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황선홍
포항 황선홍 감독이 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성남과 홈경기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오는 29일 서울과의 홈 경기를 끝으로 황선홍 감독이 포항을 떠난다. 넓게 말하면 그가 K리그와 이별한다고 할 수 있다. 황 감독은 만 39살이던 2008년 부산 지휘봉을 잡아 프로 감독 도전을 시작했다. 2011년 포항으로 옮겨 5년간 머무른 그는 올 겨울 벤치를 떠난다.

황 감독이 K리그에 몸 담았던 8년간 한국 축구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성인대표팀은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거쳐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일궈냈다. 연령별 대표팀도 각급 월드컵에 나가면 16강 이상은 올랐다. 지난 해 브라질 월드컵 참패 같은 아픔도 있었다. 최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뒤 대표팀은 다시 반등곡선을 타고 있다.

한국 축구가 롤러코스터를 탔던 8년간 황 감독은 꿋꿋이 K리그 현장을 지켰다. 그 시간들을 통해 ‘지도자 황선홍’은 단순한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을 넘어섰다. K리그 격을 높이고 자신의 지도자 자질도 끌어올린 시간들이기도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화려하게 보냈던 선수 생활과 달리 그는 아직 코치 혹은 사령탑으로 대표팀과 인연을 맺은 적이 없다. 이는 황 감독이 K리그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음에도, 한국 축구 중심에선 한 칸 비켜서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그는 쉼 없이 전진했고 업적도 차곡차곡 쌓았다. 부산 시절 일궈낸 2010년 FA컵 준우승을 필두로 2011년 K리그 정규시즌 2위, 2012년 FA컵 우승…. 그리고 지금은 물론 먼 훗날도 프로축구사에 길이 회자될, 최종전 종료 직전 터진 버저비터에 따른 2013년 포항의 사상 첫 K리그 클래식-FA컵 동반 석권은 축구팬들이 황 감독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명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황 감독은 이별을 선택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엔 가슴 속 아쉬움과 허전함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성과를 내면 그에 따른 보상과 뿌듯함이 주어져야 하는 게 세상 순리다. 밖에서 보기에도 황 감독은 그런 순리와 유난히 인연을 맺지 못했다. 부산과 포항은 프로축구 원년 멤버로 화려한 영광을 자랑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모기업 애정이 예전 같지 않고, 예전과 비교하면 뭔가 부족한 구석도 많은 게 사실이다. 한편으론 경영논리 위주로 변해가는 프로스포츠 패러다임에서 두 구단도 생존을 위해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2013년 FA컵과 K리그 클래식을 연달아 석권한 황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타깃으로 삼았다. 자신도 ‘제로톱’이란 새 공격 전술을 꺼내들어 현실에 순응하고 때론 이겨냈다. 다만 세상은 그의 열정만큼 뜨겁지 않았던 것 같다.

황 감독은 ‘굿바이(Good bye)’가 아니라 다시 만난다는 ‘소 롱(So long)’을 얘기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경기장 밖에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나라 운동장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가 언젠가는 다시 한국 축구로 복귀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 때는 황 감독의 축구가 좀 더 잘 표현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이는 비단 축구계에만 해당되는 메시지는 아니다. 팬들이 변해야 하고, 축구를 소비하는 계층도 바뀌어야 한다. 축구는 갈수록 진화한다. 훌륭한 선수 뿐만이 아니라 훌륭한 지도자도 갈수록 지키기 어렵다. 그래서 그의 퇴장이 아쉽고 안타깝다. 언젠가 황 감독이 복귀하는 날을 기다리겠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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