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2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KBO리그는 2012년 LG 소속이던 박현준, 김성현의 승부조작으로 발칵 뒤집힌 뒤 대대적인 근절 대책을 마련해 시행했다. 우선 경기조작 관련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이어 공정센터를 신설해 경기조작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했다. 암행 감찰제를 만들어 경기조작, 불법스포츠도박, 반사회적 불법행위, 금품수수 및 향응제공 등을 감시했다. 신고자는 포상하고 자진신고자는 처벌 감면을 내놓으며 자발적인 신고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또한 매년 1월 신인 선수에 대한 관련 교육을 강화했고 개막 전에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한 부정방지 교육도 진행했다. 각 구단도 자체적으로 승부조작 근절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무색해졌다. 최근 KBO리그는 4년 만에 드러난 승부조작 사건으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재발한 승부조작은 초구 볼넷에서 1회 볼넷과 실점, 4이닝 6실점 등 더 지능적으로 변모했다. 또한 승부조작에 참여한 선수의 수수 금액이 더 늘었다. 2012년 박현준과 김성현이 500~700만원을 받았다면 이태양은 1회 성공에 2000만원을 브로커에게 받았다. 승부조작에 대한 감시 체계가 강화되면서 위험수당이 오히려 늘어난 셈이었다.

KBO 리그를 피폐하게 만드는 승부조작이 뿌리 뽑히지 않는다면 대만처럼 리그 자체가 몰락할 가능성도 있다. 승부조작을 일삼는 조직은 점조직 형태로 근절이 쉽지 않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승부조작을 제대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가담자들이 스스로 족쇄를 풀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행중인 마약사범 소탕 작전이 예가 될 수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적극적인 총기사용을 촉구하며 마약상과 중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출석하고 있다. 자수한 마약중독자는 행정당국의 지원으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물론 KBO리그의 승부조작은 필리핀처럼 생명을 담보로 위협할 만큼 강제적이지 않다. 대신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실토하는 경우 죄를 유예하고 처벌을 완화하는 쪽으로 끌고 가야 한다. 한시적으로 가담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처벌을 유예하는 대신 악의 뿌리와도 같은 브로커와 전주를 밝혀내 일망타진 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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