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골 손흥민
한국-독일. 올림픽축구대표팀 와일드카드 손흥민(7번)이 8일(한국시간) 브라질 살바도르 폰치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2016리우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독일과 후반전에서 2-2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골 뒤풀이하고 있다. 살바도르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의 자격을 증명했다.

신태용호의 와일드카드 공격수 손흥민이 ‘지독파’다운 면모를 자랑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손흥민은 8일(한국시간) 살바도르의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6 리우올림픽 조별리그 C조 2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1-2로 뒤진 후반 11분 왼발 동점골을 터뜨렸다.

올림픽 본선을 사흘여 앞두고 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5일 피지와 1차전에선 후반 교체로 뛰었다. 페널티킥 추가골로 골 맛을 보며 컨디션을 조율했다. 손흥민은 8강행 분수령이 될 독일전을 대비한 ‘맞춤식 카드’였다. 만 18세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이적하기 전 5시즌을 뛰었다. 통산 163경기 49골(12도움)을 터뜨리며 ‘손세이셔널’ 열풍을 일으켰다.

이날 독일에서 선발로 뛴 2선의 핵 율리안 브런트와는 레버쿠젠 시절 한솥밥을 먹었고, 공격수 다비 젤케나 중원의 ‘벤더 형제’ 등 독일 대부분 선수에 대해 손흥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호르스트 흐루베쉬 독일 대표팀 감독도 킥오프 전 ‘손흥민 경계’를 놓지 않았다. 독일 주요 언론도 ‘흐루베쉬호와 손흥민이 만난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혹시나 했던 상황이 결정적인 순간 나왔다. 이날 한국은 피지전과 다르게 수비형 미드필더 2명(장현수 박용우)를 배치, 수비에 무게를 뒀다. 전방 황희찬 손흥민을 활용해 예리한 역공으로 맞설 의지였다. 반면 독일은 한국이 자랑하는 2선의 빠른 공격과 파괴력을 봉쇄하고자 마티아스 건터 등 중앙 수비를 제외하면 대부분 선수가 하프라인까지 올라와 전방 압박을 펼쳤다. 볼 점유율에서 독일이 우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장현수를 중심으로 최후방, 2선 요원의 간격을 좁히며 독일 공격을 막아섰다. 그리고 전반 25분 코너킥 상황에서 황희찬의 선제골이 나오며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흘렀다. 하지만 7분 뒤 시종일관 한국 오른쪽 측면을 공략한 세르주 나브리에게 동점골을, 후반 10분엔 수비 뒷공간이 무너지며 다비 젤케에게 역전골까지 내줬다. 전반 중반까지 잘 버티던 신태용호의 수비가 무너졌다. 워낙 힘과 높이를 지닌 독일이 한 골 앞서면서 수비에 무게를 둔다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동점골 손흥민

이때 구세주 구실을 한 건 손흥민이다. 역전골을 내준 뒤 1분이 지나서였다. 왼쪽 터치라인에서 공을 잡은 황희찬이 순간적으로 전방을 파고든 손흥민에게 공을 연결했다. 손흥민이 빠른 발로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향해 20여미터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독일 수비 2명이 따라붙었고, 손흥민 앞엔 니클라스 쉴레가 막아섰다. 하지만 손흥민은 침착했다. 여유있게 헛다리 드리블로 쉴레의 중심을 무너뜨렸다.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왼발로 밀어넣어 골문을 갈랐다. 분데스리가에서 독일 수비진을 무너뜨리며 포효한 손흥민을 떠올리게 했다.

골 맛을 본 손흥민의 오름세는 돋보였다. 후반 20분 박용우와 눈을 마주한 뒤 독일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박용우의 침투패스가 문전으로 정확하게 배달됐다. 손흥민이 골키퍼와 맞선 가운데 오른발 논스톱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쉽게 공은 골키퍼에게 가로막혔다.

두골씩 주고받으며 승부가 끝날 것으로 보인 후반 막판 손흥민의 발끝에서 역전골이 나왔다. 후반 42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공격에 가담해 수비수 이슬찬에게 전진 패스를 넣었다. 이슬찬이 오른쪽에서 낮게 올린 공을 또다른 와일드카드 공격수 석현준이 문전에서 오른발로 차 넣었다. 아쉽게 후반 추가시간 나브리에게 프리킥 동점골을 내준 게 흠이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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