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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선수들이 25일 서울이랜드와의 챌린지 준플레이오프에서 상대 골키퍼 김영광 자책골이 나와 3-3 무승부를 만든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수원 더비’의 꿈은 계속된다.

날도 춥고 비도 세차게 내렸지만 운동장은 뜨거웠다. 단 한 장 남은 K리그 클래식행 티켓 전쟁이 시작됐고, 수원FC가 먼저 웃었다. 3부 격인 내셔널리그에서 출발한 그들이 이제 1부 승격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수원을 대표하는 구단, 수원 삼성과의 ‘더비 매치’ 꿈도 계속 살렸다.

수원FC는 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5’ 준플레이오프(PO) 단판 승부에서 서울이랜드와 3-3으로 비겨 다음 단계인 PO로 올라가게 됐다. 준PO와 PO에선 90분간 비길 경우, 정규리그 높은 순위에 있는 팀이 다음 스테이지에 올라간다. 수원FC는 정규리그에서 승점 65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 승점 61인 서울이랜드를 앞선 상태에서 준PO를 치렀다. 수원FC는 이제 반대 입장에서 PO를 치른다. 오는 28일 오후 2시 대구스타디움으로 가서 K리그 챌린지 2위 대구FC와 붙는다. 수원FC는 이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 내달 2일과 5일 부산 아이파크와 K리그 승강 PO를 펼칠 수 있다.

수원FC 승리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우선 내셔널리그에서 출발한 팀으론 사상 첫 K리그 클래식 입성 가능성을 더 활짝 열어놓았다는 점이다. 지난 2003년 내셔널리그에 뛰어든 수원FC는 2013년 프로 2부인 K리그 챌린지 진출을 선언하며 ‘적자생존’의 길에 접어들었다. 올해 같은 경우는 K리그 클래식에서 내려온 팀들, 19년 만에 처음 생긴 기업구단 서울이랜드 등이 있어 쉽지 않은 경쟁이 예상됐으나 차곡차곡 승리를 쌓아가고 있다. 수원FC 예산은 55억원 안팎으로 K리그 챌린지에서도 중하위권에 속한다. 그럼에도 대학과 실업 무대에서 지도자로 잔뼈가 굵은 조덕제 감독이 알짜배기 선수들을 속속 영입, 조직력과 공격력을 강화했고 자파와 블라단, 시시 등 외국인 선수들이 팀에 녹아들면서 덩치가 훨씬 큰 구단들을 따돌렸다.

또 하나는 수원 삼성과의 ‘더비 매치’ 실현 확률 역시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날 수원종합운동장 부근엔 수원 더비를 열망하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렸다. 수원FC도 K리그 클래식에 올라 수원 삼성과 격돌하게 되면 투자나 구단 이미지에서 많은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열망해왔다. 첫 관문인 서울이랜드를 제압하면서, ‘머지사이드 더비(리버풀-에버턴)’, ‘북런던 더비(아스널-토트넘)’처럼 수원에서 더비가 이뤄질 수 있는 불씨도 크게 살렸다.

승패를 떠나 이날 경기는 관중이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고 관전할 만큼 화려한 공격이 수를 놓았다. 두 팀은 정규시즌 4차례 맞대결에서도 경기당 4.25골을 뽑아내며 높은 득점력을 과시했는데 이날 경기는 그야말로 양팀 대결의 클라이맥스였다. 수원FC 골잡이 자파가 전반 20분 그림 같은 오른발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쏘자 서울이랜드는 타라바이(전반 33분)와 윤성열(전반 43분)의 연속골로 전세를 뒤집었다. 하지만 수원FC는 전반 47분 임성택의 재동점포가 터지면서 후반을 맞았고, 두 팀은 전민광(후반 7분·서울이랜드), 김영광(후반 10분·서울이랜드 자책골)이 다시 한 골씩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멈추지 않았다. 수원FC는 후반 중반까지 수비를 하프라인까지 끌어올리며 4번째 골을 다부지게 노렸다. 팬들도 재미있는 축구에 박수로 화답했다.

승장인 조덕제 감독은 “3-3 이후에도 한 골을 더 넣어야 확실히 승리를 굳힐 수 있다는 생각에 공격을 주문했다. 추운 날씨에 찾아주신 팬들도 그걸 원했던 것 같다”며 “다음 상대 대구가 강팀이지만 가장 무서운 공격수 에델 등 3명이 경고누적으로 빠진다. 대구 스리백을 잘 공략해 이겨보겠다”고 밝혔다. 1988년부터 1995년까지 대우(현 부산)에서 8년간 프로 생활을 한 조 감독은 이를 떠올리며 “대구 누르고 승강 PO 가면 부산 아이파크랑 붙는데 이번엔 아시아드 경기장 대신 (대우가 경기하던)구덕운동장에서 하질 않나. 내가 놀던 곳이라 꼭 가고 싶다”고도 했다.

이날 수원종합운동장엔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찾아 90분간 두 팀의 열띤 공격축구를 지켜봤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해에 이어 이번에도 6심제를 도입, 정확한 판정으로 ‘승격 전쟁’ 묘미를 살렸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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