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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떠난다. 배웅을 위해 서둘러 강원도로 달려갔다. 정선 몰운대에 남은 겨울의 자취.

[영월·정선=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갈까 말까” 망설이는 겨울 배웅길, 영월 정선 여행겨울이 떠날 채비를 마쳤다. 하얀 이불을 걷어차고 노란 햇살을 기다리며 바야흐로 기지개를 켠다. 이른 꽃타령에 울컥했는지 겨울은 서둘러 뒷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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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 설산에 아로새긴 올 겨울의 흔적. 함백산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이제 겨울이 지겹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배신자가 틀림없다. 귀가 얼얼 이가 딱딱 맹추위에 덜덜 떨기도 했지만 그렇게 꼭 나쁘진 않았다.겨울을 추억해보자. 지난해 꽃술만한 첫눈이 보슬보슬 내려올 때 그 얼마나 가슴 설레었던가. 일어나 창을 봤을 때 홑이불처럼 천지를 덮은 눈, 그리고 그 조용한 세상. 딱히 할 것은 없었다지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커피전문점을 가득 채운 캐롤. 유난히 김을 펄펄 날리며 끓어오르는 국밥. 아침 출근길 코로 입으로 마구 밀려드는 청량한 공기 등은 지금 떠나는 겨울이 우리에게 남겨준 추억이다.총총 잰걸음으로 떠나가는 계절을 되돌아보며 배웅길에 나섰다. 겨울이 아직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강원도 영월과 정선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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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단종이 한맺힌 유배생활을 했던 청령포.
◇고즈넉한 겨울 땅 영월

내비게이션에 영월 청령포를 찍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청룡포’로 잘못알고 있는 곳이다. 육지 속의 섬, 솔 숲 가득한 땅은 기이하게도 삼면은 물이요 한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라 배를 타고만 들어설 수 있다. 알카트라즈가 그랬던가. 천혜의 요새라기 보다는 자연적인 감옥으로 유용했던 이곳을 누가 찾아 유배지로 썼다. 세조(수양대군)가 조카 단종을 노산군으로 폐위하고 청령포에 가뒀다. 누구의 아이디어 였을까. 한명회일까. 아무튼 몇년 전 부터 길이 잘 났지만 지금 가더라도 족히 2시간은 걸리는 곳이니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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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맺힌 유배지라지만 더없이 아름다운 곳 청령포.

역설적이게도 청령포는 매우 풍광이 좋다. 600년 수령의 관음송 등 솔숲과 졸졸 흐르는 강물, 오갈데 없는 신세의 어린 임금은 이곳에 앉아 살육의 피냄새가 흥건한 한양을 바라보며 살았다. 지금은 후손들이 관광객이 되어 한 서린 청령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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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오솔길이 있는 장릉.

불행했던 십칠세의 단종은 결국 삼촌의 손에 의해 죽고, 맑은 동강 물에 떠내려가는 시신을 안타까이 여긴 영월호장 엄홍도가 거둬들였다. 삼족을 멸한다는 명에도 불구 손수 나서서 어린 임금의 옥체를 몰래 암장했던 것. 훗날 중종과 숙종 때 이를 찾아내 능을 지었는데 그것이 장릉이다. 그 때문에 장릉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된 조선왕릉 중 가장 외진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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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이 잠든 장릉.

외졌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고즈넉하다는 뜻. 장릉은 나지막한 언덕에 있다. 소나무 가득 선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조용히 사색하며 둘러볼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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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선돌.

선돌을 빼놓을 수 없다. 정선·태백으로 들어서는 영월땅에서 선돌은 중국 무협영화에나 나올듯한 기이한 지형을 자랑한다. 머털도사가 살고 있을 것 같은 뽀족한 추암(錐巖)이 내륙 서강변에 우뚝 섰다. 그래서 선돌(立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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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 앞 전시관 위층에서 엄마와 아이가 계단 내려오기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 매정하게도 계속 엄마가 이겼다.

천하 제일경으로 알려진 중국 장자제(張家界)에서 하나를 빌려왔을까. 아파트로 따지면 30층에 가까운 물경 70m에 이르는 층암절벽이 소나기재 길가에서 서강을 내려보고 서있다. 보기만해도 아찔한 절벽 위 전망대에서 선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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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시인묵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선 몰운대. 황동규 시인은 이곳을 다녀오고 몰운대행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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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시인묵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선 몰운대. 황동규 시인은 이곳을 다녀오고 몰운대행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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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팔경 중 하나인 정선 몰운대.
◇구름도 쉬어가는 정선

38번 국도를 따라 정선 쪽으로 더 들어가면 점점 산세가 거칠어진다. 영월은 그나마 커다란 강이 있어 높고 낮은 지형이 확연히 구분되지만 정선은 확실히 남성적이다. 해발고도도 높아진다. 정군 화암면 몰운대(沒雲臺). 구름이 쉬어간다는 곳이다.

이름은 ‘모른대’와 비슷한 발음이라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지만, 몰운대는 화암팔경 중 제 7경으로 꼽힌다. 몰운대는 켜켜히 암반을 쌓아올린 다음 칼로 뚝 마라낸 듯한 절벽이 당당하다. 아찔한 90도 절벽이 굽이치는 소금강 계곡 한켠에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사각의 픽셀처럼, 아니 밀푀유(프랑스식 빵)처럼 네모난 돌덩이가 나노 블록처럼 절벽을 이룬다. 붓으로 한국화를 그리자면 부벽준(도끼처럼 마른 붓으로 툭툭 찍어내는 준법)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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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강 계곡에 병풍처럼 우뚝 선 기암절벽 몰운대.

