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KCC 프로농구 시상식, 인사말하는 김영기 총재
KBL 김영기 총재.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정욱 체육2팀장] 한국 프로농구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15~2016시즌 개막을 앞두고 불난 집에 도둑 든 것처럼 어지럽다. 진위 여부를 떠나 전창진 전 KGC인삼공사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 등 혐의로 아직 조사 중인데, 현직 프로농구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도 그동안 노심초사하던 사안이었는데, 언론을 통해 실명까지 거론되며 공개됐다. 유례없이 다수의 선수들이 얽혀있고 단순 정보 제공자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국가대표급 선수도 포함돼 더욱 충격을 던진다.

KBL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시즌 개막을 보름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푹풍전야’와 같은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 KBL 김영기 총재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축제 분위기에서 시즌 개막을 맞아야 하는데 먹구름이 가로 막고 있다. 전창진 감독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데 선수 일부가 다시 수사선상에 오르는 악재를 만났다. 어떻게 이 어려움을 타개해야할지,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 선수들의 행위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이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나를 비롯해 지도자들까지 모두 반성하고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L은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마케팅 활동에도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 타이틀스폰서를 맡으려고 선뜻 나서는 곳이 없어 속을 태웠다. 9월 초 경찰수사 결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 등 각종 준비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새 시즌 개막을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걱정어린 말들을 토해내고 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KBL에 집중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의 뾰족한 묘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기관이 불법 스포츠도박 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사전 신고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실효는 의문이다. 상황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이번 사태는 몇 가지 짚고 가야할 부분들이 있다.

첫째 불법 스포츠도박이 KBL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선수들의 조사에서 보듯 선수들이 상당수 상무에서 군 복무 중에 이 같은 불법의 유혹에 빠졌다. 유혹이 프로선수와 상무 선수에게만 국한된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구의 경우처럼 여자농구에도 마수를 뻗쳤을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 또 대한농구협회도 예외가 아니다. 상무뿐 아니라 대학, 심지어 고교선수들까지 불법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들까지 사설 불법 스포츠도박에 죄책감없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럴 일이 없길 바라지만, 농구(다른 종목도) 선수들만이 청정지역에서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없다. KBL과 WKBL, 협회가 머리를 맞대야할 것이다. ‘외환’(外患)을 이겨내는데는 손을 맞잡고 힘을 모으는 것 이상이 없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녀 농구 동반 금메달을 따낸 뒤, 올해 국민체육진흥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스포츠토토 수익금의 배분 원칙 변화 이후 프로와 아마농구는 다소 소원해졌다. 국가대표팀 구성과 훈련 준비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 이를 증명한다. 이제 다시 힘을 합칠 때이다.

[SS포토]프로아마최강전 고양 김도수, \'우리가 이겼어요\'
[잠실학생체=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고양 오리온스가 2015 프로-아마농구 최강전 우승을 차지했다.오리온스는 8월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고려대를 93-68로 꺽고 정상에 올랐다.KBL은 시즌 개막을 열흘 앞두고 9월 2일부터 한국과 중국, 필리핀 프로농구 4개팀이 참가하는 2015 KCC 아시아프로농구챔피언십 대회를 연다.2015.8.22.rainbow@sportsseoul.com

둘째 KBL은 앞선 사례 때도 그랬지만 수사 결과 발표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다. 해당 선수들의 출장을 제한하고 혐의가 입증되면 선수자격 정지·제명 등의 중징계가 이어질 것이다. KBL 차원의 대국민 사과 성명이나 10개 구단의 자정 결의 등의 행동도 따를 수 있다. 그런데 다행히 혐의가 없다는 최종 결론을 받았을 경우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 전 감독은 경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여전히 수사 중인데도 여론과 KBL의 압박 속에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최종적으로 ‘혐의 없음’ 판정을 받는다면 어떻게 되는가. KBL과 팬들이나 언론이 다시 그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감독 자리에 복귀시킬 것인가. 선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벌백계 해야하지만 너무 쉽게 단죄해서는 안될 일이다.

셋째 한편에서는 징계 수위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금지약물 위반이나 음주운전 등 용납할 수 없는 사안들에 대한 징계가 너무 약하고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재발 방지책으로 강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다. KBL은 지난해 음주운전 사건을 일으킨 KCC 김민구에 대한 징계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재정위원회에서 사경을 헤매는 선수의 상황을 고려해 미결 상태로 남겨둔 안건이다. KBL은 그동안 음주운전 징계가 한 차례도 없었던 규정에 대한 세칙도 손질할 예정이다. 국가대표 소집 때 일어났던 사건인만큼 협회 차원에서도 논의가 있어야할 것이다.

KBL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솔로몬의 지혜를 찾길 바란다. 당장 해법이 없다면 서로 머리와 힘을 모아야할 것이다.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도 그 같은 위기들을 헤쳐나왔다. 김영기 총재도 말했듯이, ‘위기는 곧 기회’이다.

jwp9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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