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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종합경기장에서 15년 만에 K리그 클래식 경기가 지난 5일 열린 가운데 2만여 관중이 지켜보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SS포토]전주종합경기장에서 \'호남더비\' 시작합니다!
5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개막전 전북-전남전 킥오프와 함께 축포가 터지고 있다. 전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SS포토]결승골 전북 김신욱, \'기쁨을 팬들과 함께!\'
전북 김신욱이 5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전남과의 개막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은 뒤 관중석 쪽 트랙을 달리고 있다. 전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2002년 4월 28일은 전주종합경기장이 전북의 홈구장 소임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날이다. 한·일 월드컵 개막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는데 그 시점에 열린 리그컵(2002년엔 정규리그를 월드컵 이후인 7월부터 했다)를 끝으로 K리그와 인연이 끝난 낡은 경기장들이 꽤 많았다. 거꾸로 해석하면 한·일 월드컵이란 이벤트는 프로축구 경기장 역사에도 큰 전환점이었다는 얘기다. 당시 프런트로 일하다가 2009년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옮긴 뒤 최근 단장으로 부임하며 전북 구단에 다시 온 백승권 단장은 “그 땐 조명탑이 없어서 주간 경기는 전주에서 하고 야간 경기는 익산에서 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라북도와 구단이 절반씩 돈을 내 조명탑을 설치해서 어느 정도 운영하다가 월드컵 뒤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갔다”며 감회에 젖었다.

그렇게 수명을 다 한 줄 알았던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지난 5일 K리그 클래식 전남과의 올시즌 홈 개막전이 열렸다. 공교롭게 또 하나의 월드컵인 ‘U-20 월드컵’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라 보수공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전주종합경기장에서 5월까지 7차례 홈경기가 예정된 것이다. 전북은 대체 구장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옛 전주성(전주성은 전북 홈구장을 가리키는 별칭이다)’을 낙점하고 개막전 뚜껑을 열었는데 반응이 대단했다. 물론 낡은 경기장이다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육상 트랙이 있어서 축구전용경기장의 생동감도 덜했다. 그럼에도 2만935명이 찾아 원정석을 제외하고 꽉 들어찬 관중석 분위기는 뜨거웠고 특히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경기장의 맛과 멋이 살아났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젊은이들의 함성(바로 옆에 고속버스터미널과 전북대가 있다)도 특별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이 디지털 같다면 전주종합경기장은 아날로그의 감성을 전달받을 수 있는 무대였다. 경기 후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정문에 1000여명은 되어보이는 인파들이 몰려들어 선수들 사인을 받고 함께 촬영했기 때문이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도 경기가 끝나면 많은 팬들이 운집하지만 열기만 따져본다면 이번 개막전 후가 훨씬 후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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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전남 맞대결이 끝난 뒤 팬들이 정문 앞에서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주 | 김현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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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전남 맞대결이 끝난 뒤 팬들이 정문 앞에서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주 | 김현기기자

축구 역사가 깊은 유럽을 보면 명문팀 경기장이 대부분 주택가나 상가 사이에 있었다. 지금도 첼시나 토트넘 QPR 등 런던 연고 구단들은 외곽으로 가는 것보다 현 경기장이 서 있는 곳에서의 증축이나 신축을 원한다. 다만 K리그는 월드컵경기장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2002년 전후로 다소 인위적으로 도심을 떠나게 된 구단들이 많다. 지난 5일 전주종합경기장의 전북-전남전은 ‘사람과 소비가 많은 곳’을 K리그가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 케이스로 볼 수 있다. 평균 관중 ‘마의 8000명’을 넘어 1만명 시대를 꿈꾸는 K리그 클래식의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전북 측에선 이번 개막전에서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하면 1년에 2~3차례 전주종합경기장에서 홈 경기를 치르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막상 현실화될지는 또 모르지만 그런 견해를 전한 것 자체로도 이번 경기가 준 인상이 깊었다는 뜻이다. 팬들 사이에선 전주시내에 2만5000명 정도 들어가는 전용축구장이 세워지면 얼마나 좋을까란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백 단장은 “개막전 뒤 직원들에게 전주월드컵경기장까지 걸어서 가보자고 제안했다(두 경기장 사이는 8㎞ 정도 된다). 일본 최고 인기를 달리는 우라와 팬들은 홈구장인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가 전주월드컵경기장보다 더 외곽에 있지만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1~2시간도 걷는다고 한다. 우리도 답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사람들 모인 곳으로 찾아가는 것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도 모두 좋다. 지난 15년간 전북 구단이 상전벽해처럼 발전하다보니 생긴 행복한 고민이기도 하고 넓게 보면 K리그를 위한 건강한 고민도 될 것 같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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