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교수
카이스트 바이오 뇌 공학과 정재승 교수

[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뇌 과학자가 바라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인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어떤 의미일까?

뇌 과학자로 유명한 정재승(44)교수는 이번 대결에 대해 “컴퓨터가 학습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고 그다음에 행동하는 인공지능이 나올 것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실험”이라고 정의했다. 정재승 교수는 카이스트(KAIST)에서 물리학 전공으로 학부, 석사, 박사 학위를 마치고, 미국 예일대, 콜롬비아대에서 정신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 교수는 뇌의 의사결정 과정을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고 정신 질환을 모델링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번 대결의 핵심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기 위한 특별히 프로그래밍 된 것이 아닌 일반적인 학습을 한 컴퓨터 인공지능이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정 교수는 “구글 딥마인드의 하사비스 대표는 이번 대국을 위해 알파고를 학습시키면서 이세돌을 이기기 위한 특별한 전략을 넣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딥마인드 디자이너였다면 이세돌을 이기기 위한 데이터에 집중했을 것”이라며 “일례로 하수들의 데이터를 제외하고 9단들의 대국이나 이세돌의 천적으로 통하는 중국 커제의 기보를 집중적으로 학습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결 결과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버전으로 봤을때는 이세돌의 5-0 완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을 해다는 점에서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변화된 상황은 지난 6개월 동안 바둑 9단 정도 수준의 학습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이다. 하지만 관련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집중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면 실제 6~8단 정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을 했을 텐데 이를 통해 전략적으로 추론해 사람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러한 것이 가능하다면 이세돌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서는 “인간의 행동을 빅데이터로 정리할 수 있다면 인간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행동을 읽고 앞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 등장할 수 있다”며 “이렇게 사람과 소통하고 마음을 읽는 일을 하는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인간은 편리해진다. 하지만 인간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서비스 업에서 인간의 일자리가 컴퓨터로 채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jwkim@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