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진짜 지면용
통영에서 진행중인 울산현대 동계전지훈련 캠프에 합류한 미드필더 박용우. 제공 | 울산현대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올림픽 이후 부진, 나를 돌아보게 됐다.”

울산 현대의 신형 철퇴를 꿈꾸는 박용우(24)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다부진 각오가 느껴졌다. 울산은 최근 지난해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8강 주역인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를 서울로부터 영입하는 데 성공하며 미드필드 변화의 중심 축으로 삼았다

<스포츠서울 12월30일자 8면 단독 보도>.

지난해까지 팀 중원을 이끈 일본인 미드필더 마스다와 하성민이 각각 아랍에미리트, 일본으로 적을 옮긴 상황에서 대체자를 물색하던 울산은 ‘젊은 피’ 박용우를 점찍고 오랜 협상 끝에 손에 넣었다. 소속팀 통영 전지훈련에 가담한 박용우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아무래도 서울은 프로 데뷔 팀이고, K리그에서 알아주는 큰 팀 중 하나”라며 “이적을 고민한 건 사실이지만 경기에 더 많이 뛰는 게 중요했고, 마침 명가 울산에서 적극적으로 나를 원한다는 얘기를 들어 서울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키 186㎝ 몸무게 79㎏인 박용우는 주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는 물론 경기 상황에 따라 중앙 수비수까지 두루 겸한다. 낮은 위치에서 볼을 전개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롱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플레이스타일과 신체조건이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과 비슷하다고 해서 ‘제2의 기성용’으로도 불렸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도 조별리그 첫 상대인 ‘약체’ 피지전을 제외하고 독일,멕시코전에 이어 온두라스와 8강전까지 3경기 모두 풀타임을 뛰며 ‘신태용호’ 8강을 견인했다. 2015년 서울에서 프로로 데뷔해 첫해 26경기를 뛰는 등 K리그에서도 연착륙했다.

그러나 지난해 황선홍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뒤엔 들쭉날쭉했다. 19경기(1골) 출전에 그쳤다. 투톱과 포백을 중심으로 4-4-2 포메이션을 추구한 황 감독 전술에서 박용우처럼 정통 스타일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애매한 존재였다. 공격 능력이 뛰어난 오스마르와 다카하기 주세종이 더 주목받았다. 박용우는 “황 감독께 서운한 마음은 전혀 없다”며 “시즌 전체적으로 내가 잘하지 못했다. 특히 올림픽 다녀온 뒤 몸이 좋지 않았다. 한 달 내내 새벽 4시에 잠드는 등 시차 적응에 애를 먹었다. 훈련 때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또 “올림픽 이후 2주 만에 리그 경기를 뛰었는데 나도 모르게 전광판을 바라보며 ‘시간이 왜 이렇게 안가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만큼 정상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오히려 벤치에 앉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스로 돌아보게 됐고, 재충전한다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몸을 만들자고 결심했단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후반기를 보내니까 오히려 컨디션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비록 팀을 옮겼지만 울산에서 더 잘할 믿음이 생긴다.”

올림픽을 함께 뛴 심상민 등 서울 시절을 함께한 동료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은 그는 한편으론 아쉬워했다고 했다. 그는 “나보다 먼저 서울을 떠난 형들에게 연락한 적이 있다. 다른 팀 소속으로 서울 원정 라커룸에 오면 어떤 기분이냐고. 나도 그 곳엔 한 번도 가본적이 없다. 기분이 묘하다고 하는데 나도 그럴 것 같다”고 웃었다. 부상 없이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면서 팀에 보탬이 되는 한해를 꿈꾼다. “서울에서 함께한 (김)용대 형을 비롯해 올림픽 팀서 호흡을 맞췄던 최규백 정승현 이영재 김승준 등이 있어 적응하는 데 문제가 없다.”

‘제2의 기성용’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말만으로도 영광”이라며 “항상 국가대표팀 경기를 볼 때 (기성용)선배의 움직임을 공부한다”고 했다. 선배 못지 않은 장점을 꼽아달라고 하자 멋쩍게 웃으며 “롱킥은 나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롤모델을 묻는 질문엔 “사실 서울에 있을 때 오스마르를 보고 감동한 적이 있다. 내가 부족한 게 수비력인데 늘 여유 있게 수비진에서 동료를 이끌고 경기장 밖에서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며 배워야 할 게 많다고 느꼈다”고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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