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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산마을 허진규 옹기장이 항아리를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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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은 명산과 아름다운 바다를 함께 품고 있는 고장이다.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울산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산업도시의 어두운 그림자다. 하늘은 현대자동차 공장굴뚝에서 뿜어내는 시커먼 연기가 가득하고 땅에도 현대자동차들의 배기가스로 앞이 안보일 정도일것이다. 물 역시 현대중공업과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쏟아내는 오염물질로 분명히 탁할 것이란 것이다.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실제 울산에 가보면 1급수 태화강이 흐르는 청정도시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울산 주요 도심을 동그랗게 에워싼 울주군은 더하다. 신록 가득 물든 산하에 해발 1000m 이상급 영남알프스의 고산준령들이 우뚝우뚝 서서 맑은 동해를 바라보는 곳이 울주군이다.국가경제를 살리는 공업의 굳건한 힘이 서렸지만 분명히 맑고 밝은 산하에 대자연의 순수함이 가득하다. 화창한 봄을 기념하며 우울한 그림자 속에 가려진 울산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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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역으로 불렸던 남창역.
◇장인정신이 옹기종기

울산에 도착하자 마자 비가 내렸다. 가장 먼저 남창역을 찾았다. 1935년에 지은 낡은 역사(온산선·동해남부선)이지만 한때 전국으로 옹기를 실어나르던 역 답게 위엄이 서렸다. 허기가 진 터라 역 앞 남창시장 국밥골목을 찾아 소고기국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배가 불러오자 옹기 생각이 났다. 위장에 음식이 차오르면 식도를 통해 올라가 뇌를 자극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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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산마을 허진규 옹기장이 불로 건조를 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마을은 국내 수제 옹기의 맥을 잇는 곳이다. 아니 어쩌면 세계적으로도 얼마 남지않은 옹기(질그릇) 문화를 지켜나가고 있다. 외딴 이곳에 옹기마을이 생겨난 것은 의외로 한국전쟁 때문이다. 피란민이 부산에 내려와 살때 당장 필요한 것은 물과 쌀, 김치를 담을 용기, 즉 옹기가 많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 당시 경북 영덕 땅에서 옹기를 굽던 장인이 사람이 바글대는 부산에 옹기를 공급하기 위해 보다 가까운 곳에 터를 잡았다. 흙이 좋고 가마를 땔 나무도 있는 곳, 옹기를 실어나를 철도도 근처에 있어야 했다. 그곳이 바로 울산 외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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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옹기박물관

1950년대부터 옹기 일을 배우려는 도제와 일거리를 찾아온 이들이 외고산에 모여들었다. 60~70년 대 전성기 때는 전국 각지에서 온 350여 명의 옹기 장인과 도공들이 외고산의 명성을 드높였다. 옹기의 명맥이 이미 끊겨버린 일본으로 수출했고 미국 한인들도 이곳에서 장독을 주문했다. 마을이 형성되던 1958년 외고산 마을에 들어온 배영화 옹기장(울산시 무형문화재 제4호)은 “예전에 일본에 수출하던 옹기를 죄다 이곳에서 만들었다”고 술회했다. 배 옹기장은 “외고산 마을은 한겨울에도 흙이 얼지 않을 정도로 마을이 따뜻하고 땔감이 많은 등 옹기 가맛자리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대를 이어가며 다양한 옹기 제품을 만들어왔지만 시장은 쇠퇴했다. 떠날 사람은 떠났고 그나마 남아서 대를 잇는 이도 줄었다. 아파트 중심의 생활패턴은 더이상 장독을 둘 수 없게 됐고, 무겁고 투박한 옹기는 김치냉장고와 플라스틱에 밀려났다. 다시 옹기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바로 웰빙 열풍때문이다. 그릇 중 가장 투기성이 강해 ‘숨쉬는 용기’로 발효식품에 최적이란 연구결과가 옹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전통 가마를 짓고 35년째 일을 하고 있는 허진규(50) 옹기장은 외고산에서 태어났다. 허 옹기장은 “세계 어디나 흙을 구워 그릇을 만들었지만, 우리나라에만 여태껏 옹기문화가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전통 식문화인 발효식품 덕택”이라고 말했다.

