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몸풀기만 공개하는 슈틸리케호[SS포토]
2018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중국과의 첫경기(9월1일)를 앞두고 소집된 슈틸리케호 대표선수들이 3일째인 31일 파주NFC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초반 장애물을 통과하는 셔틀런을 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날 20분에 이어 이날은 15분만 훈련을 공개했다. 파주NFC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실력차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한국이 한 수 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경기 장소도 한국이다.

그래서 정신력이 의외의 승부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슈틸리케호’의 가장 큰 적은 중국이 아니라 바로 ‘슈틸리케호’ 자신들이다. 낙승을 넘어 대승을 기대하는 국민적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자. 중국은 지난해 1월 열린 호주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1~2차전을 모두 이기며 A조 1위로 8강에 올랐고 알랭 페랭 당시 중국대표팀 감독은 주가를 올리며 모처럼 중국 축구를 살린 구세주로 떠올랐다. 페랭 감독과 선수들은 “8강에선 호주보다 한국을 만나고 싶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결국 한국이 호주를 누르고 A조 1위를 차지하면서 서로 격돌하는 일은 없었지만 태극전사들은 “중국 선수들 발언을 보면서 ‘우리가 이 정도였나’란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7개월 뒤 상승세를 타던 중국 축구는 한 순간 무너지며 다시 추락했다. 출발점이 바로 자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1차전 한국전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중국을 ‘우승후보’로 추켜세우며 경계심을 드러냈으나 내용및 결과(2-0 승리)에서 완승한 팀은 바로 한국이었다. 특히 당시 슈틸리케호는 유럽이나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이 빠지고 한·중·일 3국에서 활약하는 선수 위주로 구성된 1.5군 성격에 가까웠다. 반면 중국은 대표팀 전체가 자국 슈퍼리그에서 뛰고 있었기 때문에 정예 멤버나 다름 없었다. 이 경기에서 큰 충격을 받은 중국은 이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 홍콩과 두 차례 무승부를 기록하고 카타르 원정에서도 패하며 최종예선 진출 좌절 위기에 놓였다. 페랭 감독도 당연히 경질됐다. 네덜란드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던 가오홍보 감독이 갑작스럽게 돌아와 카타르와 홈 경기를 이기고 북한이 필리핀에 패하는 극적인 시나리오가 터지면서 간신히 최종예선까지 오르게 됐다. 슈틸리케호는 중국전 쾌승 뒤 탄탄대로를 걸으며 최종예선 조기 진출에 성공했다.

1년 전 한국의 1.5군이 중국 1군을 완벽하게 무찔렀다. 그런데 이번엔 업그레이드된 한국 1군이 온다. 장소도 홈이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선 ‘가난한’ K리그 구단들이 ‘돈 많은’ 중국 구단들에 뚜렷한 우위를 보였다. 자연스럽게 축구계나 팬들 사이에선 중국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15억이나 되는 대국 중국이 축구 만큼은 아시아에서 2~3류라는 사실은 이제 거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승리는 당연하고 2~3골 차 대승까지 기대하는 시선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그런 방심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중국은 잃을 게 없는 팀이다. 그럴수록 신중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뒤 맞서야 상대가 묶어놓은 긴장의 끈이 풀어진다.

기자는 지난 29일 대표팀 첫 훈련에서 슈틸리케 감독에게 “한국이 중국을 쉽게 이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많은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오면 선수들도 더욱 정신적으로 무장이 될 것이다”며 “최종예선에 오른 팀 중 쉬운 팀은 없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정답을 내놓았다. 선수단은 물론이고 팬들과 국민들도 가슴 속에 방심을 지울 때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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