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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정식기자] 첫 경기를 쉽게 이겼다. 결승까지 가는 길에 놓여있던 걸림돌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순조로운 초반 분위기는 대기록 달성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 수도 있을까?

한 해에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고 있는 세리나 윌리엄스(1위·미국)가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2015 US오픈 여자단식 1회전에서 비탈리아 디아트첸코(86위·러시아)를 꺾고 2회전에 올랐다. 윌리엄스가 첫 세트를 6-0으로 따낸 뒤 2세트도 2-0으로 앞선 가운데 디아트첸코가 부상으로 기권했다. 지난해 이 대회부터 올해 윔블던까지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휩쓴 윌리엄스는 이날 승리로 그랜드슬램 대회 29연승을 달렸다.

상대가 부상으로 기권하기는 했지만 윌리엄스는 대회 출발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서브 최고 시속이 190㎞를 넘었고, 첫 서브 성공률이 78%, 득점률은 93%였다. 전체 37포인트 가운데 32포인트를 따냈고, 실책과 더블폴트는 각각 4개와 1개에 불과했다.

어차피 윌리엄스를 이길 선수는 없어 보였지만 그나마 해 볼 만한 상대들도 대회 첫날 잇따라 탈락했다. 3회전에서 윌리엄스와 맞붙을 것으로 예상됐던 슬론 스티븐스(29위)는 코코 밴더웨이(45위·이상 미국)에게 0-2(4-6 3-6)로 졌다. 스티븐스는 2013년 호주오픈에서 윌리엄스를 눌렀고, 올해 프랑스오픈에서도 거의 이길 뻔했다. 8강 상대 후보 가운데 하나였던 카롤리나 플리스코바(8위·체코)도 안나 타티쉬빌리(121위·미국)에게 0-2(2-6 1-6)로 의외의 패배를 당했고, 준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컸던 아나 이바노비치(7위·세르비아)와 카를라 수아레스 나바로(10위·스페인)도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올해 윌리엄스에 승리한 단 두 명 중 하나인 벨린다 벤치치(12위·스위스)는 2회전에 합류했다.

윌리엄스는 올시즌 50승 2패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윌리엄스를 이길 선수는 윌리엄스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상대가 누구냐가 아니라. 자신의 상태가 어떠냐에 승부가 달려있다는 이야기다. 윌리엄스는 US오픈 이전 3개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21승을 거뒀는데 그 가운데 10번이 풀세트 경기였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집중력이 떨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윌리엄스의 대진이 다소 까다롭게 나오자 오히려 좋은 결과를 예상하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만만찮은 상대와 겨룰 때 윌리엄스의 집중력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회 초반에 갑자기 대진운이 좋아졌다. 기록 달성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청신호로만 봐도 될까?

bukr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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