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최서윤 기자]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전 세계 0.07%에 불과한 땅을 가졌지만 이제는 전 세계인을 팬으로 가진, 이토록 큰 자부심을 주는 나라가 우리의 나라, 대한민국임을.”


영화를 보기 위해 CGV를 찾은 관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본 동영상 속 멘트다. 한류(韓流)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됐다. 국내 드라마와 영화, K-pop이 중국 등 아시아에 수출돼 인기를 끌고, 외국인들이 한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동영상 속 멘트가 보여주듯 우리나라는 ‘작지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시작된 한류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정점으로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한류를 확산시키고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융성’ 정책에 발맞춰 다양한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은 CJ그룹(회장 이재현)이다. CJ E&M(대표 김성수)은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지난 2일 파리에서 K팝 콘서트 ‘KCON 2016’을 개최, 1만3000명의 관객을 모으며 성황리에 끝낸 바 있다.


한류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와 있다. 코트라(KOTRA)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공개한 ‘2015년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류는 영화 등 문화산업 내에서 생산유발효과 5조1000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조5000억 원의 경제적 이익을 냈다. 음식 등 관련 산업 내에서는 생산유발효과 10조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3조1000억 원의 성과를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 서정 CGV 대표 "문화산업이 진정한 미래 먹거리 되려면 글로벌화는 필수"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영화산업의 경우 ‘영화의 종주국’인 프랑스나 1980~90년대 영화산업의 황금기를 보내고 내리막길을 걸은 홍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때문에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영화의 글로벌화(세계화)’와 각종 규제 완화 등 지속가능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 프랑스는 우리나라가 예의주시해야 할 영화산업의 롤모델국가다. 프랑스는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한국영화의 3대 수입국이다. 프랑스영화는 한국에서의 개봉작이 많지 않지만,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1997년 홍콩을 반환 받은 중국은 영화산업에 물량공세를 아끼지 않고, 합작영화 등을 통해 미국 할리우드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정 CJ CGV 대표는 한국영화가 발전하려면 ‘글로벌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대표는 지난 22일 서울 CGV여의도에서 열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 기조연설에서 “전통적 국내 산업의 강자였던 제조업이 힘을 잃어가면서 문화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며 “문화산업이 진정한 미래 먹거리가 되기 위해선 글로벌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최근 CGV는 터키의 마르스 엔터테인먼트그룹을 인수하면서 스크린 수 기준 세계 5위(2632개)의 극장사업자가 됐다. 그러나 스크린 수 1위(9000여개)인 중국의 완다그룹에 비하면 몇 배 부족한 수치다. 또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스크린 독과점’은 콘텐츠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스크린 쏠림’ 현상이라며 콘텐츠의 양극화 해소와 한국 영화산업의 세계화를 위해 산업적인 시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CGV측의 주장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노철환 성균관대 겸임교수는 프랑스를 예로 들어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노 교수는 “프랑스영화가 지닌 다양성의 기반에는 우리와는 다른 지원제도가 있다”며 “영화지원금은 ‘문화적 예외’라는 기치 하에 한국보다 훨씬 크고 다양하게 분배되고, 영화 상영에 지원금이 보장되는 등 공적 역할이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 영화관 입장권 구매대금에는 3%의 영화발전기금이 포함돼 있다. 이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관련 단체 지원, 영화제작 및 투자 등에 사용한다. ‘2015년 영발기금 지출’을 보면 지난 2005년 정부의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따른 영진위 지방 이전비로 총 792억 원 중 242억 원(31%)이 사용됐다. 제작과 배급, 상영 등에 다양한 지원을 하는 프랑스와 차이를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영화, 연극, 공연 등을 50% 할인해 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보다 진일보한 제도 도입으로 젊은 층들은 물론, 산업화 세대인 노년층과 민주화 세대인 중년층까지 문화향유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 교수가 이날 제안한 월정액 방식으로 영화를 보는 무제한카드 발급 제도도 영화산업 육성 방안 중 하나다.

▲ 서정 CGV 대표가 22일 열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멀티플렉스 사업자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박영규 CJ CGV 중국 전략기획팀장도 중국의 영화산업을 예로 들며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박 팀장은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영화산업 육성 정책을 펼침에 따라 중국의 영화산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중국 정부는 국내 영화산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해외 합작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글로벌 합작 투자를 더욱 쉽게 하고, 영화산업에 온라인 모델을 도입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또 3D 영화와 대형 스크린용 영화,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제작을 포함해 영화 시장 확대를 위한 디지털 극장 건설 등에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한류, 그 중에서도 한국영화가 침체기에 빠지지 않고 계속 발전하려면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함께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연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문화융성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금전적, 제도적인 지원이 지금보다 더 많아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ss100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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