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역동적으로 투구하는 삼성 권오준
삼성 권오준이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두산과 삼성의 경기 8회말 두산 타선을 상대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16. 7. 21.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사연 많은 세 투수가 먼 길을 돌고 돌아 황폐해진 삼성의 불펜 재건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은 탄탄한 불펜 중심의 지키는 야구로 최강의 자리에 올랐지만 올 시즌엔 정반대의 입장에 처했다. 지난 해 마무리 임창용과 셋업맨 안지만이 차례로 팀을 떠나면서 믿을만한 불펜 요원 하나 없이 불안한 승부를 펼쳐야 했고 올 시즌 결국 꿈에서도 생각치 않았던 9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빠져나간 자리를 새로운 얼굴들이 빠르게 메워주면서 이제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안정된 불펜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의 8월 불펜 방어율은 3.00으로 1위다. 시즌 평균 불펜 방어율(5.10)을 2점 이상 떨어뜨린 수치다. 급격하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심에는 18년차 베테랑 권오준이 있다. 권오준은 세계 최고의 마무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이 자리잡기 전까지 삼성의 마무리를 맡기도 했고 이후에는 한화로 이적한 권혁과 함께 최강의 셋업맨 듀오로 활약했다. 2006년에는 32홀드로 홀드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절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팔꿈치 부상으로 세 차례나 수술을 받았고 재기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기약없는 재활을 했다. 그러고도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1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올 시즌 갑작스런 불펜의 붕괴로 권오준에게 마침내 기회가 돌아왔다. 시즌 초반에는 추격조로 나서다가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더니 후반기 들어서는 ‘대체 불가 불펜요원’이 됐다. 8월 들어서는 언터처블급 피칭을 하고 있다. 9경기에서 12.1이닝을 던지며 1승 2홀드를 쌓았고 실점은 딱 1점만 허용해 0점대(0.73)의 방어율을 기록중이다. 최근 8경기에서는 1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S포토] 김대우 \'혀 내밀고 역투\'
삼성 김대우.대구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권오준과 함께 셋업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대우는 이적생이다. 시즌 초반 채태인을 넥센으로 보내는 출혈을 감수하며 김대우를 영입했는데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로도 자신의 진가를 좀처럼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꾸준히 필승조에서 등판할 기회를 얻으면서 자신감을 되찾았고 성적도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8월 들어서만 11경기에서 2승 2홀드를 수확했다. 11.2이닝 동안 4점(3자책점)만 내줘 2.31의 수준급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대우까지 없었으면 삼성 마운드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는 칭찬까지 듣고 있다. 그가 벼랑 끝까지 몰렸던 삼성 마운드의 숨통을 틔워준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는 얘기다.

장필준[SS포토]
삼성 장필준.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장필준은 심창민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뒤 임시 마무리의 중책을 맡았다. 장필준의 시즌 방어율은 5.37로 눈에 띄지 않지만 8월 출장한 9경기에서는 11.1이닝 동안 4점만을 내주며 방어율을 3.18로 떨어뜨렸다. 처음 마무리로 나섰던 12일 두산전에서 패배를 당한 뒤로는 3세이브를 거두며 심창민의 공백을 완벽하게 지우고 있다.

장필준은 천안북일고 시절 김광현(SK), 양현종(KIA), 이용찬(상무) 등과 함께 최고의 투수 유망주로 꼽혔고 2008년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했고 2011년 방출된 뒤 미국 독립리그와 호주를 오가며 눈물젖은 빵을 씹었다. 2013년 12월에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까지 받았고 국내 무대 U턴이 가능해진 2015년에야 삼성의 2차 1순위 지명을 받았다. 지난 해 두 차례 1군 마운드에 올라 프로무대의 높은 벽에 부딪힌 그는 겨우내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하면서 시속 150㎞를 넘나들던 과거의 구속을 회복했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는 삼성 불펜의 키플레이어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시즌에 접어든 뒤로는 혹독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7월을 넘어서면서 불펜 투수로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삼성은 실로 오랜만에 맞은 불펜의 위기 속에 흔들리고 있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더 강한 불펜의 싹이 움트고 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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