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노재욱
현대캐피탈의 세터 노재욱(가운데)이 11월 3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토스하고 있다. 제공 | 현대캐피탈 배구단

[스포츠서울 고진현 선임기자]‘스피드 배구’의 마에스트로가 돌아왔다. 주춤했던 현대캐피탈이 주전 세터 노재욱(23)의 복귀로 힘을 차렸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노재욱은 지난달 30일 우리카드전에서 한달만에 코트를 밟아 팀에 3-0 승리를 안겼다. 노재욱의 복귀로 현대캐피탈은 비로소 색깔을 되찾았다.

네 가지의 공격옵션을 효과적으로 선택해 빠른 템포로 진행하는 스피드 배구는 세터의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노재욱은 현대캐피탈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의 지휘자로 안성맞춤이다.

세터 노재욱의 힘은 무엇일까? 정교함을 갖춘 장신 세터라는 게 첫번째 강점이다. 한국 남자배구의 장신 세터 계보는 진창욱(193cm) 방지섭(193cm) 송병일(196cm) 등으로 이어졌지만 이들은 토스의 질이나 코트비전 등에서 2%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노재욱의 등장으로 한국 남자배구도 바야흐로 정교함을 갖춘 장신 세터의 완성본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장신 세터는 토스타점이 높아 자연스레 상대 블로커들을 따돌리기 쉽다. 또한 점프 토스 이후 빠르게 공을 쏠 수 있어 스피드 배구에서 중요한 빠른 직선 토스 구사에 유리하다. 노재욱의 스피드 넘친 직선 토스는 장신이기 때문에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캐피탈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의 지휘자인 노재욱은 심장도 크다. 2년 차 세터지만 자신감 넘친 토스워크가 일품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는 길을 걸어가기 위해선 담대한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날개는 명세터 출신인 최태웅 감독이 달아줬다.

노재욱은 “주위로부터 토스워크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데 모두 감독님 덕분이다. 늘 저에게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주셔서 그런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노재욱의 토스 구질도 ‘스피드 배구’에 최적화 돼있다. 그의 손끝에는 용수철이 붙어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토스가 빠르다. 토스가 빠르지만 볼끝이 죽지 않고 힘차게 뻗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게 바로 퀵토스의 생명이다. 국내 세터중 빠른 토스는 가능하지만 볼끝이 죽지 않고 살아나가는 선수는 흔치 않다. 빠르면서도 볼끝이 죽지 않는 토스를 구사하게 되면 공격수들이 편안하게 공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제 아무리 빠른 토스를 구사한다고 해도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공격수가 있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재욱은 복 받은 세터다. ‘좌우 쌍포’ 오레올과 문성민은 국내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지닌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노재욱의 빠른 토스는 그들에겐 몸에 꼭 맞는 옷이나 다름없다.

‘스피드 배구’의 지휘자가 돌아왔다. 노재욱의 손끝에서 뿜어지는 명품 토스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대캐피탈 뿐만 아니라 한국 남자배구에도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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