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겸 윤성효
윤성효(왼쪽) 김해시청 감독과 최윤겸 강원FC 감독이 13일 부산 기장군 월드컵빌리지에서 열린 양 팀 연습경기 전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기장(부산)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기장(부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FA컵 때 프로팀 조심하라하이소~”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는 여전히 친근했다. 올해 내셔널리그 김해시청 신임 사령탑으로 변신한 윤성효(56) 감독은 기대 이상의 수준을 지닌 선수들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13일 부산 기장군 월드컵빌리지에서 열린 강원FC와 연습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그는 “내셔널리그에 온 뒤 우리 팀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다”며 “경기 템포도 내가 느끼기엔 프로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수원삼성 부임과 함께 K리그 사령탑에 데뷔한 그는 첫해 FA컵 우승을 이끌었고 라이벌 FC서울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13년 부산 시절엔 극적으로 상위 스플릿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또 팬 마케팅에도 적극적이었는데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로 불리면서도 목소리를 실어 지역 내 지하철 안내원으로 변신하는 등 반전 매력을 뽐냈다. 팬 사이에서 ‘세제믿윤(세상에서 제일가는 믿음직한 윤성효)’, ‘효멘’ 등 다양한 캐릭터로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추억의 프로 감독 시절이나, 미련을 버린 듯 “프로 때보다 훨씬 마음 편하고 즐겁게 축구하고 있다”고 했다. 윤 감독은 “아무래도 프로에선 팀 내 간섭을 하려는 이들이 많은데 이곳은 내가 원하는 축구 색깔을 입히는 데 더 유익하기 때문에 보람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겨울이적시장 ‘돌풍의 팀’ 강원은 이날 ‘효멘 부적’을 장착한 김해시청에 혼쭐이 났다. 비록 강원은 정조국 이근호 등 주전을 대거 제외한 신인급 선수들이 전,후반 90분 가까이 뛰었지만 김해시청도 주축 선수 4~5명을 제외한 상태였다. 김해시청은 초반부터 공격적인 압박으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끝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최윤겸 강원 감독도 “지금까지 수비적으로 내려서는 팀과 연습경기를 하다가 김해시청처럼 도전적인 팀과 좋은 경험을 했다”고 칭찬했다. 윤 감독은 “프로에 있을 때보다 더 패스 위주의 공격적인 축구를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내셔널리그 우승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18년간 최강자로 군림한 울산현대미포조선이 해체됐다. 강릉시청과 경주한수원 등 전통의 강호가 최강자 자리를 노리는 가운데 김해시청과 박항서 감독이 부임한 창원시청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김해시청은 윤 감독 부임과 함께 기존 선수 6명만 남겨두고 20여 명의 선수를 물갈이했다. 대학 출신 6명 외에 대부분 프로 출신이다. 윤 감독은 “내셔널리그 뿐 아니라 K리그 챌린지(2부) 일부 팀도 해체되면서 상대적으로 프로 출신 선수들의 내셔널리그 진출이 활발해졌다”며 “여기에 와보니 이제 대학 선수들이 내셔널리그조차 진입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더라. 그만큼 수준급 선수가 아니면 (내셔널리그 진출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내셔널리그 자체 수준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 3위 안에 들었으면 한다”고 목표를 새겼다.

프로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윤 감독은 선수단에게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 생각 자체가 프로와 다른 건 있다. (경기 내,외적으로) 책임감이 부족하다. 평상시 책임감있는 플레이를 매우 강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서부터 책임감이 부족하면 프로에 가서도 성공하기 어렵다. 어차피 이들 모두 프로에 가는 게 최종 목적이고 나도 그 부분에 동기부여를 주고 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것이고, 프로에서 원하는 선수가 있다면 언제든 보내줄 것”이라고 했다. ‘FA컵 때 K리그 팀과 맞대결’을 묻자 웃으며 “우리가 잃을 건 없지 않느냐”며 “아마 (프로 팀이) 우리를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조심하라하이소~”라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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