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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원이 개정한 법령에 따르면 2016년 4월 1일부터 리튬이차전지 에너지밀도 400Wh/L 이하의 배터리 셀을 내장한 제품들도 모두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사진은 ‘전기용품 안전관리 운용요령’의 부칙 ‘별표 2 제10호’ 캡처.

[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다음달 1일부터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든 IT(정보통신)제품들이 정부의 인증을 받게돼 국내 중소업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기표원)은 4월 1일부터 새롭게 개정된 ‘전기용품 안전관리 운용요령’의 부칙 ‘별표 2 제10호’를 통해 내장 리튬이차전지 에너지밀도 400Wh/L 이하인 모든 제품에 대해 인증을 받도록 법을 고시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리튬이차전지 에너지밀도 400Wh/L 이하에 대해서는 따로 인증을 받지 않도록 했으나 이제는 리튬이차전지를 내장한 모든 제품이 추가로 배터리 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이어폰, 전기면도기, 전동칫솔 등 배터리 셀을 내장한 모든 제품이 추가로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 소형 배터리 셀도 모두 추가 인증... 업계 부담 가중

배터리 인증은 예전부터 시행돼 왔다 . 그러나 정부의 새 인증 시행안에 따르면 모든 리튬이차전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그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그 동안 기표원은 업계의 의견을 모아 배터리 폭발의 위험이 낮은 셀 최적당 에너지 밀도 400Wh/L 이상인 배터리에 대해서만 인증받도록 했다. 배터리 크기는 작은 데 밀도를 높이면 폭발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 400Wh/L을 기준으로 인증 여부를 나눈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으로 인해 전동칫솔, 블루투스 이어폰, 충전용 전동공구까지 배터리 인증을 받아야 하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제품 안에 들어간 배터리를 두고 업계에서는 온전한 배터리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업계에 따르면 셀(Cell, 충전 가능한 리튬이차전지의 원료)에 충방전 회로를 포함시켜 팩 형태로 만든 것만을 배터리로 본다. 즉, 독립된 배터리 혹은 배터리 셀과 충방전 회로가 더해진 스마트폰의 내장 배터리 등은 ‘배터리 완제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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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에서 말하는 내장 배터리. 배터리 셀을 팩에 담아 충방전 회로를 더한 배터리로, 온전한 별도의 배터리라 부를 수 있는 제품이다. 아이폰의 배터리 등이 이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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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면도기 안 기판에 달린 배터리 셀. 업계에서는 이를 제품의 부품 중 하나라고 보고 있으며, 완전한 배터리가 아닌 일개 부품에 대한 추가 인증은 지나친 처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독립된 배터리로 구분지을 수 있지만 소형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배터리 셀은 팩에 담겨 있지 않고 크기가 무척 작은 제품들이 상당해 일반적인 의미의 ‘폭발’이 일어나기 어려운 제품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모든 인증은 패키징 직전의 완제품을 대상으로 시행돼야 하는데 반해 제품 안에 포함된 리튬이차전지의 경우 부속품 형태여서 이에 맞지 않다.

업계에서는 기표원의 관련 법 개정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개정 법령에 맞춰 모든 배터리 내장 제품의 인증을 받게 될 경우 지불해야 하는 인증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소형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예로 들면 국제전기기기인증제도(IECEE)에 따라 공인받은 인증기관에서 발행한 CB인증서(제품의 안전에 관한 인증)를 취득하는데 약 250만 원이, 그리고 셀 안전실험에 약 250만원이 든다. 여기에 다른 항목(무선, 전원 등)까지 추가하게 되면 제품 한 개당 약 800만 원에서 1000만 원의 인증비용이 들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제품의 배터리 인증을 받더라도 제품에 따라 배터리 용량이나 크기형태가 달라지게 되면 새로이 또 받아야 해 인증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4월 1일 전에 주문한 수입품, 인증 안돼 통관 안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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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던 배터리 인증이 추가된 것과 더불어,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많은 중소 수입업체들의 경우 이 개정된 법령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만약 발주한 수입제품이 4월 1일 이후에 국내에 도착할 경우에는 배터리 관련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으로 분류돼 통관이 안 될 수도 있다. 설령 세관에서 통관시키더라도 수입업자들은 인증절차를 지키지 않은 게 돼 자신도 모르는 새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다.

해외 업체들도 ‘배터리’ 완제품이 아닌 제품 내 ‘부속품’을 배터리로 따로 인증 받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전례 없는 사항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면도기를 수입했는데 인증 기준에 따르면 수입품목이 배터리가 되기 때문이다.

업체에는 이런 배터리 규제로 인증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정작 개인이 해외직구하는 제품은 별도의 인증이 요구되지 않는다. 동일한 배터리 셀을 포함했더라도 개인과 기업에 따른 차별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배터리 인증이 추가될 경우 더해지는 금전적 부담은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에 AS를 받기 어려운 해외직구 상품과 정식 수입 제품 간 가격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관련 법이 고시된 만큼 관련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내장 배터리 셀 인증제도를 현실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한 중소 업체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art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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