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신가요?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공부하고, 또 일을 한다고 말합니다. 경제적인 여유와 풍족한 삶이 행복의 기준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가 김이삭 씨는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며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군에서 전역한 뒤 세계여행을 결심하고 66개 국을 돌아다닌 김이삭 씨. 26세의 '어린' 나이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숱하게 겪은 그가 말하는 행복은 무엇일까요. 지난 16일 서울 이태원 김이삭 씨의 게스트하우스 2호점을 찾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세계여행을 하던 방랑자가 어떻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됐나요?


김이삭 : 지난해 1월 국내에 돌아왔어요. 제가 하는 강연이나 주요 미팅들이 모두 서울에서 열렸는데 고향이 전주다 보니 머무를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방을 알아보다 자연스럽게 가격이 싼 옥탑방을 찾아보게 됐고, 그러면서 게스트하우스의 꿈을 키웠습니다.


옥탑방을 여럿 알아보다가 방 두개인 지금의 '남대문 옥상 게스트하우스'를 찾았어요. 처음에는 낡아빠진 옥탑방이라 망설였지만, 열악한 환경을 제외하면 숭례문과 멋진 야경이 제 꿈과 들어맞아 고쳐보기로 했죠. 그래서 바로 계약했어요.


Q. 옥탑방은 어떻게 변했나요?


김이삭 : 두 달간 저 혼자 뜯고 붙여가며 인테리어를 했어요. 작은 방은 게스트 룸, 큰 방은 제가 거주하는 공간으로, 거실과 주방, 그리고 옥상은 공용 공간 만들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됐어요. 위치도 서울역, 시청역, 명동과 가까우니까 생각 외로 많이 찾아오시더라고요. 예쁜 곳과 멋진 위치, 그리고 잘 놀아준 덕분인지 입소문이 났어요. 여행 다니면서 도움도 받고 그래서 여행자들이 뭘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거든요.


Q. 66개국을 여행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김이삭 씨 말 대로 여행객들이 원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 같아요.


김이삭 : 여행을 다니면서 늘 불편한 점.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한 것들이 있어요. 저는 늘 현지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제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파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루프톱'에서 열게 됐어요.


Q. 숭례문이 내다보이는 장점도 있는 것 같아요.


김이삭 :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할 때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돼서 여행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어요. 프랑스 파리에 가면 '에펠탑'이 보이는 숙소에 묵고 싶은 것처럼. 우리나라는 국보 1호 숭례문이 잘 보이는 곳에서 묵어보고 싶을 것으로 생각했죠.


Q. 숭례문이 내다보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 경험은 외국 여행객들에게 엄청난 추억이 되겠네요.


김이삭 : 파티가 열리는 '루프톱'이 멋있는 숭례문 야경을 볼 수 있는 '킬링 포인트'예요. 실제로 외국인 여행객들이 숭례문 때문에 찾아와요. 우리나라 어딜 가도 보기 힘든 전망이니까 그걸 보기 위해 찾아오는거죠. 게스트하우스도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놔서 다들 만족해 합니다. 제 자랑이지만, 파티 때 밥도 같이 먹고 잘 놀아줍니다. 심심하면 함께 놀러도 가고 가이드도 해주거든요. 그러다 보니 리뷰가 좋아요.


Q. '루프톱'에서 파티는 자주 여나요? 저도 참여해보고 싶네요.


김이삭 : 언제든지 오세요. '루프톱'에서 보는 야경이 저 혼자 보기에는 아까워서 함께 즐기려고 해요. SNS에 파티한다고 알리면 사람들이 찾아와서 함께 놀기 시작해요. 그렇게 한 게 벌써 수십 번이 넘어요. 파티를 다녀간 분들이 500명 이상은 돼요.


Q. 파티 참여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김이삭 : 보통은 숙박 손님에게 물어보고 진행해요. "오늘 파티를 하고 싶은데"라고 물어보면 웬만하면 "오케이" 해요. 그러면 외국인 친구들과 제 친구들을 SNS를 통해 모으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여요.


Q. 파티를 자주 하다 보면 이웃집과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김이삭 : '루프톱'은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웃음) '루프톱'은 반경 1km가 전부 사무실, 상가이다 보니깐 파티를 열어 아무리 떠들어도 민원이 들어오지 않죠. 심지어 아래 층이 비어서 문제가 없어요.



Q. 여러 곳을 여행했는데 각 나라의 풍경과 느낌은 어땠나요?


김이삭 : 여행은 2년 정도 했는데, 늘 짧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가 볼 나라는 많아요. 중동, 중앙아시아 쪽도 가보고 싶고. 중국은 땅이 넓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이 많잖아요. 그런 곳도 가보고 싶어요. 우리는 서구문화에 익숙해 유럽이나 미국은 가도 특별히 새로울 걸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곳들에서 느끼는 문화적 차이나 신기함은 하나 하나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Q. 어떤 느낌이 들던가요?


김이삭 : 제가 정말 몰랐던 세상이잖아요. '세상은 넓고 나는 얼마나 작은 사람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여행하는 것 자체도 공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종종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아서 여행한다"라고 말해요.


