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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착하다는 이색 이론을 펼치는 서민 교수.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코미디언 이주일 이후 “못생겨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또 나타났다. 기생충학 박사인 건국대 기생충학과 서민(49) 교수다. ‘기생충은 착하다’는 이론을 설파하는가 하면 자신의 블로그에 ‘박근혜 대통령과 커리의 공통점’ 등 정치 이야기나 “남자는 보험이 아니다” 등 연애이론을 주장한다. 전공인 기생충 관련 서적 뿐 아니라 글쓰기 서적 등 다양한 책을 출간하는가 하면 각종 강연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정체가 궁금한 남자, 서민 교수를 만났다.

◇내가 재미있게 강의하는 이유? 청중이 졸까봐

-방학이라서 신날 것 같다. 요즘 스케줄은 어떤가?

올해 연구년이어서 시간이 있다. 일주일에 두번 정도 외부 강의를 하고 그 밖에는 테니스를 치고 글을 쓴다. 올해 목표가 두 가지다. 하나는 책을 열심히 쓰는 것. 올해 여섯권의 책을 쓰려고 한다. 또 하나는 운동하는 것.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 처럼 치는 게 목표다.

-요즘은 방송활동이 뜸하다

2013년에 방송에 처음 나갔는데 방송은 짧은 시간에 나를 드러내야 하는 일이라 쉽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수줍음 많아서 적응이 잘 안됐다. 아침 방송 같은데 나가면 10명쯤 되는 사람들이 서로 말하겠다고 싸우는데 그것도 적응이 안됐다. 글쓰기랑 방송을 비교해보니 글쓰기는 조그만 공간에서 전 세계를 누비는 느낌이라 재미있는데 방송이라는 큰 무대에 서면 내가 왜소해지는 느낌이었다. 방송은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굳이 나까지 해야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서 거절하고 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섭외전화를 두번 정도 거절했더니 이제는 섭외가 안들어온다.(웃음)

-외부 강의를 유튜브로 들은 적이 있다. 강의를 참 재미있게 하신다. 타고 나신 것 같다

외부 강의를 처음 시작한 게 2008년이었다. 당시 남자중학교에 가서 강의했는데 애들이 대놓고 자는 모습을 보고 애들이 잠들지 않게 재미있게 해야지 했다. 그 때부터 강의가 들어오면 무조건 재미 위주로 하고 있다. 청중이 잠들면 안되니까.

◇기생충은 착하다고?

-구충제 먹을 필요 없다, 기생충은 착하다 등 이색적인 이론을 펼치셨다. 서민 교수에게 기생충은 어떤 의미인가

내가 만약 기생충을 연구하지 않았으면 임상을 했을텐데 그러면 다른 친구들처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살았을 것 같다. 기생충은 나에게 새로운 인을 살게 해준 존재다. 기생충 연구하는 사람들은 직업만족도가 높다. 의대를 나왔으면 돈 벌어야한다는 가족들의 의견을 뚫고 선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기생충을 연구하게 돼서 고맙다. 게다가 기생충도 자꾸 보면 귀엽다. 기생충이라는 편견만 버리면 괜찮다. 사실 E.T는 기생충보다 더 징그럽게 생기지 않았나?

-기생충이 착하다는 건 조금 이해가 안간다

기생충은 하루에 밥풀 두톨 정도만 먹고 산다. 사람 몸에서 기생충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 작은 창자다. 먹이와 소화액이 있다. 거기에 한 기생충이 먼저 자리잡으면 다른 애들은 그 밑에 자리잡고 살아간다. 그렇게 여러 종류가 사이좋게 살아가는데 그게 가능한 이유는 조금씩 먹기 때문이다. 사람같으면 아마 못먹어도 200톨 정도를 저장해놓을 텐데 기생충은 그러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착하다.

-기생충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기생충이 있나

최근에 제일 좋아하는 기생충은 ‘광절이’다. 얘는 5~6m 정도 길이다 .얘는 사람 몸에 들어와도 아무 증세가 없다. 얌전하게 있는다. 아마도 사람을 배려하는 거라고 본다. 기생충을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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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참여적인 글쓰기와 강연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서민 교수.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대중들의 속 뚫어주는 정치평론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에 관한 글을 많이 쓴다. 정치에 대한 글을 쓸 때 부담은 없나?

