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남자축구국가대표 슈틸리케감독, \'내가 시범을 보여줄께~\'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이 28일 파주 NFC에서 훈련을 소화하는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에게 훈련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파주 |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파주=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우승, 공격포인트, 월드컵 디딤돌….

내달 1일 중국 우한에서 개막하는 2015 동아시안컵은 국내파 태극전사 대부분에게 2018 러시아 월드컵 참가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좋은 연결고리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최종엔트리에 소집된 선수들의 목표는 다양하면서도 분명했다. 반면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아직 목표가 없다”고 밝히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태극전사들과 슈틸리케 감독 사이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태극전사들 목표는 분명했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주간에 속하지 않는, 결국 친선경기 조합에 불과하다. 하지만 2~3년에 한 번씩 한·중·일 등 동아시아 4강이 모여 자존심 경쟁을 벌이다보니 주목도는 꽤 크다. 선수들이 지금이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적기라고 보고 있다. 본격 훈련이 시작된 28일이 그랬다. A매치 데뷔를 앞둔 이종호(전남)는 “측면과 원톱, 2선에 상관 없이 나만의 장점을 보여줘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공격포인트를 원한다. 감독님이 확실한 플레이를 좋아하신다고 들었다. 골이든 상대 수비진 교란이든 확실하게 내 것을 어필하고 싶다”고 말했다. 3월과 6월 A매치에서 연달아 골을 넣고, ‘K리그 신성’에서 ‘대표팀 신데렐라’로 발돋움한 이재성(전북)은 “축구 선수로서의 목표 중 월드컵 출전이 있다. 그 무대에 나가도록 경쟁력을 쌓고 싶다. 성숙한 이재성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날 동아시안컵 남자대표팀 주장으로 뽑힌 김영권은 “동료 중 A매치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지만, 자기 할 일을 잘 하고 있으니까 뽑혔다고 본다. 동아시안컵에선 내가 동료들에게 자신감과 적극성을 불어넣고 싶다”고 다짐했다.

물론 선수들 모두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다.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 만큼 성취감을 느끼며 코칭스태프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도 없다. 김영권은 “감독님은 아직 말씀을 안하셨지만 나 개인적으론 우승이다”고 강조했고, 이종호 역시 “우승이다. 동료들과 단합해 한국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재성이 “중국과의 1차전(8월2일)을 꼭 이겨 정상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고 싶다”고 말하는 등 다른 선수들도 가슴 속에 챔피언 욕심을 품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목표는 뭐가 될까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27일 소집 때 “목표가 없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지난 해 9월 대표팀 취임 기자회견에서 “어떤 색깔을 선보이는 것보다는 이기는 축구를 하고 싶다”고 밝힌 것과 정반대되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27일 “15개팀에서 23명이 왔다. 해외파들이 있을 때는 어느 정도 성적 예측이 가능했다. 이번엔 (국내파 위주의) 이 팀이 얼마나 해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처음 보는 선수들이 꽤 있는 만큼 내달 1일까지 국내와 중국 현지에서 열리는 연습 및 친선 경기를 보고 나서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축구계에선 실력이 비슷한 4팀이 대회를 하다보니, 우승을 할 수도, 반대로 꼴찌를 할 수도 있어 말을 아끼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대회 준비에 앞서 선수들에게 구체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게 옳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슈틸리케 감독은 멀리 내다보는 듯하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미 선수들이 엄청난 의욕을 갖고 들어왔다. 감독 입장에선 오히려 팀과 선수의 현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슈틸리케호’는 29일 오후 6시 파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서울이랜드와의 비공개 연습경기를 통해 동아시안컵 리허설을 벌인다.

이랜드전을 마치면 슈틸리케 감독의 목표도 조금씩 그려질 수 있을까.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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