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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따뜻한 해외전지훈련지로 떠난지도 보름여가 지났다. 훈련 초반엔 체력훈련에 중점을 뒀지만 지금은 본격적으로 기술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투수들은 본격적으로 불펜피칭을 시작해 벌써 서너 차례 이상씩 불펜피칭을 소화한 선수들도 있고, 각종 수비 포메이션 등 손발을 맞추는데 여념이 없다. 타자들은 물론 쉼 없이 타격훈련을 하며 기술과 파워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매의 눈으로 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전력 업그레이드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기존 전력 이외에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될 신예 발굴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스프링캠프를 통해 숨은 진주를 찾는 일이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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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오른쪽)이 1일 일본 고치현에 위치한 시영구장 서브 그라운드에서 스퀴즈 훈련 도중 번트 타구를 빠르게 토스한 뒤 환호하고 있다. 고치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각 팀의 감독들은 전지훈련을 떠나기전부터 팀 전력의 밑그림을 그려놓고 빈자리와 모자란 자리에 채울 선수 발굴에 위해 고민한다. 한시즌을 치러보면 야수의 경우 9명 중 6~7자리는 거의 고정이고 나머지 부상이나 부진한 선수를 대체할 선수가 필요해진다. 새로 발굴한 신예가 기존 선수들의 벽을 뛰어넘어 발군의 활약을 펼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지만 프로야구 연륜이 깊어지면서 이런 경우는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기존 선수들에 버금가는 백업요원 2~3명을 키워내기만 해도 스프링캠프는 대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감독과 코치들은 젊은 유망주들의 어떤 면을 보고 가능성 유무를 판단할까. 프로야구 롯데 삼성 태평양 감독을 역임한 박영길 본지 객원기자는 “흉내를 잘 내는 선수가 감독 및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마디로 정의한다. 흉내를 잘 낸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감독 코치가 타격자세, 투구폼을 잡아주고 글러브질 등 수비자세 교정을 지시하면 곧바로 이해하고 따라하는 능력을 말한다. 단단한 체격과 강한 어깨 등 월등한 신체조건까지 갖췄다면 금상첨화다. 성실한 자세로 훈련에 임하는가 여부도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된다. 어차피 유망주들이 완성형 선수들은 아니다. 기존 주전선수들과 비교하면 기량면에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신 갖춰진 것이 적은 만큼 코칭스태프의 모든 것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낸다면 발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런 선수를 발굴해 내는 것이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능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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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오른쪽)이 호주 시드니 전지훈련캠프에서 신인 외야수 조수행에게 타격지도를 하고 있다.제공|두산 베어스

그렇다면 젊은 유망주들이 프로야구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주전 한 자리를 꿰차기 위해 캠프에서 지향해야 할 점도 분명해진다. 어떻게 하면 잘 치고, 잘 던질까를 끊임 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한다. 고민을 해봐야 코칭스태프의 가르침이 쉽게 이해 가고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해했다면 몸으로 체득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한다. 그렇게 해서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고 출장기회를 늘려나가야 완성형 선수로 발전할 수 있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의외로 젊은 유망주들 중 좋은 자질을 지닌 선수는 있어도 노력을 겸비한 선수는 많지 않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기존 선수들의 벽을 뛰어넘으려면 눈에 불을 켜고 독기로 똘똘 뭉쳐 그들보다 더 많은 훈련을 해야하는데 선배들과 똑같은 훈련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박영길 객원기자는 지난해 모 구단의 마무리캠프에 인스트럭터로 참가한 소감을 전해줬다. 보통 스프링캠프 훈련은 코칭스태프가 정한 스케줄대로 움직이게 된다. 그런데 주전 비주전 할 것 없이 똑같은 양의 훈련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이다. 박 객원기자는 “선수 육성은 코치들이 앞장 서서 되는 게 아니다. 선수들 스스로 남들보다 더 많은 개인훈련을 해야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수 있는데 죽기살기로 하는 선수들이 별로 눈에 안 보였다. 넥센 서건창이 왜 성공했겠나. 특별한 자질과 능력 때문이라기 보다는 남들보다 더 간절하고 독하게 훈련한 덕분에 기량발전을 이룬 것이다. 국민타자로 칭송받는 삼성 이승엽도 끊임 없이 타격폼에 대해 연구하고 변화를 준다. 그들보다 능력이 모자란데 노력도 게을리한다면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겠나”라고 쓴 소리를 했다.

한창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각 구단들은 2월 중순이면 연습경기에 들어가기 시작함과 동시에 캠프 인원을 추려내 옥석을 가리는 작업에 들어간다. 지금은 40여명이 훌쩍 넘는 선수들이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희망을 노래하고 있지만 젊은 유망주들 중 상당수는 연습경기 위주의 2차 캠프지로 옮길 때면 아쉬운 마음을 안고 국내행 비행기에 올라야한다. 어찌보면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보장된 시간은 이제 보름 남짓 밖에 안된다. 그리고 시범경기를 거쳐 비로소 정규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될 선수가 정해진다.

스프링캠프 생존경쟁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그리고 지난해 삼성 구자욱처럼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터뜨리며 팀에 희망의 빛이 되는 선수가 얼마나 출현할 지 자못 궁금해진다.

whit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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