외고산옹기마을은 자연발생적 옹기축제와 세계옹기엑스포 등을 거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영화요업, 성창요업, 금천토기, 일성도기 등 옹기 가마에선 뜨거운 불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몇년 새 미술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이들이 도제를 자처하고 들어와 마을에서 작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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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옹기박물관에는 외고산마을에서 만든 세계 최대 옹기가 전시중이다.

모두 옹기를 빚는 40여 가구가 살고있는 마을에 오면 옹기장들이 항아리를 빚는 것도 구경할 수 있고 상황에 맞춰 옹기체험도 할 수 있다, 마을에는 울산옹기박물관도 있어 옹기의 과학과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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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외고산마을 쉼표카페. 옹기 머그잔에 커피를 내려준다.

마을 입구 쉼표카페는 강남 한복판에 갖다놓아도 손색 없을만큼 깔끔한 곳이라 쉬어가기 좋다. 탁트인 2층 전망에 커피맛도 좋다. 도예를 전공하고 옹기 작품을 빚고있는 주인장이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 잔도 물통도 모두 옹기다. 카페 자체가 옹기 갤러리인 셈이다.

마을 중간에 있는 옹기마실은 막걸리 한사발에 파전을 맛보며 쉬어갈 수 있는 곳. 매콤한 대파를 푸짐하게 넣은 옛날식 파전과 국수, 국밥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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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간절곶은 일출 명소로 뿐 아니라 해안 산책로로 인기가 높다.

◇산과 바다, 울주의 대자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울주는 멋진 바다와 산을 동시에 품은 곳이다. 전국 최고 새해 일출 여행지로 꼽히는 간절곶 역시 울주군의 자랑거리다. 푸른 초원 아래 역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가운데는 풍차가 서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바닷가에 커다란 커피숍이 들어서서 많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곳이다. 차도를 막아 걷기 길을 마련했다. 그래서 더욱 여유로운 해안 산책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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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해수욕장은 서핑의 새로운 인기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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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 해안 걷기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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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동해와 고산준령이 함께 있어 청정자연을 자랑하지만 산업도시라는 이미지에 많이 가려져 있다.

바다를 향해 돌아앉은 벤치와 커다란 소망우체통, 등대가 한가로이 서있다. ‘아재개그’처럼 엽서에 ‘간절한’ 소망을 적어 넣으면 이뤄진다는 간절곶 소망우체통이 재미를 준다. 멀리 수평선으로부터 달려와 기암괴석을 핥고 다시 멀어지는 파도 소리가 감미롭다. 벤치에는 역시 연인들이 앉아 한때를 보내고 있다. 자동차 조선의 산업도시 울산의 이미지와는 아예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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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에는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는 우체통이 있다.

명선교 야경 (1)
화려한 명선교 야경. 지금은 여름까지 공사중이다. 제공 | 울주군청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명선교는 서생면 진하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했다. 지금은 공사 중이지만 명선교의 야경은 멋지기로 소문났다. 예술적인 곡선을 자랑하는 다리가 바다와 이어진 회야강을 가로지른다. 이를 바라보며 즐기는 싱싱한 회맛이 일품이다. 자연산 참가자미가 많이 난다는 우봉항과 온산항 덕에 많은 횟집이 몰려있다. 강양회단지로 이름붙은 이곳은 울산 시민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싱싱한 생선회에 술 한잔이 빠질 수 없다. 창을 통해 해가 떠오르는 근사한 경관을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숙소도 이곳에 많으니 걱정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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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에서 여유로운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연인.

