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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기업 리스트를 공개하는 등 동물실험 반대에 앞서왔다.  출처 | 카라 동물실험반대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내년 2월부터 동물실험을 거쳐 만든 화장품 유통·판매가 금지됨에 따라 화장품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리적인 차원에서는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아직 충분한 대안과 지원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라 등 환경단체에서는 정부의 화장품법 시행령이 수출·수입국의 법령에 따라 동물실험을 허용하는 예외규정을 둬 실효성이 없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내년 2월부터 동물실험 화장품 유통·판매하면 과태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28일 입법 예고한 화장품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2월 4일부터 동물실험으로 만든 원료를 사용해 제조(위탁제조 포함)·수입한 화장품을 유통·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한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2월 3일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 등의 제조·판매를 금지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을 공포한 바 있다.

환경단체 등은 오래 전부터 동물실험 화장품에 반대해왔다. 가장 큰 이유는 ‘동물의 권리(Animal Rights)’다. 동물도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끼는데,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로 비논리적이고 잔인한 실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3년 3월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을 시행했으며 이런 움직임은 전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러쉬, 비욘드, 버츠비, 더바디샵 등의 기업은 일찌감치 동물실험 없는 화장품 제조에 앞서왔다.

◇수출·수입국 법령에 따라 실험 허용? 실효성 의문

하지만 식약처는 수출·수입국의 법령에 따라 동물실험을 허용하는 예외규정을 뒀다. 현재 중국은 수입 화장품에 한해 동물실험을 의무화하고 있어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 중국 수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지난달 13일 공개한 ‘대중국 보건산업의 수출입 의존도’ 자료에 따르면 화장품 산업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41.1%에 달할 정도로 높다.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에 따르면 현재 베네피트(Benefit), 꼬달리(Caudalie), 클라란스(Clarins), 크리니크(Clinique), 디올(Dior), 에스티로더(Estee Lauder) , 구찌(Gucci) 등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동물실험을 고수해왔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몇몇 화장품 기업들은 아예 중국 진출을 포기한 상태다.

이에 환경단체에서는 법안의 취지와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카라 관계자는 “이 법이 정말 동물복지를 생각한다면 국내에서 제조되는 화장품에는 전부 동물실험을 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동물대체실험 지원 필요”

한편 업계에서는 동물실험의 대안과 그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화장품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장품에 동물실험이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성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서다. 이에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동물대체실험’이다. 사람의 피부세포를 모방한 인공피부의 입체모델을 배양해 화장품 성분을 실험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 권미혁 의원, 한정애 의원과 함께 지난 24일 동물실험대체법의 필요성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해당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유관부처끼리 협력기구를 만드는 등 독성연구분야에 동물실험 대신 최신기술을 이용한 대체법 도입에 적극적이지만 국내의 경우 유관 부처끼리 서로 관할하는 화학물질군과 관련법이 달라 동물실험대체법의 도입이 지연되고 연구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쉬의 환경캠페인 ‘러쉬 프라이즈’에서도 동물대체실험의 어려움이 언급됐다. 러쉬 프라이즈는 동물대체실험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개인 또는 단체에게 러쉬가 직접 상금을 수여하는 행사다. 러쉬 관계자는 “동물대체실험 연구자들은 동물대체실험이 아직 생소한 부분이다 보니 투자나 지원이 많이 이뤄지지 않아 비용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하소연한다”며 “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하나의 대안을 현실화하는데 10년 이상의 연구기간과 1000만 달러 정도의 투자비용이 든다는 사실도 화장품 기업들을 힘들게 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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