든 잡힐 수 있을 수 있는, 의외성을 지닌 게 야구라고 하지만 한국은 투타에서 무기력한 경기로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문제는 이런 결과가 이변이나 의외성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데 있다. 그동안 양적으로 성장한 프로야구의 흥행성공과 소수정예로 출전해 선전한 국제대회 호성적에 가려진 한국야구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보는 게 냉정한 판단으로 여겨진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잘못 됐을까. 이전 WBC대회 성공과 실패를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첫 대회인 2006 WBC에서 6승1패의 기적적인 성공으로 4강 신화를 일궈냈다. 도전자의 자세로 임한 한국대표팀은 동서양 야구를 적절히 혼합한 한국특유의 야구로 4강 쾌거를 달성했다. 동양야구 특유의 섬세한 스몰볼로 씨줄을 만들고 미국프로야구 스타일의 빅볼을 날줄로 엮어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야구를 세계 만방에 알렸다.

당시 한국은 메이저리거 박찬호 김병현 김선우 서재응 봉중근 최희섭과 미·일야구를 경험한 구대성,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이승엽과 이종범 등 전·현직 해외파와 오승환 박명환 손민한 이병규 박진만 진갑용 등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똘똘 뭉쳐 일본을 연거푸 꺾고 야구종주국 미국까지 침몰시키며 선전을 거듭했다.특히 메이저리거의 활약이 컸는데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박찬호는 전성기가 한참 지났지만 일본프로야구를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보며 자신감 충만한 피칭으로 한국의 4강 입성에 선봉장이 됐다.

[SS포토] 이대호, 설마...또 투런 홈런을....?
네덜란드 야구 대표팀의 란돌프 오뒤벌이 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 A조 한국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앞선 6회 투런 홈런을 쳐낸 뒤 그라운드를 돌며 이대호를 스치고 있다. 2017.03.07.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2009 WBC에는 해외파가 대부분 빠졌지만 국내프로야구에서 자생한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등 영건들과 이용규 정근우 김태균 박진만 등 야수들이 똘똘 뭉쳐 첫 대회보다 더 좋은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올렸다.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성장한 젊은 선수들이 한국대표팀의 주축으로 떠올라 한국야구의 힘을 만방에 과시했다.

2009 WBC 선전의 비결 중엔 국내프로야구에서 수년간 라이벌을 형성하며 한국 야구의 성장을 이끌어낸 SK 김성근(현 한화) 감독과 두산 김경문(현 NC) 감독의 역할이 컸다. 두 팀은 공격적인 수비와 기동력에 스몰볼과 빅볼의 대결로 국내 프로야구를 한 단계 성장시켰고, 타팀들도 경쟁적으로 이 대열에 동참해 수준의 업그레이드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후 국내프로야구는 타고투저 기조아래 성장이 정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명 ‘빅3’로 일컬어진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이 출현한 뒤 10년이 넘었지만 그 뒤를 잇는 투수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타자들은 국내프로야구의 현미경처럼 좁은 스트라이크존과 평균적으로 허약한 투수력 덕을 보며 외형적으로는 타격기량이 성장한 것처럼 보였지만 우물안 개구리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웬만큼 수준급 이상 투수들이 나왔을 때는 맥을 못 추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이전까지 한국의 전매특허나 다름 없었던 기동력과 작전에 의한 스몰볼야구가 더 다듬어진 것도 아니었다.

KBO 기술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인식 대표팀 사령탑은 이미 2010년대부터 국내프로야구의 정체현상과 타고투저 기현상에 대해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이 구성되기 전에도 국내프로야구의 타고투저 현상에 대해 “조금 던지는 투수가 나오면 못친다. 결국 만만한 공을 공략해 타율과 홈런을 올렸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만큼 거품이 많이 끼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운집한 대표팀이지만 막상 경기에서는 기대 이하로 무기력했다.

물론 2006년과 2009년 대회와는 달리, 대표팀 구성단계부터 난항을 겪었다. 대표로 뽑힌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과 팀내 사정으로 고사했는데 개인 사정이 있다고 해도 태극마크 아래 하나로 똘똘 뭉쳤던 이전 대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1982년 출범한 국내프로야구는 10개구단으로 늘었고, 800만 관중시대를 돌파했다. FA선수의 몸값을 100억원을 훌쩍 넘기는 시대가 됐다. 외형적으로는 선진야구 부럽지 않은 성장을 했지만 선수의 실력과 경기력까지 성장했는지는 냉철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2연패를 당한 한국은 도쿄라운드 진출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쓴 약은 보약이 된다. WBC 2회 연속 쓴 맛에 좌절할 게 아니라 이 기회에 뭐가 문제였는지 차분히 되돌아보고 다시 성장의 동력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whit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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