방송에 나가 말을 한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글쓰기는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가 글을 쓰면서 알게 됐는데 내가 비판글을 잘 쓰더라. 그럴수 있는 게 나는 아직 ‘듣보잡’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아무 신경쓰지 않는다. 글쓰다가 고소당할까봐 주변에서 걱정해주는데 반어법으로 쓰기 때문에 괜찮다.

-사회 참여적인 글을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책을 읽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회에 대한 발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소외계층에 천원으로 밥 한끼를 사줄 수도 있지만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면 더 좋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정치가 힘이 크다는 걸 느꼈고 대통령이 왜 중요한가를 깨달았다. 대통령에 따라 사회가 바뀐다는 걸 알고 대통령에 관한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다. 물론 대통령께서 내 글을 읽지는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고 즐거워해주는 게 좋다.

-정치평론가인 셈이다.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

댓글이 많이 달리고 내글을 여기저기 퍼가는 게 뿌듯하다. 어려서부터 인정욕구에 굶주렸던 사람이라 인정받으면 좋아한다. 게다가 나는 마조히즘 기질이 있어서 누가 나를 욕하면 짜릿하다.

-정치에 직접적으로 참여해볼 생각은 없나?

나는 기생충의 아버지인데 내가 정치를 하면 기생충은 누가 돌보나? 어느 정파에 들어가게 되면 글의 객관성이 사라진다. 방송에 나가고 나서 혹시라도 어느 당에서 오라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아무 곳에서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

◇글쓸 때 가장 행복한 서민 작가님

-기생충 관련 서적 뿐 아니라 글쓰기 책 등 다양한 책을 쓰셨다. 이유는 ?

책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다른 사람이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책 덕분에 변화했다. 그렇게 얻은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

-글쓰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길을 가다가 얻는다. 걸어가다 보면 생각이 난다. 느닷없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비법 같은 게 있다면 독자들을 위해 공개해달라

기대 수준을 낮추면 된다. 나는 기대 수준이 무척 낮다. 뭘 바라는 것이 거의 없다. 차만해도 2000년식 EF소나타다. 50만원에 산 중고차다. 그전에 몰던 차가 스틱이어서 오토로 바뀐 것만 해도 즐거웠다. 바라는 게 많지 않으면 즐겁다. 내 주변 의사들이 자기 삶에 불만이 많은 이유는 타워팰리스에 살아도 두채가 아니라 한채 밖에 없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아내와 애견 네 마리와 살고 계신다고 들었다

처음부터 아내와 결혼할 때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아내와 개 네마리를 키우며 산다. 애가 있었다면 애 생각에 마음 아파하고 괴로웠을 것이다. 애가 나 닮아서 못생기면 얼마나 고민을 했겠나.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살기 팍팍한 시절이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우리나라 현실을 제대로 짚어낸 단어라고 생각한다. 헬조선은 기성세대가 만들었다. 그런데 피해를 보는 건 젊은층이다. 그렇지만 젊은층이 헬조선이라고 얘기하면서 이를 바뀌기 위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 현실이 헬조선이라면 모여서 바꿔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게 안까깝다.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는데 왜 스스로 못생겼다고 광고하나?

나도 내가 못생긴줄 몰랐는데 초중고 때 애들이 하도 놀려서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착함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 얼마전 ‘응답하라 1988’을 재미있게 봤는데 류준열이 연기하는 정환이를 보고 이해가 안되는 게 있었다. 우리처럼 눈 작은 사람들은 여자에게 틱틱거릴수가 없다. 무조건 잘해줘야 한다. 나같으면 덕선이를 공주처럼 모셨을 텐데 드라마라서 그랬던 것 같다. 이 얼굴로 뭘 할까 하다가 공부 열심히 했고 글쓰기도 열심히 했다.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원래 베스트셀러를 쓰고싶었는데 지금까지 쓴 책이 비교적 잘 팔려서 더 바라면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대로도 바라는 게 없다. 지금까지 받은 것에 늘 감사하면서 산다. 다만 꼭 하고 싶은 것은 테니스를 정말 잘치고 싶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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