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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한수 감독이 17일 오후 2시 경북 경산볼파크에서 열린 ‘제 14대 감독 취임식’에 참석해 선수단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구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2017년은 모든 것이 바뀌는 ‘뉴 삼성’의 원년이다.

지난해 새로운 경영 주체, 새로운 구장에서 새로운 경영진을 맞아 새 출발을 했지만 현장의 지도력은 그대로 승계됐다. 6년 동안 한국시리즈 4연패와 페넌트레이스 5연패라는 눈부신 성적을 거뒀던 류중일 감독 체제에 변화를 주기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삼성은 9위로 추락했고 결국 원점에서 재도약을 모색하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로 묻고 모든 것을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다.

‘뉴 삼성’의 리더로 선택된 인물은 김한수 감독(46)이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소리 없는 강자’였다. 성적으로는 아쉬울 것 없었지만 당대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양준혁과 이승엽이 대물림하는 사이에 맞물려 있었던 탓에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런 그가 미묘한 순간에 삼성의 새 사령탑에 올랐다.

김 감독은 “김동환 사장께서 갑자기 전화를 주셔서 만나자고 말씀하셨다. 올 것이 왔구나 싶은 느낌이 왔다. 약속시간까지 서너시간 여유가 있었는데 참 고민을 많이 했다. 오래 모셨던 류중일 감독께 죄송한 마음이 컸고 지난해 성적이 바닥을 친 부분에 대한 책임도 통감했다”고 밝혔다. 그를 움직인 단어는 ‘변화’였다. 김 감독은 “(김 사장을)만난 뒤에도 고민이 많았는데 변화를 주기 위해 나를 택하셨다는 말씀에 마음을 굳혔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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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좋은 시절도 있고 좋지 않은 시절도 있게 마련이다. 삼성은 좋은 시절에 안주했다. 이제는 젊은 선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여줘야할 시기가 됐다.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했다. 팀 리빌딩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김 감독은 “팬들이 볼 때 빠르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야구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는데 그 부분에는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개인도 그렇고 팀도 슬럼프를 겪는다.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능한 빨리 슬럼프를 극복해서 슬럼프 주기를 짧게 하는 것이 강팀의 노하우다. 그 몫이 내게 주어졌다. 그야말로 변화의 시기가 찾아왔다”고 돌이켰다. 주어진 의무를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김 감독은 그날 이후 매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출근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프링캠프 훈련계획을 정리하고 명단을 짜고 있는데 1군은 물론 2군의 대만 전지훈련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 2군은 대만에서 25일 가량 전지훈련을 떠나는데 예년과는 달리 이번 스프링캠프부터는 1, 2군 선수 교류를 활발하게 해볼 생각이다. 그동안은 오키나와 1군 캠프에 합류하면 부상을 당하지 않는한 거의 오키나와에서 캠프를 마무리했다. 2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번 스프링캠프 때는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떨어지는 선수는 바로 대만으로 보내고 2군 캠프에서 가장 열심히 땀흘린 선수를 오키나와로 불러들이겠다는 구상이다.

김 감독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야수들을 만들겠다.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줄 것이다.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1군에서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와 바로 바꿀 생각이다. 특정선수를 정해놓고 육성한다기 보다는 누구라도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결과를 내면 반드시 기회를 주겠다”며 무한경쟁을 선언했다.

김 감독은 경쟁에 예외가 없다며 16년 연속 100안타를 돌파한 박한이를 예로 들었다. 박한이는 전인미답의 17년 연속 두자릿수 안타를 노리고 있지만 김 감독은 냉정했다. 그는 “외야에는 빈 자리가 좌익수 하나다. 치고 받고 경쟁해야 한다. 박해민이 중견수를 맡고 외야로 자리를 옮긴 구자욱이 우익수로 뛴다. 기존 우익수 박한이는 무릎 수술을 받아 일단 전력구상에서는 제외했다. 건강하게 돌아와야 경쟁할 수 있다. 만약 지난해 후반기처럼 움직이면 수비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감독은 “시작부터 팬들께 욕을 많이 먹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최형우와 차우찬을 모두 놓쳤고 보상선수로 최재원과 이흥련을 내줬다. 당장 비난을 받더라도 팀을 위해 생각한대로 걸어가고 팀이 살아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보상선수로 내준 재목들이 아쉽지만 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투수를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라도 가장 좋은 선수를 데려가려고 하기 때문에 그 선수가 아니라 다른 선수를 데려갔다고 해도 똑같이 아쉬움은 남았을 것”이라며 “욕을 먹으면서 지켜낸 어린 투수들이 빨리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 리빌딩의 한 초점을 경쟁 외에 육성에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몇년째 전력 누수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래도 쓸만한 재목은 있다. 그런 선수들이 실전에 등판해 어려운 타자들과 상대해보고, 실패도 경험해보고,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그런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최근 3년 사이 박석민(NC)과 채태인(넥센), 야마이코 나바로, 최형우(KIA) 등 큰 것 한 방을 때려줄 수 있는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나갔다. 올시즌을 마치고 나면 이승엽도 유니폼을 벗는다. 거포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거포가 없으면 빠른 선수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발빠른 선수들의 장점을 살려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겠다.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단타를 2루타로 만드는 베이스러닝을 해야 한다. 수비에서는 상대 2루타를 단타로 만들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 장타 공백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구자욱이 더 성장할 것이고 마무리캠프에서는 나성용이 아주 좋아졌다. 원래 타격 자질은 있는 선수였는데 최근에는 송구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외야 수비가 부쩍 늘었고 표정이 밝아졌다”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특히 “이승엽은 참 고마운 선수다. 최근 인터뷰를 보면 ‘1루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더 많은 홈런을 노리겠다’는 말을 의식적으로 많이 하고 있다. 팀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움직이는 것이다. 지금은 경기 후반에 화끈한 장타로 승부를 뒤집고 팬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그런 선수가 팀내에 별로 없다. 그래서 자신이 팀을 위해 의도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은퇴를 앞두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큰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 최형우와 차우찬이 남고 외국인선수들을 신경써서 데려오면 해볼 만하다 싶었는데 갈수록 걱정이 커진다. 그래도 투수 자원에 비해 야수 자원은 있는 편이다. 선발진은 장원삼의 부활이 열쇠다. 지난해 부진이 어깨나 팔꿈치 부상 탓이 아니었다는 점은 다행이다. 보강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다. 6일부터 괌에 들어가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보여준 의지가 아주 강해서 기대된다. 정인욱은 더이상 ‘기대주’가 아니다. 이제는 자기 자리를 잡아야 한다. 장필준과 김승현, 보상선수 이승현, 최충연,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수민, 사이드암 안규현 등이 조금씩 레벨을 올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격동의 시대에 삼성 지휘봉을 잡은 김한수 감독이 거센 풍랑을 헤치고 연착륙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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