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야구신인드래프트 2차 지명 선수, 프로야구 최고 선수를 향해
[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신인 2차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24일 양재동 THE-K호텔에서 열린 2016 KBO신인드래프트를 마친 뒤 프로야구 최고 선수의 꿈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2015.8.24 shin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정욱 체육2팀장] 2016 KBO 신인드래프트가 24일 열렸다. 860여 명의 지명대상자 가운데 100명만이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앞서 연고지역 고교 졸업선수를 우선 고른 ‘1차 지명’에서 선발된 10명을 포함해도 110명에 불과하다. 대학진학을 고려해도 야구에 청춘의 열정을 다바친 수 백명의 미취업 청년들이 쏟아지는 꼴이다. 어디에나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많은 야구 유망주들이 프로무대에 입문해 한국야구의 토양을 살찌운다.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와 근간이 이를 통해 다져진다. 5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삼성의 예에서 보듯 유망주 육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흐름에서, ‘흙 속의 진주’를 캐내는 기초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신인선수 지명은 한 해뿐 아니라 팀의 장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다. 고교·대학야구에서 주목받던 유망주들은 연고 1차 지명과 2차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을 통해 소속팀에서 예비스타로 집중 육성된다. 한화 김태균, 롯데 이대호(현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삼성 윤성환 박석민 김상수, 넥센 오재영 한현희 조상우, NC 이민호 박민우 나성범, LG 이병규(9번) 박용택 봉중근 오지환, SK 김광현 최정 이재원, 두산 홍성흔 노경은 진야곱 김재호, KIA 양현종 김진우 나지완 등 수 많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이 같은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이, 선수의 가치가 드래프트 순위로 모두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신인 지명순위는 현 시점에서 잠재력과 가능성을 판단해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일 뿐, 절대 가치는 아니다. ‘화수분 야구’로 잘 알려진 두산을 통해 드래프트 순위가 성공의 바로미터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며 추신수(2000년) 김광현(2006년)의 바통을 이어받아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우완투수 성영훈은 2009년 신인 1차지명으로 큰 기대 속에 두산에 입단했으나 부상의 덫에 걸려 24경기에서 2승1패 방어율4.33의 기록을 거두는데 그쳤다. 최근 5년 동안에는 1군 등판 기록조차 없다. 반면 신인 지명에서 외면 받고 2006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김현수는 올해 연봉 7억 5000만원을 받는 한국을 대표하는 좌타자로 성장했다. 또 다승 1위 유희관(2009년 2차 6라운드 전체 42순위)을 비롯해 이재우(1999년 11라운드 84순위) 함덕주(2013년 5라운드 43순위) 양의지(2006년 8라운드 59순위) 오재원(2004년 9라운드 72순위) 정수빈(2009년 5라운드 39순위) 등 낮은 지명순위의 선수들이 육성 프로그램을 거쳐 주전선수로, 국가대표로 일취월장했다.

[SS포토]두산 김현수, \'1루는 물론 2루를 향해~\'
[문학=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두산 김현수가 8월 17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SK전 5회초 1사 1,3에서 우전적시타를 친 뒤 1루로 달려가고 있다. 김현수는 육성선수 출신으로 대스타로 성장한 대표적인 선수이다. rainbow@sportsseoul.com

김현수 뿐 아니라 지난해 정규시즌 MVP에 빛나는 넥센 서건창, 삼성 이지영 박해민 박찬도, NC 손시헌 최금강, LG 이병규(7번) 채은성, SK 조동화 이대수, 롯데 정훈, 한화 이종환 송주호, kt 김사연, 두산 오현택 등이 육성선수 출신으로 1군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이다. 삼성 장원삼은 낮은 순위 신인 지명선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그는 2002년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11라운드 전체 80순위로 지명받았지만 경성대로 진학한 뒤 대학무대에서 명성을 떨치며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나서 2006년 현대에 입단해 12승 10패 방어율2.85를 기록하며 한화 류현진(LA 다저스)과 신인왕을 다퉜고, 10년 동안 ‘믿고 쓰는 좌완투수’의 한 명으로 활약하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가 ‘야구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고교 3학년 야구선수 아들을 둔 한 학부형과 얘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지난 겨울 뜻하지 않게 부상하면서 3학년 들어 전국대회에서 제대로 뛰지 못해 프로 입단은 물론 대학 진학까지 큰 어려움을 겪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자식을 키우는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귀를 기울였다. “야구선수는 재수도 할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은 가슴을 울렸다. 기회가 없진 않겠지만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가끔 운동선수를 폄훼하는 말을 듣는다. 그때마다 “프로구단에 입단한 선수들은 일반인으로 치면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과 같다”는 말을 한다. 사법고시에 합격했다고 꼭 좋은 판·검사, 변호사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던가.

지명을 받은 선수들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먼저 보낸다. 그리고 낮은 순위를 받은 선수들에게는 ‘결코 실망하지 마라’는 말을 전한다.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신인드래프트가 최종 결정이 아니고 새로운 도전의 출발선’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각 구단의 육성선수 입단테스트 등 또다른 기회가 있다. 야구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면 끝까지 도전해볼 일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TV광고 ‘나는 불꽃이다’에서 ‘나에겐 소중한 것이 있다. 자신감이 있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적이 온다는 믿음. 그리고 그 기적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는 우리의 선수들. 그 모든 것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내 자신을 불태운다’라고 했다. 인생의 중대 기로에 선 선수들이, 또 우리 모두가 되새겨볼 말이다. 선택은 스스로의 것이다.

jwp9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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