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최용수 감독, 고명진 교체 준비 잘 하고 있어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0라운드 광주FC와의 경기를 앞두고 교체 멤버 고명진을 불러 뭔가 지시하고 있다. 2015.07.05. 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최용수 서울 감독이 중국 슈펴리그 장쑤의 제의를 포기하고 서울에 남기로 최종 결정해 구단이 보도자료를 낸 것은 지난 3일 오후였다. 최 감독이 중국으로 떠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이 들끓고, 서울 구단이 보도자료로 공식입장을 발표하기까지의 만하루 동안 최 감독은 최종적으로 마음을 정했다.

3일 오전 최 감독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선수단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을 마무리 지은 정오 무렵까지만해도 최 감독은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무 것도 없다.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 구단 측에서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해 뭐라 대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3시간여의 시간동안 최 감독은 구단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서울에 남기로 스스로 마음을 정했다. 구단은 최종결정권을 완전히 최 감독에게 넘긴 상태였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선수,코치, 감독으로 그 오랜 기간 한 팀에 봉공해온 사람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는데 구단이 이를 막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봤다. 최 감독 스스로 (이적이나 잔류 가운데)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단은 최 감독이 중국행을 결심했을 때 후임자 선정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니 오는 11일 포항과 홈경기까지는 최소한 팀을 지휘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이 만일 중국행을 최종 결정하면 17일 올스타브레이크까지 시간을 벌어 오는 25일 인천과 홈경기에 맞춰 급하게 후임 체제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이었던 셈이다. 구단도 최 감독이 시즌 중 팀을 떠나는 최악의 사태까지 고려해 최소한의 준비 시간을 확보하고 싶었다는 뜻이었다.

최 감독은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고 싶었다. “중국 슈퍼리그에 있는 해외 명장들과 나란히 경쟁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동안 최 감독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강조했던 이유도 해외 구단, 해외 명장들과 다양한 축구로 경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 감독은 “중국이 참 돈이 많기는 많은가 보다”라며 자신에게 제의한 거액의 연봉에 적잖이 놀란 마음도 내비쳤다. 명장들과 동급으로 인정받고 그에 걸맞는 대우까지 제시했으니 지도자로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돌렸다. “왜 시즌 도중에 이런 제의를 해서 팀도 나도 혼란스럽게 하는지…”라며 아쉬운 목소리를 낸 것이 그 이유를 설명해줬다. 시즌이 끝난 이후라면 서울 구단도 다음 시즌을 준비할 시간적인 여유를 얻을 수 있고, 자신도 이동에 대한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도전욕구를 서울 구단에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 시즌 중에는 아무리 자신의 의도가 지도자로서의 도전 욕구라고 해도 ‘돈 때문 아니냐’는 불편한 비난이 더 클 것이라는 점은 큰 부담이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던 최 감독에게는 장쑤 구단의 인정 못지 않게 국내에서도 인정받고 응원받으며 떠날 수 있는 ‘대의명분’이 중요했다.

장쑤 구단을 파악하고 선수구성과 전술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바꿀 여유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장쑤가 시즌 도중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당연히 성적 때문이다. 최 감독 입장에서는 시즌 도중 팀에 부임해 변화를 주는데 한계가 있고, 안좋은 결과는 자신의 탓이 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성공한다면 모를까 만약 실패를 겪을 경우 국내복귀와 재기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황선홍 포항 감독,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과 더불어 떠오르는 40대 사령탑의 한 축으로 꼽히는 최 감독이 한국축구에서 더 큰 일을 하려면 명분없는 길을 가선 안됐기 때문이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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