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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4년 9월8일 경기도 고영시 한 호텔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차두리(36)에 이어 설기현(38)도 축구대표팀 코치를 맡아 지도자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2002 월드컵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던 둘의 대표팀 코칭스태프 진입은 반길 만하다. 2002 한·일 월드컵 멤버 중 현영민을 빼고 모두 은퇴한 상황에서 한국 축구의 귀중한 자산인 이들의 지도자 도전은 고무적이다. 스타 선수들에게 지도자의 길은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역 시절 명예에 금이 갈 수도 있고, 적지 않은 견제에 시달릴 수도 있다. 축구로 받은 혜택을 축구로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물론 “한국 축구에 2002 멤버밖에 없느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나 세상은 냉혹하다. 차두리와 설기현 모두 실력에 따라 평가받을 날이 많을 것으로 본다.

시각을 ‘슈틸리케호’ 자체로 놓고 보면 둘의 연이은 부임이 아쉽기도 하다. 현재 대표팀 내 코치 현황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해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와 설기현 코치, 그리고 아직 라이선스 문제로 정식 코치가 아닌 차두리 전력분석관, 거기에 차상광 골키퍼 코치 등 총 5명이다. 누가 봐도 전체적인 코칭스태프 밸런스에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슈틸리케 감독이 데려온 아르무아 코치의 능력이나 역할론에 의문 부호가 붙은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차 분석관이 부임할 때 대한축구협회와 이용수 협회 기술위원장은 “형님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번 설 코치 부임 때도 똑같은 ‘형님 리더십’이 보도자료에 등장했다.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 이란 원정에서 0-1로 패할 때만 해도 대표팀엔 ‘형님’이 없어서 문제였다. 지금은 ‘형님’이 넘치는 대신, 신태용 코치의 이탈로 인해 각종 경험이 풍부하고 전술적인 능력을 성인 무대에서 증명한 ‘지략가’가 부족하다.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을 이겨 ‘한 숨’ 돌린 뒤 신 코치가 U-20 대표팀으로 가는 것을 축구계가 그럭저럭 수긍한 것도 당시 협회 측의 “신 감독 공백은 외국인 코치로 메울 것이다. 흔히 말하는 ‘수석 코치’라고 생각해도 좋다. 슈틸리케 감독이 막 후보군을 찾기 시작했다”는 발표가 컸다. 경험 있는 외국인 수석 코치가 온다면 신 감독 공백이 채워지면서 코칭스태프 밸런스가 들어맞을 것으로 간주됐다. 그렇다면 오는 3월 중국 및 시리아와의 아시아 최종예선 6~7차전까지 전열을 재정비해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기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지난 3개월의 과정을 도식적으로 설명하면 ‘신태용이 가고 설기현이 온’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새 코치가)감독 경험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감독 경험이 길다면 자신의 생각이 확고해서 슈틸리케 감독과 여러 충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는 이 위원장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슈틸리케 감독과 신 코치 사이가 껄끄럽다는 풍문이 실체로 확인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면서 현역 경험이 많고 참신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코칭스태프들이 꾸려지게 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는 축구대표팀 운영에 있어서 ‘과정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선수로 월드컵을 4번이나 나섰고, 런던 올림픽에서 감독으로 동메달까지 따냈던 그가 정작 월드컵에서 무너졌을 때, 연령별 팀이 아니라 프로 등 성인팀 경험 없는 감독의 약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그래서 다시 외국인 지도자로 돌아가 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됐고, 한·일 월드컵 ‘히딩크호’와 거의 비슷한 코칭스태프 구조로 새출발했다. 감독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컵을 들어올린 신 코치를 비롯해 전임 홍명보 감독 시절 코치로 일했던 박건하 김봉수(골키퍼) 코치가 유임됐다. 2년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아르무아 코치를 제외한 한국인 코치들은 모두 바뀌었다. 경험 부족이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갖고 최종예선 및 본선을 헤쳐나가야 한다. ‘과정’도 꽤 무너졌다. 그래서 슈틸리케 감독이 만들어가는 부자연스러운 대표팀에 걱정이 계속 들 수밖에 없다. 설 코치와 차 분석관의 연이은 부임이 모든 이들의 통념을 깨는 패러다임 변화가 되길 바랄 뿐이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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