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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장거리 간판 이승훈이 23일 일본 오비히로 포레스트 오벌에서 끝난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하고 있다. 오비히로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seoul.com

[오비히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희한하게 몸 상태가 좋네요.”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를 새로 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장거리 간판 이승훈(29·대한항공)은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승훈은 23일 일본 오비히로 포레스트 오벌에서 열린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앞서 5000m와 1만m,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따낸 그는 주종목인 매스스타트까지 휩쓸면서 4관왕을 차지했다. 전날 1만m 우승으로 동계아시안게임 통산 6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안현수(빅토르 안)이 보유하던 한국인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5개) 기록을 경신한 그는 7번째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이는 동·하계 아시안게임을 합쳐 한국 스포츠사의 기념비적인 일이다. 이제까지 하계 아시안게임에서 최다 금메달을 기록한 이는 서정균(승마)과 양창훈(양궁) 박태환(수영)으로 모두 6개다. 이승훈이 매스스타트까지 금메달을 따내면서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보유자가 됐다.

- 4관왕 축하한다. 새로운 역사를 썼는데.

기쁘고 영광스럽다. 어제 2경기를 잘 치르면서 오늘 자신감을 더 가졌다. 매스스타트는 후배들이 도움을 줘서 4관왕하는데 힘이 된 것 같다. 아시안게임에서 끝나지 않고 이런 성적이 평창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 대회 직전 정강이 부상으로 우려가 컸는데.(지난 10일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때 오른쪽 정강이를 자신의 스케이트날에 베이는 부상을 입었다. 8바늘을 꿰매는 응급처치를 받았고 이후 제대로 훈련도 못했다)

사실 부상을 당한 뒤 시즌을 접었다. 통증이 심했다. 그러나 사흘이 지나니까 통증이 없어졌고 스케이팅을 할 수 있겠다고 여겼다. 애초 팀추월과 매스스타트만 생각하고 아시안게임 출전을 결정했다. 5000m와 1만m는 욕심내지 않았고, 금메달도 바란 게 아니었다. 사실 나도 놀랐다. 의외로 몸이 좋더라. 최근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면서 몸 상태가 좋았는데 지금까지 잘 이어진 것 같다.

이승훈 부상부위
최근 세계선수권에서 정강이를 다친 뒤 8바늘을 꿰맨 이승훈이 부상 부위를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오비히로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이승훈 부상부위
최근 세계선수권에서 정강이를 다친 뒤 8바늘을 꿰맨 이승훈이 부상 부위를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오비히로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 전날 장거리 2경기를 뛰었는데 힘들지 않았나.

내가 1만m를 뛰면 기록이 좋든 안좋든 몸살 기운이 늘 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 상태가 멀쩡하더라.(웃음) 이번 대회엔 희한하게 몸이 좋다.

- 한국 나이로 서른인데 체력 관리 비결은.

어릴 때보다 더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전명규 교수께 배웠지만 그 분은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다. 더 하라면서 끌고가는 스타일이다. 그런 분이 계셔서 이 나이에 체력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다. 유럽 선수를 생각해봐도 잘 하는 선수는 나보다 나이가 더 많다. 나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지금 기록도 밴쿠버 올림픽 직전보다 더 좋다. 자신감을 갖고 평창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 팀추월에선 본인이 희생했다면 매스스타트에선 후배들의 희생이 돋보였는데.

매스스타트도 팀추월 못지 않게 팀워크가 좋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이진영 김민석 두 후배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평창에서 더 힘을 합쳐 일 내겠다.

- 김민석 김보름 등 이승훈을 바라보고 성장한 선수에게 강조할 점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강한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체력도 안 된다. 평범한 선수가 될 것이다. 넘버 원이 될 수 없다. 어느 수준이 도달했을 때 지도자가 얘기하는 것에 대해 반박하거나 내 생각을 주입하게 된다. 그런 것을 참아야 한다. 일관하게 초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 강한 훈련이란.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니다.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후배들도 잘 안다. 알면서도 잘 안되는 게 있는데 본인들의 몫이다.

- 이젠 자기 자신과 싸움인 것 같은데.

네덜란드 등 유럽에 뛰어난 경쟁자가 많다. 보고 배우는 게 있고 내가 가진 장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창에서 네덜란드 선수에게 내가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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