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는\' 이대호...\'걱정마세요. 내일은 홈런!\'
[캐멀백랜치(미 애리조나주)=강명호기자] 12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캐멀백 랜치 스콧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ML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애틀 매리너스 경기에서, 시애틀 6번 이대호가 타석을 기다리며 활짝 웃고 있다. 2016.03.12.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는 ‘꿈의 무대’라 불렸다. 쉽게 갈 수 없는, 도전하기도 어려운 무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한국인 빅리거가 계속 늘고 있다. ML에 거센 황색 돌풍이 불고 있다. 과거 박찬호(43·은퇴)나 최근 류현진(29·LA다저스)처럼 아시아에서는 주로 투수들이 ML 무대를 밟았지만 최근 한국인 타자들의 맹활약 속에 향후 ML 스카우트의 손길이 야수들에게도 집중될 전망이다.

박찬호는 1990년대를 풍미하며 한국에 ML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새벽부터 일어나 박찬호의 등판 경기를 보느라 일과 시간에 잠이 부족했던 야구팬들이 부지기수다. 최근 류현진과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까지 KBO에서 활약하던 투수들도 ML에서 맹활약하며 한국 투수의 위상을 높였다. 일본 역시 노모 히데오(은퇴)부터 최근 다르빗슈 유(텍사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다자와 준이치, 우에하라 고지(이상 보스턴), 마에다 겐타(LA다저스) 등이 ML에서 활약 중이다. 마이애미의 첸 웨인, 캔자스시티의 왕첸밍은 대만 출신이다. 아시아 출신 투수들이 ML에서 꾸준히 인정을 받은 덕분에 투수들의 ML행은 봇물을 이뤘다.

반면 투수들과 달리 아시아 출신 야수들은 빛을 보지 못했다. 일본인 선수 가운데 ML 명예의 전당 입성도 유력한 이치로 스즈키(마이애미)가 3000안타 대기록 달성을 노리고 있지만 이치로 포함 마쓰이 히데키(은퇴), 아오키 노리치카(시애틀), 추신수(33·텍사스) 정도를 제외하면 성공한 아시아 출신 야수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류현진(어깨)과 다르빗슈, 다나카(이상 팔꿈치) 등 아시아 투수들이 잇따라 수술대에 오르며 내구성에 문제점을 보인데다 코리안 빅리거 타자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향후 스카우트 지형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한 강정호(29·피츠버그)와 올해 ML에 데뷔한 이대호(33·시애틀), 박병호(30·미네소타), 김현수(28·볼티모어) 등 한국인 야수들의 예상을 깬 활약은 아시아 출신은 메이저리그에서 슬러거로 자리잡기 힘들다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KBO리그를 지켜보는 ML 스카우트의 눈빛이 달라지고 있는 이유다.

새로운 한국발 황색돌풍은 ML의 트렌드까지 바꾸고 있다. 일본은 노모, 이치로, 마쓰이 등 자국 리그를 거쳐 ML에서도 성공한 선수들이 나오며 일본프로야구 출신 메이저리거를 계속 배출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2012년까지도 자국리그에서 뛰다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가 없었다. 2013년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비공개 입찰경쟁)을 통해 ML로 간 류현진이 최초다. 이후 지난해 KBO리그 야수 출신으로 처음 ML 무대를 밟은 강정호가 성공적인 데뷔를 하며 지난 겨울 KBO리그 출신 타자 3명, 투수 1명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부상으로 긴 시간 뛰지 못했던 강정호는 올시즌 복귀 후에도 21일까지 3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 34안타(9홈런), 26타점으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고, 박병호는 타율(0.209)은 낮지만 12홈런으로 이미 ML 데뷔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김현수는 초반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고 홈 관중들의 야유를 듣는 수모를 딛고 타율 0.340, 출루율 0.419로 주전자리를 꿰차며 빅리그 적응을 마쳤다. 플래툰시스템으로 출전이 불규칙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이대호는 타율 0.289, 10홈런, 27타점을 기록하며 팬들의 기대에 화답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모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최초의 한국인 타자로 이름도 남기게 됐다.

과거 ML에서 뛴 일본인 타자들은 마쓰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교한 타격을 하는 교타자 스타일이다. 반면 한국인 타자들은 김현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장타력을 갖췄다. 시원한 한 방을 터뜨려주는 한국인 타자들이 ML에서 좀 더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최근 한국인 타자들의 맹활약 속에 아시아 출신 야수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한 ML 구단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는 “아시아 선수들이 힘에서도 밀리지 않는 것을 보여주면서 구단들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졌다. (구단에서) 투수뿐 아니라 야수 쪽에 대한 리포트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과거 투수들이 ML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제 야수들도 ML에 진출할 길이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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