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직업과 나이를 숨긴 스타들이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뽐내는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은 가면 아래, 상상하지 못한 의외의 얼굴이 자리해 번번이 시청자들에게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직업상 참아왔거나, 아니면 가수가 직업이기는 하지만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가면을 쓴채 비로소 노래실력을 뽐내며 감춰둔 꿈을 이루거나 실력으로 인정받아 뿌듯해 하곤 한다. 아나운서, 개그맨, 모델, 뮤지컬배우, 영화배우, 왕년의 인기가수 등 직종도 다양한 분야의 노래 고수들을 만나는 재미에 시청자들도 푹 빠졌다.


▲ 톱모델 배우, 가수까지 못하는게 뭐? '꽃을 든 꽃게' 이성경


통통 튀는 목소리로 고저음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든 '꽃을 든 꽃게'는 1라운드에서 허각의 친형 허공을 꺾으며 2라운드에 진출했다. 이어 2라운드에서 '니가 가라 하와이'에 패배의 고배를 마신 '꽃게'가 가면을 벗고 정체를 공개하자 평가단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꽃게'는 인기 모델 출신으로, 최근 안방극장에서 맹활약 중인 신인 배우 이성경이었던 것. 이날 이성경은 "하도 노래를 많이 부르니까 주변에서 '너 복면가왕 나가야 되는 거 아니니?'라고 얘기해주시더라. 평상시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재밌게 하고 오면 되지 않을까 싶어 나왔다"며 출연 이유를 들려줬다.


▲ 톱클래스 뮤지컬 스타의 저력, '네가 가라 하와이'홍지민


쟁쟁한 도전자들을 누르며 2번 연속 가왕의 자리를 지킨 '네가 가라 하와이'는 훌륭한 가창력과 완벽한 무대매너에도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 정체로 시청자들을 애타게 했다. 지난주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와 펼친 대결에서 패배해 가면을 벗은 '하와이' 홍지민은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여유있는 태도로 현장의 판정단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압도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19년차 뮤지컬 배우이자 드라마에도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홍지민은 "출산 후 첫 컴백 무대가 '복면 가왕'"이라며 "드라마에서는 코믹한 캐릭터만 맡아 내 목소리를 알아볼까 궁금증을 갖고 출연했다"고 말했다.


▲ 고정관념 깬 뜻밖의 중저음, '철물점 김사장님' 홍석천


가면을 벗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중저음의 매력적인 가창력 소유자 '철물점 김사장님'의 정체는 방송인겸 레스토랑 사업가 홍석천이었다. 평소 홍석천 하면 떠오르는 하이톤의 여성적인 목소리와 전혀 다른 남성적 목소리로 괜한 고정관념을 단방에 날린 것. 홍석천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모든 목소리는 가면 앞에 평등하다"는 '복면가왕'의 프로그램 취지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었다. 이날 홍석천은 "겉모습이나 기존에 갖고 있는 모습과 또 다른 진실된 모습을 알려고 조금만 노력하면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복면가왕'의 매력인 것 같다"고 뜻깊은 출연 소감을 밝혔다.


▲ 설마 그 팝페라 스타가?, '상남자' 임형주


고음 부분에서 특유의 음색과 발성, 마이크를 잡는 동작과 제스처 등 '상남자'가 임형주임을 가리키는 힌트는 생각해보면 많았다. 이에 시청자들은 한편 임형주를 떠올리면서도 '상남자'의 익살맞은 행동과 말투에 "에이 설마 임형주가.."라며 후보에서 밀어냈던 것. 프란츠 슈베르트 음악원 성악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2015년 영국 BBC 뮤직 매거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팝페라 가수 톱 5'에 꼽히기도 한 임형주는 지난 방송의 가왕후보 결정전에서 안타깝게 탈락하며 얼굴을 공개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날 임형주는 "만약에 내가 가왕이 되면 (외국 공연을 위한)비행기 티켓을 하루 미뤄야 하나라며 김칫국을 마셨다"면서 웃음을 자아낸뒤 "도전은 의미가 있다. 의외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즐거워했다.



▲ 격투기 선수의 뜨거운 감성,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서두원


중후한 보컬로 패널과 관객을 사로잡은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의 정체는 격투기 선수 서두원이었다. 서두원은 격투기 선수라는 타이틀과 상남자 외모와 달리 감미로운 감성 발라드를 선보였다. '복면가왕'의 섭외를 계속 거절했었다는 서두원은 이날 "처음 섭외를 받았을 때 아버지가 병환 중이었다"고 그동안의 거절 이유를 설명한 뒤 "오늘은 자리에 하게 됐다. 아버지가 2달 전에 돌아가셨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두원은 "아버지가 내 이름 검색을 많이 하시는데 악성댓글이 있으면 상처받지 않을까 싶어서 '복면가왕'에 출연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며 눈물을 쏟았고 이 눈물은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먹먹하게 했다.


뉴미디어팀 김수현기자 jacqueline@sportsseoul.com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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