Q. 여행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충당했나요?


김이삭 : 펀딩을 받았어요. '대신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1700만 원 정도를 후원 받아 충당했죠. 제 이야기가 SNS를 통해 퍼지다 보니 많이 알려지기도 했죠.


Q. 여행 처음에는 도전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김이삭 : 어렸을 때부터 세계지도만 보면 가슴이 떨렸어요. '저 넓은 곳엔 누가 살고, 내가 가볼 수 있는 곳일까'하고 꿈꿨어요. 세계 일주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어요. 군대에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먼저 세계 여행을 떠났던 선배들을 보면서 꿈을 키웠어요. 댓글로 많이 물어보기도 했고요. 그게 3년 전이에요. 시간이 흘러 이제 그분들과 같은 강단에 서게 돼 세상 신기하더라고요.



Q. 여행 중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김이삭 : 음, 페루에서 납치당할 뻔한 적이 있어요…. 택시를 잡는데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무리가 저를 에워싸고 "이 차에 타"라며 밀어 넣는 거예요. 짐도 자기들 마음대로 트렁크에 싣고. 그렇게 등 떠밀려 차에 태워지려는 순간, 옆을 지나가던 택시가 "그 차 타지마, 내가 더 싸게 해줄게"라며 자신의 차에 빨리 타라고 손짓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차를 바꿔 타려고 하는데 갑자기 차 문을 쾅 닫고 못 내리게 하고 짐도 못 빼게 하더라고요. 당황했지만 정색하고 화를 내니까 그제서야 짐을 꺼내 내팽개치더라고요. 주위에 사람들이 많으니까 순순히 길을 비켜줬어요.


그렇게 택시를 옮겨 탔는데, 택시기사가 "너 큰일 날 뻔했어"라며 "너 납치당할 뻔했다"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사람들이 강도라고 설명해줬어요. 잘못했으면 으슥한 데로 끌려가 크게 해를 당했을 수도 있고, 죽었을 수도 있었죠. 그때 큰 교훈을 얻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몸 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거였죠.


이제는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서 사람을 전적으로 믿지도 않고, 제 몸은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됐어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법도, 사기꾼이랑 친해지는 법도 배웠고요.


Q. 흔치 않은 경험을 했네요. '여행을 하면 견문이 넓어진다'는데, 맞는 말인가요?


김이삭 : 미국 대학에 합격했는데 포기하고 여행을 떠났어요.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요. 어떤 대학에서도 가르쳐 줄 수 없는 배움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가치관도 바뀌었고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는 사실이 전부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또 선동 당해서 모르는 것 일 수도 있고.


'모든 사람의 입장은 다르고 어떤 것도 정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결론을 말하자면, 조금은 넓어진 것 같아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게 돼 편견이 깨졌어요.


23~24세 때 여행을 하면서 수 많은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들을 받아들이며 제 가치관도 세워진 것 같아요. 책 한 권, 한 권을 몸으로 보고 느낀 것 같아요.


Q. 세계여행하기 전에는 어떤 미래를 그렸나요?


김이삭 : 항공우주공학과 출신이라 우주를 가보고 싶었어요. '저 멀리 우주에는 뭐가 있을까' 생각하며 나사에 들어가는 게 꿈이었죠. 하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매일 아침, 내가 어느 나라에 와 있는 지 몰라서 창문을 열어봤어요. '진짜 내가 어느 곳에서 눈을 뜰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인생도 제대로 모르면서 방대한 우주만 바라봤구나' 싶었죠.


Q. 해외여행 팁이 있다면?


김이삭 : 영어는 꼭 필요해요. '돌발상황'에 영어를 할 수 있으면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철할 수도 있고,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배움을 얻을 수 있어요. 그래서 값진 여행을 원한다면 영어가 필요하죠.


Q. 그렇다면,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저희 독자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여행지가 있을까요?


김이삭 :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관이 달라서 추천해주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여행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는 곳을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게 구체적으로 물어보시면 추천해 드릴 수 있어요.


Q. 인터뷰 초반에 지난해 초 귀국했다고 하셨는데, 또 언제쯤 나갈 계획인가요?


김이삭 : 여행할 때는 아껴 써서 그런지 오히려 국내에 있을 때 훨씬 돈을 많이 쓰더라고요. 그래서 국내에 없을 때도 여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책을 써서 인세를 받고, 사진 저작권도 있고, 또 마케팅 등을 통해 수입이 들어오는데 결국에는 여행을 나가기 위해 열심히 기반을 쌓아가고 있는 거예요. 여행한 곳을 따져보니 전 세계의 26%~27% 정도 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죽기 전에는 이 세상에 있는 땅은 다 밟아 보고 싶어요.


Q. 최종 목표는 뭔가요?


김이삭 : 제 미래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또래 친구들은 걱정이 많은데, 저는 걱정보다 기대가 가득해요. 10년 후에 뭘 하고 있을지 예상이 안 돼요. 군대 있을 때는 미국을 갈지. 세계 여행을 할지. 또 이렇게 게스트하우스를 하게 될 지를 하나도 몰랐거든요.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걱정 안 해요. 오로지 '어떻게 하면 재밌게 살지'만 생각해요. 하기 싫은 건 억지로 하지 않아요. 결론적으로, 평생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게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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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국 purin@sportsseoul.com


사진 | 김이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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