황동규 시인은 이곳을 여행하며 ‘몰운대행’을 남겼고, 개인적으로도 정선하면 심심산골 깊숙히 박힌 이곳을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곳이다.

한국에는 몰운대가 사실 두군데 있다. 내륙 정선에도 있고 부산 다대포 해변에서 툭 튀어나온 몰운대도 하나 있다.

겨울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소금강 계곡 위 몰운대에 잠시 앉아 봄이 오는, 아니 아쉬운 겨울이 가는 소리를 귀에 담아본다. 이제 곧 봄비가 내려 정암사 계곡에 졸졸 흐르면 사방에 꽃이 피어나리. 두문동재 옛길에 가득한 자작나무에 녹색 이파리가 돋아나 겨울을 닮은 하얀 몸통을 가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고불길을 돌아 고한으로 내려왔다.

춘삼월을 코앞에 두고 정선땅에서 만난 겨울의 마지막 모습이 아련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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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겨울을 보내고 나면 스키여행은 8~9달이나 기다려야 한다.

◇아듀, 스키 시즌

스키 역시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설원을 누비려는 스키어가 하이원에 한가득이다. 성수기인 1월보다 한산하니 기다리지 않고 한층 여유있게 겨울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하이원리조트 탑오브더탑 정상에는 형형색색의 스키·스노보드 복을 차려입은 이들이 360도 탁 트인 백두대간 설산을 바라보며 스피드와 스릴을 즐긴다. 열살이나 됐나. 얼굴을 꽁꽁 싸맨 자녀에게 스키 턴을 가르치는 아버지는 아무래도 꽤 상급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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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시인묵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선 몰운대. 황동규 시인은 이곳을 다녀오고 몰운대행을 썼다.

아이의 손을 마주잡고 거꾸로 내려간다. 몇번 해봤는지 겁없는 아이는 곧잘 따라한다. 여름날 계곡에서 본 잠자리처럼 서로 붙은 남녀 커플도 S자를 그리면서 찬찬히 설원을 내려갔다.

누군가 앉아 스노보드를 착용하는가 싶더니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벌써 하얀 바탕에 한점이 되어 멀어진다. “쏴아악 쏴아악” 눈을 지치는 소리만 귀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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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톱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겨울 설산의 모습. 이제 봄비가 몇번 내리고나면 곧 푸른색으로 뒤덮힐 태세다.

스키를 가져오지 않은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인 나는 전망대로 올라섰다. 저마다 다른 모양의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운무가 낀 탓에 몇 겹의 산이 점점 엷은 푸른색으로 내며 멀어진다. 설산 등반은 어렵지만 곤돌라로 오른터라 편히 겨울산의 설경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보디빌더들이 근육이 도드라져 보이기 위해 시꺼먼 오일을 바르는 것처럼 겨울산은 눈이 사면에 쌓여야 더욱 늠름한 산세가 드러난다. 희끗한 산이 입체적 풍경으로 눈에 들어온다.

겨울의 마지막 종착역인 강원도 정선 땅에 왔더니 아쉬움이 덜하다. 이제 그만 겨울을 보내줘도 되겠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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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스키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겨우 한두 주 남았다. 정선 하이원리조트.

여행정보

●하이원리조트=

기상상태에 따라 3월 27일까지 스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달 28일부터는 평수기로 적용해 객실 및 리프트권도 저렴해진다.

또 올 시즌부터 새로 운영 중인 동계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확대해 운영한다. 29일까지 확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스노모빌 스페셜 코스’로 강사의 교육을 받은 고객이 직접 스키 슬로프 위에서 스노모빌을 운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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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호텔과 컨벤션호텔.

이번 스페셜 프로그램은 오는 29일까지 스키장 클로징 타임을 이용해 40분간 진행하며 매일 오후 5시에 시작한다.

사전예약제로 운영하는 ‘스노모빌 스페셜 코스’의 이용료는 대인 1인 기준으로 3만5000원이며 밸리콘도 스키학교에서 예약하면 된다.(033)590-7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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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 동계액티비티 중 스노모빌 스페셜 코스.

하이원리조트는 겨울철 즐길거리 확대를 위해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인 동계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스노모빌 스페셜 코스와 함께 스노모빌 체험, 스노보트 등의 동계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프로그램 이용객들은 설피, 스노슈즈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다양한 겨울체험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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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비품.

한편 하이원리조트는 반려견 동반여행 증가 추세에 따라 마운틴 콘도내에 반려견과 동반 투숙이 가능한 객실을 운영 중이다. 마운틴콘도 A동에 반려견과 함께 투숙할 수 있도록 비품을 비치했다.

반려견 동반 투숙 객실은 객실요금 외에 5만원의 추가 비용을 받으며 하우스쿠션, 다이닝매트, 배변패드 등을 제공한다. 단, 콘도 입실규정에 따라 8㎏ 이하 반려견 2마리로 제한 한다.

특히 4월부터는 반려견 실내 놀이터를 운영하기로 했으며, 마운틴 스키하우스 잔디광장과 힐콘도 사이의 스키장 슬로프를 이용한 반려견 산책로도 개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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