이름에 산(山)이 들어가는데 울산에 와서 바다 만 즐기고 돌아간다면 다소 억울할 터. 이름부터 근사한 ‘영남알프스’. 여러 시군에 걸쳐있지만 그중 울주에 유독 많은 고산준령이 있다. 가을이면 억새로 유명한 간월재는 울주 언양 인근에 있다. 영남알프스의 명산 신불산 역시 간월재와 이어져 있어 다양한 코스로 접근할 수 있다.

장시간 걷지 않고도 탁트인 전망 속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간월재는 지금 신록으로 가득하다. 바다를 옆구리에 두고 길을 걷고 또 수천 수만의 연둣빛 이파리들이 가득한 봄날의 산행까지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이득인가.

개인적으로는 산행 후 반드시 챙겨야하는 게 있는데 ‘휴식과 보양’이다. 물 좋다는 등억온천과 언양불고기가 그 답으로 충분하다.

demory@sportsseoul.com

●둘러볼만한 곳=서생포 왜성은 선조 26년(1593년) 임진왜란 중 왜군에 의해 지어진 성이다. 현재 석축 성벽만 남아있지만 보존상태가 좋다. 당시 일본식 건축방법으로 지어진 왜성은 산 꼭대기 부근에서 아래로 성벽을 겹으로 두르고 있다. 특이점은 성벽이 눈에 띌 정도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 이런 일본식 성곽 축조법은 왜안 이후 조선 성곽을 만들 때에도 응용되기도 했다. 16세기 말 일본 성곽을 연구하는 중요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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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옹기시장 앞 사일국밥은 소고기국밥으로 유명하다.

●맛집=남창옹기시장 국밥골목에는 소고기국밥을 하는 집이 많다. 이중 사일국밥은 함께 내는 맛깔스러운 반찬과 맛있는 국물로 소문난 집이다. 여느 국밥집처럼 달랑 깍두기 하나만 내는게 아니라 나물 등 다양한 찬을 곁들여낸다. 선지국밥과 내장국밥, 소내장수육도 있다.(052)239-0706. 외고산 마을 파전집 옹기마실(052)238-7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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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선창식당 줄가자미 회

온산 강양회단지 선창식당은 자연산 참가자미, 봄도다리, 줄가자미 등을 맛볼 수 있는 곳. 칼칼한 양념의 매운탕도 좋다.(052)238-5159

언양불고기는 울산역 인근에 타운이 조성되어 있다. 굵게 채썬 쇠고기를 배즙에 재웠다 양념장을 넣고 버무려 석쇠에 구워 낸다. 달달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다.

간월산일출
새벽부터 부지런히 간월산에 오르면 운해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울산옹기축제’

볕 좋은 봄날 외고산 마을에서 옹기축제가 열린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유망 축제로 선정한 ‘울산옹기축제’ 다음달 5일을 시작으로 8일까지 나흘간 울주군 외고산 옹기마을 일원에서 펼쳐진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외고산 옹기마을에선 옹기장인들이 옛 가마에서 전통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다. 울산 옹기축제는 이러한 옹기를 지역 특산물로 널리 알리고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축제다.

울산옹기축제에는 다양한 체험과 참여 프로그램이 있다. 옹기 만들기 대회, 옹기 만들기 체험을 통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와 다례 체험을 통해 전통의 문화를 물씬 느껴볼 수 있다. 옹기 축제의 이름에 걸맞게 먹거리 체험도 풍성하다. 전통 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김치 담그기 행사도 진행된다.

외고산옹기체험-울산시제공
울산옹기축제 옹기체험 제공 | 울산광역시

이 뿐만 아니라 전시 행사와 공연, 부대행사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예정이다. 보기만 해도 흥이 절로 나는 마당극 공연, 품바공연, 옹기 퍼레이드 등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옹기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옹기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며 우리의 전통 먹거리를 다시 한번 생각 할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현장으로도 좋다. 문의 울산옹기박물관(052)229-7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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