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중국)=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맨유 시절 등번호 ‘13번’을 달고 뛰며 수많은 한국 축구팬들로 하여금 새벽을 기다리게 하던 아시아 출신 최고의 프리미어리거. 축구 역사상 최고의 명장으로 손꼽히는 알렉스 퍼거슨의 총애를 받은 전 맨유 선수.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웅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영원한 ‘캡틴박 ’으로 기억될 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


맨유의 앰버서더 자격으로 맨유와 태그호이어의 파트너쉽 체결현장에 참석했던 박지성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 주고 받은 ‘13문 13답'.


Q1) 맨유의 유일한 아시아인 앰버서더로서 베이징을 찾은 소감은 어떤가? 선수시절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


박지성 : 아무래도 선수시절에는 경기를 하고 프리시즌 준비를 하는데 더 신경을 많이 썼고 지금은 팬들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이제는 경기 준비나 훈련을 하는데 시간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번에 베이징에 와서 앰버서더로서 맨유 행사장에 다니다 보니 확실히 아시아 팬들의 맨유나 축구에 대한 열기가 정말 뜨겁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Q2) 곧 8월부터 피파 마스터스코스가 시작되는 걸로 알고 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박지성 : 필요한 준비는 대부분 끝냈고 첫 코스가 레스터에서 시작된다. 이번에 피파 마스터스코스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


Q3)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지도자나 해설가로 활동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본인은 일찌감치부터 지도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고 행정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행정가로의 진로를 결심한 이유가 따로 있다면?


박지성 : 우선 지도자를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럼 다른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에 행정가가 되는 일이 가장 크게 와 닿았고 행정가가 돼서 한국 축구나 아시아 축구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이번에 피파 마스터스코스 과정을 준비한 이유도 이론적으로도 좀 더 공부를 해서 좀 더 전문적으로 축구 행정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Q4) 축구행정가 된 후에 꿈꾸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


박지성 : 특별히 어떤 위치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까지 선수생활이나 여러가지 경험들을 살려서 앞으로 한국 축구, 아시아 축구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Q5) 최근에 맨유 감독에 부임한 무리뉴 감독도 중국 투어에 참가했고 본인도 앰버서더 자격으로 중국에 왔다. 혹시 맨유 부임 후에 무리뉴 감독과는 만나봤는지. 또 맨유 시절에는 상대팀 감독으로 만난 적도 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박지성 : 최근에 잠깐 만났다. 긴 대화를 나눈 정도는 아니었고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무리뉴 감독은 일단 전술적으로 대단히 뛰어난 감독이다. 그 동안 자기가 맡았던 많은 클럽에서 충분히 뛰어난 성적을 낸 감독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에서 톱클래스 감독으로 인정받는 것도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능력이 맨유에서도 잘 발휘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Q6) 무리뉴 감독이 첫 시즌부터 즉각적으로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박지성 : 무리뉴 감독이 지금까지 걸어온 행보를 보면 첫 시즌에 우승을 한 적도 있었고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팬들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을 볼 때 충분히 기대할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진=맨유 앰버서더로서 맨유와 태그호이어 파트너쉽 체결현장에 참석한 박지성. 그 둘째날 행사장은 박지성을 보기 위해 모여든 중국인팬들로 가득했다.)


Q7) 맨유가 퍼거슨 시절의 영광을 언제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박지성 : 언제가 될 거라고 정확히 예측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이 빠른 시일 안에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Q8) 전 맨유 선수이자 현 앰버서더로서 최근 맨유의 부진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는 한국의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지성 : 우선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면 과도기가 있을 거라는 예상은 이미 있었다. 최근에 실망스러운 결과들이 나오긴 했지만 머지 않아 맨유가 부활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무리뉴 감독이 온 후로 팀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고 다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맨유를 믿고 응원해주시면 충분히 좋은 결실을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Q9) 여전히 선수시절의 박지성과 그 스승이었던 퍼거슨 감독의 모습을 함께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 본인의 앰버서더 임명식에도 퍼거슨 감독이 직접 나와서 축사를 남겼다 . 그 이후로 퍼거슨 감독과는 계속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지.


박지성 : 감독님께서 직접 먼저 연락을 주시기도 한다. 나도 이런 맨유 관련 행사 등에서 뵐 기회가 있을 때는 찾아가서 뵙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곤 한다. 특히 앰버서더 활동과 관련해서는 감독님께서 내게 즐겁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고 그 외로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Q10) 한국 축구계에선 아무래도 이제 곧 열릴 리우올림픽이 가장 큰 관심사다 . 대회에 참가하는 후배들이나 축구팬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박지성 : 다들 메달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이고 지난 올림픽에서 대표팀이 메달을 받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부담감도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는 선수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대회이기 때문에 부담감은 좀 내려놓고 경기를 즐기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선수로서 성장하는데 초점을 맞추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11) 방금 언급한 부담감이나 선수들이 겪는 압박감에 굴하지 말자는 모토(‘Don’t Crack under pressure’:태그호이어의 슬로건으로 맨유와 태그호이어의 파트너쉽을 나타내는 이미지에도 사용된 문구)에 대해서 어제 본인이 데니스 어윈과 함께 참가했던 맨유와 태그호이어의 파트너쉽 체결현장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전 동료이자 현 맨유 주장인 루니도 비슷한 주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본인은 현역시절 압박감이나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박지성 : 프로선수생활이라는 것 자체가 늘 압박감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압박감을 잘 견뎌내야지만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을 경기장 안에서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런 압박감을 너무 의식하기 보다는 매 순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다면 압박감을 떨쳐내고 경기장에서 자연스럽게 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Q12) 중국 투어를 마친 후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


박지성 :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이 행사 끝나고 또 다른 행사가 있고 그 다음에 또 다른 행사가 있다 .(웃음) 맨유 중국 투어가 끝나면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서 유소년 컵 대회 결승전에 참석할 예정이고 그 후에는 곧바로 피파 마스터스코스가 시작되므로 1년 동안은 학업에 전념할 생각이다.


Q13) 마지막 질문이다. 이번에 맨유의 중국 투어에 앰버서더로서 직접 참가한 것에 대해 한국에서도 많은 기사가 나오고 있다. 한국팬들 반응을 보니 ‘앰버서더가 된 후로 모델 같아졌다 ’거나 ‘점점 멋있어지는 것 같다’는 반응이 꽤 있던데.


박지성 : (활짝웃음) 글쎄. 왜 그렇게 보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웃음)  


베이징(중국)=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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