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최서윤 기자] “TK는 근본적으로 욕심이 많다.”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 배급 쇼박스)’에서 한치원(강동원 분)의 대사다. 8일 현재 330만 명의 관객수를 돌파하며 이번 설 연휴 극장가를 점령한 ‘검사외전’을 보면 감독의 의도와 상관없이 많은 TK 인사들이 연상된다. TK는 좁게는 대구 경북고등학교 출신들을 이르고, 넓게는 대구·경북 지역을 아우른다.


▲ 영화 '검사외전' 스틸 이미지


영화 속 주인공인 변재욱(황정민 분)을 보면 지난 2002년 10월,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으로 구속된 홍경령 전 서울지검 검사가 떠오른다. 당시 홍 검사는 수사관 3명과 공모해 파주 S파 조직폭력배 간 살해사건으로 긴급체포된 피의자 조모 씨를 수사하던 중 폭행 및 가혹행위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독직폭행치사 혐의였다. 홍 전 검사는 친정인 검찰로부터 징역7년을 구형받았다. 그는 2003년 9월, 1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모든 책임은 혼자 짊어지고 가겠다.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달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후 2005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1년6월의 실형을 확정 받았다.


홍 전 검사는 1965년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중고교를 졸업한 전형적인 TK다. 대구 사람이지만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 학생운동을 하면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컸다고 한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김대중 정부에서 검사복을 벗고 구속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홍 전 검사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마지막 사면복권 조치 때 복권을 받아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 사건은 검찰의 과잉수사 논란을 촉발시켰다. 검찰의 강력부 폐지 움직임도 일었다. 그렇다고 조직폭력배들에게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인권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홍 전 검사의 대학 동기이자 서울지검 검사로 함께 재직했던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2002년 12월 “홍 전 검사는 10년 재직동안 전세금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어려운 형편에도 밤낮없이 묵묵히 일하는 ‘칼잡이 검사’였다”며 “사건도 그가 3년간 살인사건을 내사, 주범들을 모두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경북 의성이 고향인 김 의원도 TK다.


이 사건의 후폭풍은 꽤 컸다. 영화에서는 검찰총장의 사퇴 장면은 없었다. 실제로는 이명재 총장이 책임을 지고 정든 검찰을 떠났다. 1943년 영주에서 태어난 이 전 총장은 경북고를 졸업한 TK다. 그는 서울대 법대 졸업 후 25년 이상 검사로 재직하며 ‘수도승’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검찰 내 신망이 두터웠다. 현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특보를 맡고 있다.


이 전 총장은 2002년 1월부터 사건 발생 직후인 11월까지 10개월 간 검찰을 진두지휘했다. 총장 취임 후 6월에는 현직 대통령의 두 아들인 김홍업, 김홍걸 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는 등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은 우직한 검사로 평가 받았다.


영화 속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TK 인사는 경북 포항 북구 재보선에 출마한 우종길(이성민 분) 검사다. 포항 북구의 현역은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병석 의원이다. 공교롭게도 이 의원은 포스코 사건에 연루돼 최근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영화 ‘검사외전’ 속 ‘욕심 많은 TK’는 긍정적 의미로도, 부정적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단순한 킬링타임용으로 영화를 봐도 좋지만 역사적 배경을 알면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ss100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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