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래 김태영 현지사진
전남 드래곤즈 노상래(왼쪽) 감독과 김태영 수석코치가 2일 팀 훈련에 앞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양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어느덧 서로의 조력자를 넘어 전남이 제2 전성기를 바라보는 데 촉매제 구실을 하고 있다. 1970년생 동갑내기로 20년 넘게 절친한 친구 사이인 전남 노상래(45) 감독과 김태영(45) 수석코치는 시즌 절반가량을 소화한 가운데 팀을 2위권 싸움까지 끌어올렸다. 전남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한 둘의 지도력에 타 팀 팬도 관심이 많다. 애초 친구끼리 질서 유지가 되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단단한 ‘소통의 힘’이 선수단까지 전해져 끈끈한 축구로 표현되고 있다. 노 감독과 김 코치는 1일 포항과 19라운드 홈경기를 마친 뒤 클럽하우스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나 6개월의 특별한 동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진중한 분위기에서도 친구 사이에 나올 수 있는 허를 찌르는 농담으로 웃음도 줬다.

- 한해 반환점을 돌았는데.노상래(이하 노):

대체로 선수들이 잘 따라와 주고 있다. 전남만의 색깔을 더 내려면 나와 선수 더 연구해야 한다.

(코치 시절과 다른 압박감은 여전한가)

솔직히 짓누르는 부담은 여전하다. 다만 초반과 다르게 이젠 ‘모르겠다, 죽자 그냥’이란 마음이다(웃음). 나보다 김 코치가 더 스트레스받는 것 같다.

김태영(이하 김):

아무래도 (전남 출신으로) 책임감을 더 느낀다. 다만 노 감독께서 선수와 소통 중시하며 잘해줘 서포터하기 수월하다.

(대표팀 시절과 스트레스 지수를 비교하면)

대표팀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도 대회를 마치면 스스로 돌아볼 여유가 있다. 반면 클럽은 장기레이스. 숨 쉴 틈 없다. 틈틈이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나름의 매력도 있다.

- 서로에게 가장 고마웠던 순간은.노: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는데, 감독과 코치 관계이나 주요 결정 사항에서 김 코치가 내 뜻을 더 존중해줘 고맙다. 다만 인상은 가끔 쓰는 것 같다(웃음).

김:

하하. 그렇지 않다. 전체 틀을 잡고 결정하는 건 감독의 역할이다. 아무래도 기존 선수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어 도움을 많이 받는다.

노:

딱 한 번 이런 경우는 있었다. 중위권 싸움이 심하고, 수비진에 부상 선수가 나왔을 때다. 내가 모 선수 투입에 대해 ‘그냥 가자’고 했는데, (수비수 출신인)김 코치가 아직 이르지 않느냐’고 하더라. 난 계속 가자고 했다. 당시 내가 조금 삐졌다. 원래 한 두 차례 (의견이)오가면 끝나는데, 이상하게 다섯 차례 이상 이어졌다(웃음). 결국 내 뜻을 받아들였는데, 다행히 그 선수가 잘하고 있다.

김:

그 뒤로 선수 기용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신뢰를 하고 있다(웃음).

- 둘의 시너지로 ‘소통’외에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면.노:

감독과 코치의 고정한 역할 인식이 있다. 아무래도 코치가 친구이다 보니 더 신뢰하고 권한을 주게 되더라. 감독과 코치의 역할 틈이 줄어 경기 준비하는 데 더 효율적인 것 같다.

(그럼 코치의 일이 더 많아진 것 아닌가)

에이, 또 그건 아니다. 김 코치가 직접 해명해보라(웃음).

노상래 김태영1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하는데, 팀 내 악역은 누구인가.김:

노 감독께서 선수들에게 부드럽게 대해줘 코치도 그것에 맞게 서포터한다. 김병지 현영민 등 선참들이 중심을 잘 잡으니까 악역은 딱히 필요 없는 것 같다.

노:

솔직히 내가 악역도 같이하는 것 같다. 선수들이 사우나할 때 나만 들어가면 다 도망갈 때 느낀다. 하긴, 은연중 악한 면도 있는 것 같다.

김:

반면 선수들이 나를 편하게 여기나 보다. 사우나에서 내 속옷이랑 샤워 바구니까지 숨기더라(웃음).

- 6개월의 성과 중 자랑하고 싶은 게 있다면.노:

분위기가 좋아도 단체 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주전,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희생정신이 뛰어나다. 최근 (최)효진이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한 내용보니 ‘과거엔 내 플레이만 보다가 팀 플레이에 눈을 떴다’고 하더라. 개인적인 목표도 있으나 팀을 먼저 생각하니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

(원동력은 무엇인가)

안 하면 죽거든(웃음).

김:

5월 수원과 FA컵에서 0-2로 뒤지다가 동점을 만들고 승부차기로 이겼다. 선수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응집력이 생겼다. 팀워크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 또 한 명의 친구인 수문장 김병지의 700경기 달성이 눈앞이다.김:

700경기를 이루는 과정에 친구인 두 사람이 소속팀 감독과 코치라는 건 세계 축구 역사에도 드문 스토리다.

노:

병지 700경기 달성으로 우리도 스타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 경기장에서 선방하는 걸 보면 어떤 기분이냐고 묻는 데 여느 골키퍼 볼 때나 똑같다. ‘해줘야 한다’, ‘그래 잘 버텨주고 있다’하면서 애가 탄다(웃음).

- 개인적인 후반기 바람은.김:

노 감독을 잘 보좌해서 지난해 이루지 못한 상위 스플릿 진출을 하고 싶다.

노:

지난해 안용우를 발견했다면, 올해 오르샤다. 후반기엔 고병욱 이슬찬 이지민 등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제대로 키우고 싶다. 김 코치와 전남의 또다른 미래를 그리면 기쁠 것 같다.

광양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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