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무실점 역투 홍건희, SK 무득점 이닝 늘려주마!
[문학=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2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5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이번즈와 KIA타이거즈의 주중2연전 두번째경기가 열렸다. KIA 선발투수 홍건희가 SK를 상대로 역투를 펼치고 있다.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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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기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 만을 남겨뒀다. 타석에는 백전노장 박진만(39·SK). 예리하던 칼날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트레이트 볼넷. 생애 첫 선발승이 눈 앞에 오자 호흡도, 밸런스도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3루쪽을 쳐다보니 이대진 투수코치가 천천히 걸어나온다. 입이 바짝 말라온다. 빙긋 웃던 이 코치는 “공 좋으니 편하게 던져. 맞아도 돼”라며 엉덩이를 툭 쳐주고 내려갔다. 다음타자는 일발 장타가 있는 정상호. 볼 두 개를 더 던진 뒤에야 스트라이크를 잡아냈고, 포수 미트를 보고 있는 힘껏 던졌지만 깨끗한 좌전안타를 맞았다. 쉼 호흡을 하기 위해 시선을 돌리니 상대가 대타를 준비한다. 이재원이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배터 박스로 걸어 나오고 있다. 폭투도 하나 하고,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가 됐다. 안타 하나면 첫 승의 꿈도 날아간다. 발빠른 이명기에게 초구 직구를 찔러 넣었는데, 2루수 정면으로 타구가 굴러간다. 슬로 비디오처럼 2루수에서 1루수로 공이 건네지고 심판의 아웃 시그널을 확인한 순간,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해냈다!’

[SS포토]무실점 역투 홍건희, SK 무득점 이닝 늘려주마!
[문학=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 ‘제 2의 윤석민’으로 각광받던 홍건희는 예상만큼 나오지 않는 직구 구속 때문에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올해 그는 150km를 찍는 강속구 투수가 됐다. <kanjo@sportsseoul.com>

KIA 홍건희(23)가 입단 5년 만에 생애 최고의 투구를 했다. 데뷔 첫 선발승에 아웃카운트 두 개를 남기고 마무리 윤석민이 역전 끝내기 홈런을 맞아 분루를 삼켰지만, 분명 가능성을 본 투구였다. 2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SK와 원정경기에 네 번째 선발등판 해 5이닝 동안 2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화순고를 졸업하고 2011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9순위로 호랑이 군단에 합류한지 5년 만에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수(87개)를 경신하는 등 최고의 투구를 했다. 승리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두자 흔들리는 모습이 나왔지만, 자신의 힘으로 이겨냈다. ‘제2의 윤석민’으로 불리던 사나이가 수식어를 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함께 던졌다.

입단 당시 KIA를 이끌던 조범현 감독(kt)은 “폼이 유연하다. 던지는 모습이 흡사 윤석민 같다. 무엇보다 마인드가 마음에 쏙 든다”며 그를 눈여겨 봤다. 조 감독은 “결정구를 물어봤더니 자신있게 직구라고 답하더라. 이런 배짱이면 된다 싶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데뷔시즌 5경기에서 5.1이닝 7안타 4실점으로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올린 뒤 상무에 입대했다. 당시 코칭스태프는 “구속만 높아지면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SS포토]무실점 역투 홍건희, SK 무득점 이닝 늘려주마!
[문학=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 제2의 윤석민으로 불리던 홍건희가 데뷔 5년 만에 150km짜리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로 성장했다. <kanjo@sportsseoul.com>

상무에서도 구속이 발목을 잡았다. 불펜으로 29경기에 출전해 1승 1패 방어율 5.04를 기록한 뒤 전역했다. 왜소한 체격에 140㎞를 겨우 넘는 구속 때문에 눈길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홍건희가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치른 가을캠프를 통해 투구에 눈을 떴다. 흔들리던 시선을 고정하고, 하체 밸런스에 신경을 썼더니 볼끝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대진 코치와 함께 키킹 이후 한 박자 쉬며 힘을 모으는 동작을 몸에 익히자 140㎞대 중반까지 구속이 증가했다. 홍건희는 “킥하고 나서 여유가 있어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예전에는 중심이 일찍 포수쪽으로 넘어가는 편이었는데, 뒤에서 잡아놓고 가려니 볼끝에 힘이 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에도 홍건희는 “직구가 가장 자신있다. 직구가 통해야 타자들이 변화구에 속기 때문”이라며 싱긋 웃었다.

지난 9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선발로 나서 1.2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포함해 8점을 내줬다. 유격수 실책이 겹쳐 비자책 최다실점 2위(1위는 유창식 10실점)에 이름을 올렸지만, 방어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독특한 경험도 했다. 12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입단 후 처음으로 150㎞짜리 직구를 던졌다. 홈런 한 개를 허용했지만, 3이닝 1안타 1실점으로 생애 첫 세이브도 기록했다. 그리고 26일 비록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최고 148㎞까지 측정된 ‘주무기’ 직구를 앞세워 선발로서 가능성도 확인했다. 김기태 감독이 “준비를 잘 해왔기 때문에 좋은 공을 던질 것”이라며 신뢰를 보였는데, 이 역시 자신의 힘으로 증명해 보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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