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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동국이 2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자벨 알리 사격장 잔디구장에서 열린 브뢴비(덴마크)와 연습 경기에서 상대 움직임을 보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두바이=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쉽지 않겠지만 다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구단을 이끌 노장이 있어 듬직하다. 전북을 넘어 K리그 베테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동국(38)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지난 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자벨 알리 사격장에서 열린 전북의 해외 전훈 마지막 평가전에서 전반 42분 대포알 같은 슛을 꽂아넣어 덴마크 1부리그 선두 코펜하겐전 1-0 승리를 이끌었다. 사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박탈과 이철근 단장의 전격 사임, 평가전 시리즈 3연패 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하지만 전북은 이동국의 선제 결승포를 시작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에 곧잘 출전하는 덴마크 명문 코펜하겐을 전·후반 내내 괴롭혀 축구로는 웃었다. 6일 귀국을 앞두고 만난 이동국은 힘든 상황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반성할 것이고 죗값도 달게 받을 것”이라며 구단의 아픔을 간판 선수로서 함께 겪고 싶다는 생각도 전했다. 그러면서 이내 “팬들이 등을 돌리지 않는다면 이겨내고 다시 올라설 것”이라며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채우는 팬들의 변함없는 지지도 당부했다.

-두바이 전지훈련이 다 끝났는데.

3주란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처음 2주는 체력 훈련 위주였다. 조직적으로 뭔가 만들기 전에 경기를 하다보니 미흡한 게 있다. 그래도 마지막 경기에서 이겨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평가전 내내 스리백이 중용됐는데 어떤가.

전술적인 이해가 더 필요하다. 새로운 선수들도 왔다. 생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확실한 준비가 안돼 있는 것 같다. 훈련이 더 요구된다. 문제점이 경기 도중 나왔으니 고쳐야 할 것이다.

-ACL 출전이 무산되고 단장이 사임하는 등 전체적으론 뒤숭숭한 분위기 같은데.

분위기가 무겁긴 하다. ACL 티켓이 취소가 돼도 선수가 해야할 일에 다들 집중하려고 한다. 전북이란 팀 전체가 그런 상황에 처해 있으니까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해야한다. 쌓은 것을 잃은 것이지만, 잃은 것도 우리가 한 것이고, 명예회복도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팬들에겐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을 거란 점을 잘 알고 있다. 한편으론 지금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누군가가 가르쳐줬으면 한다. 결국 운동장에서 땀 흘리고 뛰는 것 말고 없다. 우리의 땀은 거짓말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반성할 것이다. 더 큰 구단이 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일 것이다. 쉽진 않을 것 같지만 다시 만들어 가야한다.

-맏형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아쉬운 것은 ACL을 뛰기 위해 우리 팀에 들어온 선수들이 있는데 그 선수들에게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처음 이런 얘기가 나올 때부터 ACL 가기는 힘들어졌구나란 생각을 하긴 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판결이 뒤집히든 안 뒤집히든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죗값이라고 한다면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본다. 올해는 K리그와 FA컵 등 두개 대회만을 생각하면서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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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동국이 지난해 9월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승리한 뒤 홈 팬 환호에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국내 대회만 치르게 됐는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매년 힘든 일정 속에 1년을 보냈다가 올해 여유가 생겼다. 독이 될 지 약이 될 지는 모르겠다. 일주일에 한 번 경기하게 됐기 때문에 베스트 멤버 이외의 선수들 조직력이나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긴 한다. 감독님부터 머리가 엄청 아프실 것 같다. 좋은 선수들은 많지만 경기는 줄어들었기 때문에 모두가 경기장에서 베스트로 나갈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해야할 것 같다.

-올해 계약이 끝나는데 더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은퇴하라는 뜻인가(웃음). 사실 35살 넘어간 뒤 매년 ‘올해가 마지막 시즌’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 공교롭게 올해가 데뷔 20년째 해다. 또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도전할 생각은 갖고 있다. 올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지 나도 기대된다. 그런 다음 은퇴를 논해도 될 것 같다.

-전북이 작년 만큼 K리그 클래식에서 막강할 수 있을까.

작년엔 경기력으로 K리그의 톱이 전북이란 것을 보여줬다. 우승컵을 들진 못했으나 완벽한 경기들이 많았다. 확답할 순 없지만 작년 같은 경기력을 한 번 더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레오나르도와 로페즈 등 두 외국인 선수가 이탈하긴 했으나 대체할 선수들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게 전북이 강팀을 유지하기 위한 숙제 아닐까. 감독님도 좀 더 완성도 있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CL 출전권 박탈이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솔직히 작년부터 너무 긴 시간 선수들에게 이 문제가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잊을 만하면 뭐가 계속 나오고 따라다녔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어서 결과를 얻어냈는데 밖에선 다른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까란 점이 우려된다. 이기기 위해 투자를 하고 땀을 흘렸는데 삐뚤어진 시선으로 보면 (선수들도)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게 가장 걱정이다.

-전북이나 자신의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모두가 힘든 시기인 것 같다. 전북을 지지해 준 팬들이나 구단이나 힘든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이 때 팬들이 등을 돌리지 않고 함께 헤쳐나간다면 떳떳한 구단으로서, 최고의 구단으로서 명예를 되찾을 날이 있을 것이다. 팬과 선수와 구단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선수들은 지난 시즌보다는 더 모범적인 자세로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행동해야할 것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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