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이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2009-04-14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고(故) 하일성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이 파란만장 했던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 명해설가에서 KBO사무총장까지 남부럽지 않은 성공시대를 경험했지만 안타까운 결정을 하고 말았다.

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박종석 전문의는 하일성 전 사무총장처럼 유명인이 극단적 결정을 하는 것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그 원인에 대해 억울한 감정, 경제난, 자존심에 대한 훼손 등을 들었다. 그리고 해결책으로는 “실패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보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문의는 “고인은 프로야구 해설 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전문가였다. 30년 이상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오다가 2010 년 이후 조금씩 야구계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고독감과 박탈감, 허무감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흔히 은퇴와 명예 퇴직을 앞두고 중년의 일반인들이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하일성씨의 경우 연예인 이상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던 공인이라는 부담감과, 다른 일반 직업보다 높았던 업무 강도나 스트레스가 극심했을 것이다. 더구나 최근 사기를 당하면서 회생하기 힘들 정도의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과 2014년부터 이어진 청탁혐의로 인한 재판 과정에서 생긴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들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부산지검 형사 4부는 지난 7월 지인의 아들을 프로 야구단에 입단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지인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하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본인은 억울함을 계속 주장하는 입장이었으나 자존심은 이미 훼손됐다.

박종석 전문의는 그 부분에 대해 “고인은 30년 넘게 한 가지 일만 종사한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였다. 일생을 바쳐온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상당했을 텐데, 그 명예와 자존심을 전부 부정당했다. 더구나 이 사건이 본인의 경제적 추락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주변 동료나 지인들까지도 고인의 결백을 믿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파산 직후 이어진 명예의 실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의심 등으로 인한 극심한 우울감이 자존감과 정체성의 붕괴를 가져왔을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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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박종석 전문의.

특히 박종석 전문의는 여러 소송으로 인한 억울함과 함께 경제적 급추락에 대한 스트레스가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하며 “정신과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트레스 척도(미국 워싱턴 대학 홈즈)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빚은 부부싸움이나 친한 친구의 죽음에 상응하는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하일성 씨의 경우 빌딩 사기로 인해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고 하는데 이 경우 자신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배우자의 사망이나 재난 수준의 사고를 당했을 때 느끼는 스트레스 이상을 경험했을 것으로 본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박 전문의는 “최근 연예인이나 정치인, 사업가들의 경제적, 명예적 손상이나 추락이 이슈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돈이나 권력을 과도하게 추구한 나머지 도덕적 소양감을 갖추는데 소홀했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물질만능주의와 갑질, 금수저등의 분위기가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 내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성공만 하면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갑작스런 실패를 경험했을 때 사람들은 보통 당황감과 분노감을 느끼게 되는데 자기 탓이 아닌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분노와 우울감은 더 커지게 되고 실패가 반복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실패가 닥쳤을 때 그것을 부정하지 말고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천천히 곱씹는 과정이 중요하다. 실패는 본인의 탓도 남의 탓도 아닌 단지 과정임을 인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윤리학적 성찰을 항상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알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스를 술로 해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음주는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장시적으로는 금단 증상과 부작용, 간질환등을 유발하여 스트레스를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알콜 의존 문제가 더해지면서 우울감이 서서히 만성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라고 했다. 술은 절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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