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결전 앞둔 최용수 감독, 자신감 넘치는 표
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최용수(42) FC서울 감독의 중국행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의 장쑤 쑨텐이 최용수 감독을 적극적으로 원하면서 최 감독의 마음이 흔들렸다. 시즌 도중 감독이 바뀔 수도 있게 된 FC서울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만 결국 보내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최용수 감독의 마음은 흔들렸다.

최용수 감독이 장쑤의 적극적인 제안을 받은 것은 지난 28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에도 최 감독에게 사령탑직을 제의했지만 서울과 계약기간이 2017년까지 길게 남아있고, 시즌 도중이었던 최 감독은 거절했다. 장쑤 측은 보다 좋은 조건으로 다시 최 감독을 설득했다. 결국 최 감독은 구단 측에 사실을 알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상의했다. 서울 구단도 장쑤가 최 감독을 원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수차례 자기 선에서 제안을 거절했던 최 감독이 구단과 이 문제를 상의하기 시작한 것은 장쑤 측의 제안이 딱 잘라 뿌리치기에 매력적인 수준으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축구계에서는 장쑤가 최 감독에게 연봉 20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서울에서 받고 있는 연봉의 4~5배 수준의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장쑤는 로베르토 디 마테오 전 샬케04 감독 등도 사령탑 후보로 뒀는데 2012년 K리그 우승과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 등으로 보여준 최 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얀이 장쑤를 거쳤고, 에스쿠데로가 현재 뛰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장쑤가 그동안 서울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수를 통해 최 감독에 대한 좋은 평가도 전해들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여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연봉을 제시하며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크게 인정하는 분위기는 최 감독의 마음을 흔들어놨다. 최 감독이 장쑤의 제안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서울 구단 측과 상의한 것은 이적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음이 흔들리면서 현실적인 문제와 선수 시절부터 함께 해온 팀을 시즌 도중에 이탈해야 한다는 도의적인 문제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감독이 시즌 중반 팀을 옮기는 것은 국제축구계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당연히 ‘상도의’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머리가 복잡한 서울 구단, 보내주는 쪽으로 가닥잡아.

최용수 감독이 서울 구단 측과 상의를 시작하면서 구단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구단 관계자는 “다른 감독이었다면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시즌 도중 떠나는 것은 안되는 일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을 것”이라며 “서울에 최용수는 보통의 감독이 아니라 역사를 함께해온 가족같은 특별한 존재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 한 팀에 오래 있었는데 익숙한 환경이 아닌, 문화가 다른 외국 구단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좋은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상당히 좋은 조건인 것 같다. 최 감독 개인으로 보면 아주 좋은 기회라 보내주는 것이 좋은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보인다.

하지만 초반의 부진을 딛고 비로소 상위권으로 올라서고 있는 마당에 감독을 내주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지난해 계약을 연장하면서 최 감독에게 팀을 장기적으로 맡기고자 했던 탓에 대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 지금껏 만들어온 팀이 일순간 무너질 수 있다. 최 감독을 언제 보낼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동시에 사령탑 공백을 줄이기 위해 차기 사령탑과 코칭스태프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시즌이 끝난 상황이라면 다음을 준비할 시간이 있을텐데 시즌 중이라 고민이 크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말이었다.

◇최용수 감독에 대한 신뢰도 흔들린다.

승부욕이 강하고 지도자로서의 도전정신이 강한 최 감독이 거절하기 어려운 대우로 새로운 무대를 열어주겠다는 장쑤의 제안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시즌 도중 감독직 제안에 마음이 흔들린 것에 대한 ‘역시 돈 때문’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감수해야할 처지가 됐다. “팀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을 서울의 강점으로 설명하며 강조했던 그 스스로 매력적인 조건 앞에서 충성심과 애정을 후순위로 밀어내는 머쓱한 꼴이 됐다. 돈을 내세워 떠나겠다는 선수가 나올 경우 막을 명분이 없어졌다.

만약 최 감독이 중국행을 최종 결심한다면 자신의 성장을 함께 한 친정팀에 후임감독 선임을 비롯해 후반기 성적 걱정까지 골치아픈 숙제만 남겨놓고 떠나게 된다.

시즌 초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주영을 복귀시키고, 후반기 전력강화를 위해 서둘러 일본 미드필더 다카하기를 영입하는 등 구단을 자신의 방식으로 꾸려놓은 것이 구단에 손해로 남는다. 만약 가지 않더라도 ‘시즌 중에도 떠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게 된 것은 최 감독 입장에서는 손실이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감독을 믿고 선수들이 열심히 뛰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신뢰를 흔들어놓은 감독에게 팬들이 지속적으로 응원을 보내기도 어렵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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