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휴
한때 기업가치 142조를 웃돌았던 야후가 5조5000만원의 헐값으로 버라이즌에 인수됐다.

[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한때 세계 최대 포털 사이트였던 야후(YAHOO)가 48억3000만달러의 헐값에 미국 최대 통신기업 버라이즌(Verizon)에 인수됐다. 이 금액은 우리돈 5조5000억원 정도지만 불과 8년 전인 2008년까지만 해도 마이크로스트가 450억달러(한화 약 51조1560억원)에 야후를 인수하려 했으니 8년새 야후의 가치가 1/1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야후는 1994년 2월 스탠퍼드 대학 기숙사에서 시작됐다. 당시 미 스탠퍼드 대학에서 전기공학 박사과정에 있던 제리 양과 데이비드 필로가 교과과정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웹에 분류해 놓은 것이 학생들의 인기를 얻으며 확산됐다. 생각지도 못했던 폭발적인 반응에 제리 양과 데이비드 필로는 본격적으로 인터넷 검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됐고 이것이 야후가 됐다.

이후 야후는 꾸준히 성장하며 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0년에 들어서는 야후 사용자가 1억 명을 돌파했고, 시가총액은 1250억달러(142조1250억원)가 됐다.

하지만 이후 닷컴 버블이 불거지고, 온라인 광고시장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야후는 위기를 맞게 됐다. 뒤이어 설립된 구글이 훨씬 더 정확한 검색결과를 보여주면서 야후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야후는 구글을 인수하려다 실패, 2002년에는 구글에 역전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2년 이후의 야후는 참담했다. 지속적인 적자 속에서 CEO가 계속 바뀌었다. 2012년부터는 마리사 메이어가 CEO를 맡고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인수하며 투자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 결국 헐값에 버라이즌에 인수됐다.

야후의 흥망성쇠는 우리나라 포털의 역사와도 무척 닮았다. 1995년에 설립된 검색포털 다음은 초기 한국 검색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당시 다음은 생소했던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과 온라인 커뮤니티 그룹인 ‘다음카페’를 통해 엄청난 회원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메신저가 존재하지 않아 메일과 카페를 통해 서로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일상적이었다.

그런 다음에 위기를 안겨준 것은 바로 다음 자신이었다. 2002년 4월부터 대량메일 발송에 대해 유료화를 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반발한 네티즌들은 다른 메일 서비스 제공 사이트들로 돌아섰고, 다음에 가입한 회원들이 야후, 네이버, 네이트, 엠파스, 라이코스코리아, 드림위즈, 프리챌, 네띠앙 등으로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편 네이버는 ‘지식in’이라는 집단지성 서비스를 출시하며 인기를 더해갔다. 2004년부터는 네이버가 다음의 점유율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그 뒤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네이버는 2004년 사이트 점유율 30.9%를 차지해 1위 사이트가 된 후 2005년 38.4%, 2006년 48.5%, 2007년 61.5% 등으로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갔다. 현재도 네이버는 사이트 점유율 70%대를 보이며 1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다음은 메신저로 성장한 카카오에 2014년 인수합병되는 수모를 겪었다.

야후와 다음의 예처럼 IT 공룡 기업들도 그 영광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포털 사이트들은 자칫 한 순간에 순위가 역전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국내에서도 그간 수많은 사이트들이 생겨났으나 다음-네이버로 이어진 독점지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하나 둘 문을 닫았다.

반면 구글과 네이버는 기존 포털 영역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글로벌 1등’, ‘한국 1등’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와 이에 최적화된 크롬북, 그리고 안드로이드와 유튜브 등을 통해 검색, 온라인 광고, 하드웨어, 모바일 기기, 콘텐츠 시장 등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라인 메신저의 성공과 더불어 블로그, 네이버 지도, 네이버 웹툰, 네이버 클라우드(전 N드라이브), 포스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네이버 쇼핑과 네이버 페이 등 직접적인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 동시에 R&D 투자를 늘리고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해외 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야후와 다음·네이트혼 등의 사례를 경험한 구글과 네이버는 강력한 신규 서비스가 등장하면 현재의 지위가 한 순간에 대거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R&D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part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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