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출정식 및 유니폼 발표회
김인식 감독 /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국민감독’ 김인식(68)감독은 한국야구의 부흥기를 만든 당사자다. 지난 2006년과 2009년 제 1,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호성적을 거두며 프로야구의 동력을 만들었다. 또한 ‘야구 선진국’ 일본을 수차례 격파하며 실력 격차를 상당히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인식 감독은 29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다시 한번 무거운 책무를 받아들였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국제 대회, ‘2015 프리미어 12’의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것이다. 과도기에 접어든 프로야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한풀 꺾인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두 가지 숙제가 국민 감독에게 부여됐다. 김 감독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인식 감독의 무거운 책임감, 일본을 넘어야 한다

프리미어는 국제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올해 처음으로 주최하고 세계 랭킹 12개국이 참가하는 국가 대항전이다. 대회의 무게감은 다소 가볍다. 프리미어는 대다수 국가들이 1.5군 혹은 아마추어 선수들을 내보냈던 야구 월드컵의 후신이다. 메이저리그(ML)가 주관하는 WBC에 맞선 대회로서 다수의 메이저리거들이 불참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일본 만큼은 최강 전력으로 대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기 위해 WBSC와 공조해 최강팀 구성을 공언했다. 현재 한국은 일본과 함께 B조에 속해있는데 11월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일본과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제1회 프리미어 대회의 초점도 일본과의 대결에 맞춰져 있다. 일본을 넘어야 대회 성적은 물론, 한국 야구의 성장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인식 감독은 한국 야구를 일본 야구의 경쟁자로 만든 선구자다. 한국 야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 야구에 밀린다는 인식이 짙었다. 하지만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일본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2006년 WBC에서 그 결실을 봤다. 김 감독이 이끄는 2006 WBC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3-2로 승리한 뒤 미국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도 2-1로 신승을 거뒀다. 비록 4강전에서 일본을 다시 만나 0-6으로 패했지만, 대회 전적에서 2승1패로 앞서 일본의 큰 코를 짓눌렀다. 2009년 제 2회 대회 때도 김 감독은 일본과 대등하게 싸웠다. 조별리그에서 2-14로 패했지만 순위결정전에서 1-0 승리, 2라운드에서 4-1로 승리하는 등 연일 승전보를 알렸다. 결승전에서 일본을 다시 만나 3-5로 무릎을 꿇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전국민적인 성원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큰 라이벌은 일본이다.

◇후지산 등정의 선제 조건, 해외파 합류

제1회 프리미어는 일본과의 자존심 대결로 압축될 수 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는 2009년 WBC 이후 국제 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제3회 WBC에선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자연스레 프로야구의 인기 동력도 점차 떨어졌다. 프로야구는 2007년 400만 관중, 2008년 500만 관중, 2011년 600만 관중, 2012년 7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제대회 성적과 궤를 함께 했다. 하지만 2013년 640만 관중을 기록하며 총 관중이 줄어들었고 지난 해에도 650만 관중에 그쳤다. 제10구단 체제로 나선 올시즌에도 메르스 사태와 주요 선수들의 해외 진출 등 각종 악재 속에 관중몰이가 미지근하다. 일각에선 국민들의 관심을 다시 모으기 위해선 국제대회 성적이 우선시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무엇보다 경쟁국 일본을 넘어야 프로야구의 중흥기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짙다.

일본은 올해 초 고쿠보 히로키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고 ML 소속 선수까지 포함된 베스트 멤버로 대표팀을 구성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의 경우 차출 문제가 민감하다. 국내 프로 선수들의 차출도 불투명하다. 프리미어는 11월 8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다. 지난 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11월 4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는데, 경우에 따라 포스트시즌과 프리미어 대회의 일정이 겹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해당 팀들은 선수 차출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파 선수들의 합류도 불투명하다. 현재 김인식 감독이 합류를 바라는 해외파 선수는 4명 정도다. 텍사스 추신수와 피츠버그 강정호, 소프트뱅크 이대호, 한신 오승환이다. 김 감독은 “해외파 선수들에게 직접 합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파 선수들이 나설 만한 유인책은 전무하다. 이미 네 선수는 모두 군면제를 받았고 상금 배분도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국심 하나만으로 합류를 요청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가 따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감독은 날카로운 지휘봉을 받아들였다. 그는 “책임감이 무겁다”고 말했다. 6년 만에 나서는 후지산 정복의 첫 걸음은 생각보다 무거워 보인다.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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