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성(11월3일)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나 이번 달 생리를 안 해, 어쩌지.”

미혼여성 두세 명이 모이면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민거리다. 성 파트너가 있는 여성이라면 피임을 철저히 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생리주기를 1~2주 넘기게 되면 혹시나 하는 염려에 잠을 설치게 된다. 사실 ‘완벽한’ 피임법이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데다 많은 커플이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맞다.

남성이 선택할 수 있는 피임법은 콘돔 사용, 정관수술이 대표적이다. (질외사정은 피임법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임신 확률이 높으니 제외) 반면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피임법은 먹는 피임약(경구, 응급), 주사제, 자궁 내 장치(구리루프와 미레나), 피하 이식(임플라논), 난관수술 등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그럼 여성이 적극적으로 피임하면 될 것 아니냐고 따져 묻는 남성들이 있겠지만, 어느 피임법이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부작용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쉬운 일은 아니다. 여성질환 예방 등에 효과를 보인다는 경구 피임약마저 메스꺼움 등으로 쉽게 복용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다. 무엇보다 ‘함께’ 행하는 일인 만큼 책임도 공평하게 지는 것이 맞지 않은가.

곧 남성용 피임약·주사 개발이 완료, 시판될 것이라는 뉴스는 이런 맥락에서 보면 희소식이다. 지난달 영국 울버햄프튼대 존 하울 교수 연구진은 정자의 운동 능력을 저하시키는 남성용 피임약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성관계를 갖기 전 수분 전에 이 약을 먹으면 피임이 가능하고, 며칠만 지나면 정자의 기능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 약은 아미노산 몇 개가 연결된 펩타이드로 알려졌다. 해당 펩타이드는 정자 꼬리가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과 결합해 정자가 난자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한다. 하울 교수팀의 약은 이르면 2021년 시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파시머스재단도 정자의 이동을 막는 주사용 약물 ‘베이슬젤(Vasalgel)’을 개발했다. 정관에 베이슬젤을 주사하면 정자가 정관 내에서 물컹한 형태로 변해 쉽게 배출되지 못하고 다시 몸으로 흡수된다. 베이슬젤은 한 번 주사하면 1년 가까이 피임 효과가 지속된다. 이 약은 이르면 2018년 시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영국 방송 BBC는 세계보건기구(WHO) 마리오 필립 레이즈 페스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최근 남성 320명에게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과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일종을 투입한 결과, 96%가 피임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단 8명은 연구가 끝난 뒤에도 이전 수치를 회복하지 못했으며 많은 양의 호르몬 투입이 근육통과 여드름 이외 우울감과 다른 정서적 장애 등 부작용을 불러일으켜 연구는 잠시 중단된 상태다. 연구팀은 주사약의 유효성·안전성 확보를 위해 호르몬 결합에 대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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