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필준
삼성의 임시 마무리로 활약중인 장필준. 2016.05.24. 대구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삼성이 서서히 ‘불펜 왕국’의 면모를 되찾고 있다.

삼성은 올 시즌 내내 마운드의 총체적 부진으로 몸살을 앓았다. 외국인투수들의 집단 부진과 장원삼, 차우찬 등 핵심 선발요원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선발로테이션이 정상 가동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지만 불펜의 지각 변동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삼성은 지난 해 구원왕에 올랐던 임창용이 해외 원정도박 파문에 휩싸이자 그와의 계약을 포기했다. 최고의 마무리 없이 시즌을 치르는 선택을 한 것이다. 차선책은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평가받던 안지만이었지만 그 역시 같은 혐의로 구설수에 올라 동계훈련을 착실히 소화할 수가 없었고 시즌 초반부터 부상에 시달리더니 자신의 구속을 되찾지 못해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지난 달에는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벗지 못하고 있던 안지만이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뒷돈을 댔다는 혐의까지 받자 삼성은 그와의 계약을 해지하며 방출 절차를 밟았다. 시즌 초반에 안지만으로부터 마무리 바통을 넘겨받은 심창민은 삼성의 새로운 소방수로 착실하게 경험을 쌓아가던 중 갑작스런 허리 통증으로 지난 12일부터 전열에서 이탈했다.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완연한 변화의 기운이 느껴진다. 삼성의 불펜 방어율은 올 시즌 평균 5.21로 5위 수준인데 8월에는 3.21로 방어율을 무려 2점이나 떨어뜨려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삼성이 올 시즌들어 처음으로 월간 승률 5할 이상(9승 8패)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8월에 거둔 9승 가운데 4승이 구원승이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심창민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장필준이 임시 마무리로 제 구실을 톡톡히 해주는데다 선발 요원이던 좌완 장원삼이 불펜에 가세해 과부하를 해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장필준은 8월에만 방어율 2.61을 기록했는데 마무리를 맡은 뒤 4경기에서 2세이브를 따냈고 장원삼은 불펜에 가세해 4경기에서 1승 1홀드 방어율 3.38로 힘을 보탰다. 8경기에서 1승 1홀드에 0.79의 놀라운 방어율을 기록한 베테랑 권오준의 역투도 불펜을 되살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 새 외국인투수 요한 플란데가 가세하면서 선발진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타선의 집중력도 시즌 초반에 비해 크게 향상돼 불펜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느 정도는 투타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모양새지만 가을잔치의 희망을 되살리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8월 불펜 방어율에서는 넥센이 3.59로 삼성의 뒤를 잇고 있다. 넥센은 시즌 평균 불펜 방어율에서도 4.41로 2위를 달리며 안정된 불펜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구원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마무리 김세현이 넥센 불펜을 이끌고 있다. 넥센에 이어 LG가 8월 불펜 방어율 3.63으로 3위에 올랐다. LG는 시즌 불펜 방어율에서도 5.09로 4위에 올라있는데 고른 선수층 덕분에 연투가 별로 없어 불펜 과부하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안정된 불펜 전력을 자랑하던 NC가 8월 불펜 방어율에서는 5.74로 8위까지 추락했다는 점이다. 선발진이 무너진 공백을 불펜 핵심요원 가운데 하나인 최금강이 메우게 되면서 가뜩이나 체력 부담이 심해진 여름철에 불펜진의 체력이 바닥난 탓이다. NC는 여전히 시즌 불펜 방어율 1위(4.27)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장 믿을만한 구석이었던 불펜이 흔들릴 경우 팀 전체로 도미노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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